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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월남가다 - 하 - 조선인의 아시아 문명탐험
김용옥(도올) 지음 / 통나무 / 2005년 2월
평점 :
지난 3월에 5박6일의 일정으로 베트남의 하롬베이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를 돌아보는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학회나 출장이 아닌 순수한 목적의 여행으로는 처음이고, 아내와 함께 하는 여행으로도 처음이었습니다. 아주 갑작스럽게 결정된 여행은 아니었지만, 그 무렵 회사일이 꽤 바빴기 때문에 여행사를 고르는 것조차도 수월치 않아서 여행지에 대한 공부를 미리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적으로 가이드에 의존하는 여행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도올 김용옥선생의 <앙코르와트 월남 가다>를 읽고 보니 아쉬움이 더 하는 것 같습니다.
도올은 2004년 초, 6개월간에 걸쳐 문화방송에서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한국사상사 강의를 진행해왔는데, 마지막 강의를 마치고 편집을 끝낸 6월 26일부터 7월 3일까지 8일에 걸쳐 앙코르와트와 베트남을 돌아보고, 여행에서 느낀 점을 정리하여 그해 12월 26일 탈고하였다는 것입니다. 돌아본 유적의 세밀한 부분은 물론 캄보디아와 베트남의 역사적 배경으로부터 근대사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부분을 담고 있어 미리 읽었더라면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읽을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입니다. 저 역시 간략한 여행기는 블로그에 소개를 하였지만, 여행 전체를 되짚어 생각할 기회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서양적 가치기준으로 아시아문명을 평가하고 있는 것을 바로 잡기 위한 시도라는 저자의 의도가 읽히는 느낌이 들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때로는 거친 듯, 때로는 현학적인 듯, 그리고 때로는 지나친 듯한 저자 특유의 분위기도 같이 읽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아시아인들은 너무도 자신의 이해를 서구인들이 아시아를 이해한 방식에 의존하는 경향을 과시하여 왔다. (…) 이제는 아시아인들이 아시아인들 스스로의 공통된 문화적 감각을 가지고 서로를 직접 이해하는 교류의 장을 펼쳐야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 도올이 한국인으로서 캄보디아와 월남을 처음 여행한다는 이 사실은 바로 이러한 아시아적 공감성의 한 고리로서 일차적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확신한다.(27-28쪽)” 하지만 저자의 시각은 때로 지나치게 아시아적 가치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가 비판하는 대상이 되고 있는 쪽의 시각을 대비시켜 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프롤로그에 적고 있는 ‘여행은 이탈이다’라고 하는 여행에 대한 정의가 재미있습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하는 일상을 탈피하여 휴식을 가지는 것을 이탈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 이탈은 새로운 체험의 획득이 없다면 무의미하다고 조건을 달고 있는데, 프로이드, 베버를 거쳐서 정신병에까지 화두를 넓혀가는데 결국은 자신의 천재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듯하여 조금은 거부감도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 역시 여행기를 정리할 때는 날자 별로 느낀 점을 정리합니다만, 저자 역시 날자 별로 무언가를 독자들에게 전하기로 한 것 같습니다. 첫날은 인천을 떠나 호치민시의 탄 손 나트 공항에서 캄보디아 씨엠립으로 가는 비행기로 환승을 한 것 같습니다. 대한항공 베트남지사장이 게이트까지 출영을 한 모양입니다. 저자의 유명세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래서 이날은 지사장과 나눈 베트남 이야기로부터 적고 있습니다. 호치민과 김우중회장이 화제에 올랐던 모양입니다. 이어서 캄보디아의 현대사의 아픔이라할 크메르 루즈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엄청난 자국 국민을 학살한 그에게 나누어줄 일말의 동정이 있을까 싶습니다만....
둘째 날은 인도차이나 지역의 고대사로부터 근대사까지 요약하면서 앙코르문명의 세밀한 부분까지 미리 적고 있습니다. 오전에 프레아 코에서 시작한 여정은 바콩신전을 돌아보고 점심식사를 했다고 합니다. 오후에는 반테이 스레이를 거쳐서 프놈 바켕에서 마치고 민속춤을 즐겼다고 합니다. 셋째 날은 앙코르 톰에서 시작해서 바이욘사원, 피메아나카스, 코끼리 테라스, 타 프롬을 거쳐 닉 펜까지 돌아보았다고 합니다. 넷째 날에는 대부분 앙코르와트를 구경하고 프놈 바켕을 다시 들러 저녁에는 평양 랭면관을 찾았던 모양입니다. 저 역시 그곳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만, 지나치게 형식적인 공연과 틀에 박힌 음식이 별로라는 생각이었습니다만, 저자는 긍정적으로 느꼈던 모양입니다. 닷새째에는 톤레삽 호수를 보고서 다시 호치민시로 돌아와서 베트남 총영사와 만찬을 즐겼다고 합니다. 엿새째는 통일궁과 구찌터널을 구경하고 하롱베이를 보기 위하여 하노이로 이동했고, 이날은 바딘광장 주변을 구경하고 하롱베이로 이동한 듯합니다. 그리고 이레째에는 하롱베이를 보고 다시 하노이로 돌아와서 수상인형극 공연을 감상한 다음 여드레째에 인천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고 합니다.
특히한 것은 주달관의 진랍풍토기를 비롯하여 캄보디아의 모습을 기록한 다양한 전적을 직접 인용하고 있어 캄보디아를 이해하기에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전체의 일정을 고려해보면 저자가 논하고 있는 앙코르와트 유적의 세밀한 부분까지 직접 확인할 시간이 충분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리하면, 앙코르와트를 방문할 생각이 있는 분들이라면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옛 유적 역시 아는 만큼 눈에 들어오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