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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걷기여행 - On Foot Guides ㅣ 걷기여행 시리즈
피오나 던컨.레오니 글래스 지음, 정현진 옮김 / 터치아트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당장 파리에 갈 계획도 없으면서 <파리 걷기여행>은 생뚱맞다 싶은 리뷰가 될 것 같습니다. 여행 안내서는 시간이 지나면 바뀌는 것이 많아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손에 넣게 된 것은 책이라는 것이 절판이 되면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더라는 경험의 산물입니다. 이런 생각에 더해서 예전에 파리에 갔을 때 마땅한 여행 안내서를 챙겨가지 못한 관계로 오르세 미술관 앞을 지나면서도 들어가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아픈 기억 때문입니다. 그때는 루브르 박물관 근처에 숙소를 정했기 때문에 이틀에 걸쳐 루부르 박물관을 구경할 수 있었고, 한나절 걸려서 노트르담성당이 있는 시테섬에서 에펠탑까지 세느강을 따라 걸어갔다고 다시 숙소로 돌아보았습니다만, 호텔 로비에 있는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걸었던 것이라서 구경을 제대로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http://blog.joins.com/yang412/7700271). 물론 출장길에 잠시 여유를 부렸던 것이라서 구경에 목맬 상황도 아니기는 했습니다. 어떻든 에펠탑까지 걸어갔으면서도 올라가보지 않은 것은 나중에 아내와 함께 올라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일종은 척후병인 셈 쳤다고나 할까요?(http://blog.joins.com/yang412/7639864). 그래서 <파리 걷기여행>이 반가웠던 것 같습니다. 파리에서 시내를 돌아볼 수 있는 자동차 투어도 있었지만, 굳이 세느강을 따라 걸었던 것은 온통 볼거리가 가득차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투어버스를 타면 아무래도 주마간산 식이 되어 기억도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걷다보면 하나를 보더라도 찬찬히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입니다.
‘걸어서 파리 탐험하기’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의 이용법에서 저자는 책에 실린 지도가 450미터 상공의 헬리콥터에서 45 각도로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럴게 만든 지도에 “파리의 거리와 공원, 광장, 심지어 개별 건물까지 그대로 옮겨 놓았으며, 관련 정보와 흥밋거리르 번호로 연결해 안내하고 있어 파리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초행자라도 파리걷기를 얼마든지 즐길 수 있을 것(11쪽)”이라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좋은 안내서입니다. 물론 코스를 따라가는 일이 앞만 보고 걷는 것이 아니라 코스에 흩어져 있는 볼거리들을 빠트리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거리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만 전체 코스와 저자가 추천하는 소요시간 등에 대한 정보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납습니다.
파리 시내는 16개의 메트로 노선이 거미줄처럼 연결되고 있어 걷기코스로 이동하는데 메트로와 버스를 연계하면 된다고 합니다. 저자는 몽마르트를 시작으로 루브르에서 개선문까지, 그리고 생루이섬과 시테섬을 연결하는 코스에 이르기까지 모두 13개의 걷기에 좋은 코스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코스를 연결해서 걷는 방법, 코스의 특성에 따라서 계절에 따라 걷기에 좋은 코스, 주말 혹은 주중에 따른 코스의 분위기 등 세심한 부분까지 짚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여행객을 위한 각종 정보도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저고도 항공사진은 큰 건축물의 전체 모습이나 거리를 채우고 있는 건물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조감할 수 있고, 여기에 더하여 걸으면서 꼭 챙겨야 할 볼거리를 담은 사진들도 적절하게 배치하고 있습니다.
역시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걷기 코스를 표시하고 있는 지도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해당 코스를 먼저 보여주고, 걸으면서 주목할 건물에 번호를 매겨서 따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이를 다시 몇 개의 세부 구간으로 나누어 놓아서 걷다가 길을 놓칠 염려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코스 ‘생 제르맹데프레에서 오르세까지’ 가운데 오르세미술관 부분을 뽑아보면, “1986년 개장한 오르세 미술관은 1929년까지 프랑스의 남서쪽 지방으로 열차를 운행하던 거대한 종착역이었다. (…) 오르세 미술관의 정수라 할 수 있으니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경우 곧장 꼭대기 층으로 향할 것을 추천한다. (…)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일이며 오전 9시30분부터 저녁6시까지, 목요일은 저녁 9시45분까지 개방한다.
최근 들어 프랑스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읽게 되는데, 특히 파리를 무대로 한 작품에서는 배경이 되는 지역을 떠올릴 수 있다면 책읽는 재미가 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래도 걸어서 파리를 돌아본 다음에 작품들을 다시 읽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