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진숙님이 <위대한 미술책; http://blog.joins.com/yang412/13494632>에서 읽어보기를 권한 책입니다. 저자 오주석은 서울대 동양사학과, 동 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더 코리아헤럴드 문화부 기자, 호암미술관 및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원을 거쳐 중앙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였고, 간송미술관 연구 위원 및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했습니다. 그는 조선시대의 그림, 특히 단원 김홍도의 그림을 가장 잘 이해한 21세기의 미술사학자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생전에 그는 우리 옛그림의 맛을 제대로 느끼는 법을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 책 역시 그와 같은 노력의 일환일 것입니다.

 

이미 읽은 <오주석의 한국미 특강; http://blog.joins.com/yang412/13488647>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와 중복되는 것이 많은 것은 제목처럼 공무원연수원에서 가졌던 특별강연에서 발표한 내용을 편집하여 책으로 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1>은 책으로 엮기 위하여 따로 쓴 원고이기 때문에 읽는 문장에서도 구어체와 문어체의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인용문 역시 구체적이고 보다 풍부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 다른 차이점으로 강좌에서는 ‘옛 그림 감상의 두 원칙’, ‘옛 그림에 담긴 선인들의 마음’, ‘옛 그림으로 살펴본 조선의 역사와 문화’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자료를 인용해서 주제를 설명해나가는 방식입니다만, 이 책에서는 작품을 중심으로 설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차이라고 하겠습니다.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김홍도의 <주상관매도>, <씨름> 그리고 <무동>은 특강을 통해서 들은 내용과 중복된다는 느낌이 들지만, 다른 작품들에서는 새로운 내용을 배울 수 있어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특히 서양화와 우리의 산수화의 중요한 차이점을 깨우치고 있습니다. 서양의 풍경화는 르네상스시대를 거치면서 풍경 밖의 한 곳에서 전체를 조감하는 원근법을 적용하고 있어, 풍경을 보고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담아내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의 산수화는 풍경 자체를 주인공으로 하고, 주인공을 치켜보고, 내려다보고, 비껴보고, 휘둘러 봄으로써 산수의 다양한 실제 모습을 담아내려고 한 것(79~81쪽)이라고 합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안견의 <몽유도원도>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단순히 옛 그림의 내용을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작품과 관련된 고사뿐 아니라 화가를 둘러싼 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이끌어 오고 있어 책을 읽는 느낌이 전혀 단조롭지 않은 것도 특기할만합니다.

 

작가가 살아계셨더라면 꼭 알려드리고 싶은 내용도 있습니다. 윤두서의 <자화상>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인용한 그의 편지내용입니다. “대개 서울에 있을 적부터 이 일을 포기한 지 벌써 오래되었는데 남쪽으로 돌아온 후로는 더더욱 적막하게 지내면서 눈의 시력 또한 흐리고 뿌예졌습니다.(101쪽)” 작가의 윤두서의 <자화상>에서 눈 둘레에서 안경에 눌린 자국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윤두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긴 노안으로 안경을 사용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야가 흐리고 뿌옇게 변했다고 한다면 렌즈에 혼탁이 생기는 노인성 백내장이 생긴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같으면 렌즈를 교체하는 수술을 받아 밝은 시야를 되찾을 수 있었을 터이지만 당시의 의술로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김시의 <동자견려도>를 설명하면서 저자가 인용한 왕희지의 ‘문득 쓰고 싶어 쓴 글씨(偶然欲書)’라는 고사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왕희지가 삼월 삼짓날 벗들과 난정(蘭亭)에 모여 늦은 봄풍광을 즐기며 무심하게 글씨를 썼는데 자연의 신비로운 기운이 스며들어 스스로 보아도 천하의 걸작이 탄생하게 되었더랍니다. 나중에 이처럼 써보려고 정좌를 하고 여러 차례 시도를 해보았지만 근처에도 갈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탄생한 우연욕서(偶然欲書)라는 고사는 “예술이란 자신을 의식하지 못할 만큼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펼쳐질 때만 최상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대표적인 옛 그림작품을 설명하는 사이에, ‘옛 그림의 색채’, ‘옛 그림의 원근법’, ‘옛 그림의 여백’, ‘옛 그림 읽기’, ‘옛 그림 보는 법’, ‘옛 그림에 깃든 마음’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하여 옛 그림을 제대로 이해하는 법을 설명하고 있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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