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를 선물하는 남자 - 명화와 함께 읽는 나의 섹스 감정 수업 29
김진국 지음 / 스토리3.0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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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서 난감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읽은 책에서 얻는 느낌은 반드시 리뷰로 남긴다는 나름대로의 원칙을 어떻게 하나 싶어서입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지켜온 원칙을 깨고 싶지는 않아서 정리해보려 합니다. 이 책을 해당출판사의 북카페를 통하여 받았다는 점도 한 몫을 했다고 고백합니다. 사실 손을 든 사람에게 제공된 것인데, ‘명화와 함께 읽는’이라는 카피에 마음이 끌려 ‘나의 섹스 감정 수업’이라는 카피를 무시했다고 변명을 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본래의 목적이었던 ‘명화와 함께 읽는’은 제 생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편집자의 의도였던 것 같습니다.

 

먼저, 세상 참 많이 변했습니다. 이런 종류의 책은 어쩌면 인류 역사와 함께 해왔을 것 같습니다. 일본처럼 춘화가 공공연하게 나도는 나라도 있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어진을 그렸다는 화가가 그렸다는 춘화가 있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다만 그림들이 은밀하게 나돌았다는 것에 차이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보면 성(性)에 대한 담론은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금기시되던 주제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기술(?)인 면은 더욱 은밀하게 전수(?)되곤 했던 것 같습니다.

 

먼저 작가에 대한 생각입니다. 1995년에 <유라의 하루>를 써 베스트셀러작가의 반열에 올랐다고 하는데, 읽어보지는 못했고, 심지어는 이 책에 대한 리뷰도 읽어보지 못해서 언급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서울의 학원가에서는 스타급 국어강사로 소문이 나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합니다. 누구나의 인생에는 굴곡이 있기 마련인 듯, 학원가에서 잘 나가던 작가의 삶이 꺾인 것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유라의 하루>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책을 내면서 출판업을 시작했던 것으로 보이고, 한때 잘 나가던 출판업이 IMF를 만나면서 커다란 짐이 되면서 작가의 삶에 그늘을 드리웠던 것 같습니다. 잘나가던 분들이 좌절을 겪게 되면 새로운 방향을 잡지 못하고 방황한다고 합니다만, 저자의 경우는 거리로 나서지 않고, 스타강사 시절 보여준 강의능력을 바탕으로 인터넷 방송이라는 영역에서 새로운 삶을 꾀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러저런 과정을 거쳐서 19금 성인방송으로 마니아들의 주목을 받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멀티를 선물하는 남자>에서도 자주 인용하고 있습니다만, 작가가 진행하는 방송에 참여하는 시청자들은 참 솔직한 분들이었나 봅니다. 그런 분들의 호응 속에서 방송수위가 점차 올라가다 보니 경고를 받게 되고 결국은 방송자격을 박탈당하기에 이르렀고, 그 참에 아예 방송에서 다루었던 내용을 책으로 묶어내자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출판은 방송보다는 훨씬 넓은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모두 29개의 강좌를 성스킬에 대한 내용을 모은 1부와 성풍속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모은 2부로 구성되어 있고, 3부는 저자의 인생역정을 담았습니다. 성스킬의 기본은 상대여성에 대한 배려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성행위로부터 얻는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으려면 남성이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물은 여성이 여러 차례 절정에 이른다는 ‘멀티 올가’를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느 분의 리뷰에서도 지적했던 것입니다만, 성을 통해서 얻는 여성의 느낌을 남성이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저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그럴 것 같다는 느낌은 들었던 것 같다고 생각했던 적은 있습니다. 다양한 성감대와 지스팟을 공략하면 여성이 멀티 올가에 이를 수 있다는 저자의 생각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최근 이탈리아에서 여성의 지스팟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학연구 결과가 발표된 것을 보면 우리의 성에 대한 상식은 근거없이 막연한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여성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는 저자의 주장에는 일단 공감한다는 제 입장을 밝힙니다.

 

책을 읽는 분에 따라서는 다양한 여성을 상대로 한 저자의 성경험이 은근한 자랑으로 읽힐 수도 있겠다는 공연한 걱정도 해봅니다만, 카사노바나 돈후앙의 성 이력이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어 왔고, 성에 대한 생각들이 개방된 세상에서는 기우에 불과할 것 같습니다. 은밀한 공간을 통해서 확산되던 성기술에 대한 담론이 이 책을 통해서 수면 위로 올라온 만큼 검증절차가 만만치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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