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성사 살림지식총서 84
이창신 지음 / 살림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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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대한 공부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살림지식총서 시리즈로 나온 <미국 여성사>는 미국의 여성사를 연구해 오신 이창신교수님께서 정리하신 책입니다. 미국여성사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우리나라의 여성운동에 관하여 먼저 생각해봅니다.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유관순열사의 항일운동을 폄훼하여 국정교과서에서 누락시키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의 여성운동사에서 3.1운동이 차지하는 위치는 자못 크다고 합니다. 개항이후 여성이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하는 선에 머물던 여성운동은 3.1운동을 계기로 사회적 정치적 활동에 나서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3.1운동이 전국 규모의 시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일제의 주목에서 벗어나 있던 여학생들을 주축으로 시위에 관련된 일들이 은밀하게 전파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해방 이후 주로 미국에서 들어온 외래사조를 타고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게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미국 여성사>에서 미국의 여성운동의 역사가 그리 오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모두에서 저자는 미국에서 여성해방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난 것은 1960년대였다고 합니다. 여성사와 여성학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면서 여성운동의 의미, 가치, 목표, 법칙 등을 정립할 수 있었던 것이 배경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여성들은 유교적 전통에 짓눌려 살았다고 이야기합니다만, 미국의 일부 계층의 여성을 제외한 일반여성들의 사정 역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미국의 여성 사학자 러다 거너는 여성운동을 주도한 미국의 여성사가 발전한 과정을 4단계로 설명하였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보충사’로 유명한 여성들의 정체성과 그들의 활동을 기록해놓은 수준에 머물던 시기이고, 두 번째 단계는 ‘공헌사’로 여성과 관련된 중요한 이슈나 주제 등을 정리하게 된 단계, 세 번째 단계는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이미 연구된 여성들의 공헌에 대한 전통적 해석을 벗어나 재해석이 이루어진 단계, 마지막 단계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여성사학계가 ‘젠더’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역사분석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되는 시기를 말한다고 합니다.

 

사실 1990년대 초반에 미국에 공부하러 갔을 때 처음 접하게 된 ‘젠더’라는 단어가 그저 성별을 의미하는 sex를 대치하는 단어라고 이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젠더(gender)는 일반적으로 생물학적인 성의 개념인 성(sex)과 구분지어 사용되는 개념으로 특정 사회나 문화에 따라 형성된 성적 차이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관념의 차이에 불과한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는 단어를 대치하는 새로운 단어를 도입하는 사례가 많은 것을 보면 필요한 일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미국의 여성운동은 크게 1기와 2기로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19세기 중엽부터 참정권을 획득한 1920년까지를 제1기라고 하는데, 참정권을 획득한 다음에는 여성운동의 동력이 사라지면서 침체기에 빠졌다가 베티 프리단이 <여성의 신비>를 출판한 1963년대부터는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했던 1기와는 달리 남성과는 다른 차원의 여성성을 강조하게 되었다는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즉 성에 대한 생물학, 심리학, 문학적 측면을 강조하는 한편, 여성문제, 여성운동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까지 관심을 확대하고 증진시켜나간 시기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1960년대 들어 미국 시회의 현재와 과거 속에 나타나고 있는 듯한 안정, 조화, 풍요의 이면에는 불안, 갈등, 폭력이 깊이 도사리고 있다고 주장한 신좌파 사가들의 등장과 맞물려 일어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1960년대 미국 사회의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 신과파 사가들은 그때까지 미국의 역사에서 소외되었던 집단에 대한 연구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나라에서 3.1운동이 여성운동의 전환점이 된 것처럼 미국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는 동안 6백만 명의 여성이 노동현장에 투입되면서 여성의 경제 참여가 활성화되었다고 합니다. 여성사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이를 통하여 여성을 하나의 독립된 정체성으로 범주화시킨 것을 토대로 여성들의 역사를 일반역사 속에 편입시킬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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