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눈물 위를 달린다
팀 보울러 지음, 양혜진 옮김 / 놀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학교 폭력이 도를 넘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한지 오래 되었지만 구체적인 해결방안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요즈음 일진이라고 부르는 아이들은 제가 중학교에 다닐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어떻게 불렀는지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만, 덩치가 크고 교실 뒷자리에 주로 앉던 그 친구들이 체구가 작은 친구들을 괴롭힌 적은 없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같은 반 친구들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고, 학급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친구였을 뿐입니다.

 

얼마 전에 읽은 데이비드 미첼의 <블랙스완그린; http://blog.joins.com/yang412/13413557>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만, 유럽 국가에서도 학교 안에서 왕따와 친구 괴롭히기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주로 체구가 작은 아이들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똑 같습니다. 최근 주목받는 영국의 청소년소설작가 팀 보울러의 신작 <소년은 눈물 위를 달린다>에서도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바람에 학교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꼬맹이 고등학생 지니가 어느 날 닥친 폭력조직의 위협으로부터 가족을 구하기 위한 용감한 행동을 적고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정체모를 사람들이 집 밖을 배회하면서 감시하고, 그러다가 누군가 집안을 온통 뒤집어 놓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저 같으면 당장 경찰에 신고하고 도움을 구할 것 같습니다만, 지니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니 그럴 틈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학교를 빼먹고 집안에 숨어 있을 때 엄마가 누군가와 함께 집에 돌아오는 바람에 혼비백산한 지니는 몰래 집을 빠져나가기도 하는데, 술에 취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와 바람을 피우는 어머니가 마음에 들지 않는 지니 이지만 막상 가족들이 위기에 몰리게 되면서 부모의 안위가 제일 큰 문제가 되고 마는 것을 보면 부모 자식 간의 핏줄은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앞서 학생들 사이에 벌어지는 불미스러운 일들을 처리하는데 있어 우리나라는 사태가 악화되어 표면화되는 상황에서도 애써 사건을 무시하거나, 축소하기에 급급한 경향을 보인다고 들었습니다만, 이 책에 등장하는 지니가 다니는 학교의 레이섬 교장선생님은 문제 학생들의 동태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이들의 학교생활을 정상화시키고 사건을 예방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되는 것 같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지니를 달래는 장면입니다. “누구든 이 학교 안에 너를 곤경에 빠뜨리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게 누군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너는 내게 와서 이야기할 용기를 내야만 해. 그건 고자질쟁이가 되는 것과는 다르단다. 그건 용감해지는 거란다.(178쪽)” 흥미로운 일은 지니를 못살게 구는 스핑크 역시 정체모를 사람들이 심부름을 하는 말단 조직원이었고, 지니가 그 일에 휩쓸리면서 일을 같이 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스핑크의 모습에서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등장하는 엄석대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평소 집안에서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도 직장에서 해고를 당한 다음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하여 노력을 기울이고, 아내가 정체모를 남자가 쏜 총에 맞아 부상을 당해 병원에 입원하자 지니에게 작은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입니다. 사실 지니의 가족을 어려운 상황에 몰아넣은 장본인은 어머니의 외도 때문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니와 아버지는 가족들을 위하여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해피앤딩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원동력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지니는 달리기를 잘하는데, 그 특기가 가족을 구하는 힘이 될 수 있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을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는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콩가루같은 집안의 부모의 안위를 걱정하면서 달리는 대목입니다. “나는 달리면서 운다. 아까는 너무 무서워서 울음을 터뜨릴 수도 없었다. 언제부터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나는 지금 울면서 공원을 지나고 주택단지를 가로지른다. 온통 엄마 얼굴이 떠올라 머릿속이 터져 버릴 것 같다. 아빠 얼굴도.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150쪽)” 지니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궁금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