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의 계보 살림지식총서 37
안혁 지음 / 살림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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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속살을 들여다보기 위해 고른 책입니다. 그리고 보면 영화 <대부>를 비롯해서 마피아를 소재로 한 영화가 대중의 관심을 끈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런 영화에서 등장하는 총격장면들이 그저 영화적 장치일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알 카포네가 시카고에서 붙잡히는 것으로 마피아가 암약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안혁선생님의 <마피아의 계보>는 마피에 대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들을 많이 바꾸게 되는 기회사 된 것 같습니다. 저자는 먼저 ‘마피아’라는 단어의 어원을 찾고 있습니다. 1658년 시실리의 한 문헌을 보면 이교도 신앙을 믿는 어떤 여성을 묘사하면서 ‘큰 뜻을 품은, 포부를 가진, 자존심이 쎈’ 등의 뜻으로 마피아(Maffia)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아랍 쪽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는 경향도 있는데, ‘대담한 사람, 용감하고 배짱있는 남자 또는 허풍선이’를 뜻하는 mabias라는 아랍어에서 유래했다거나, 한때 팔레르모를 통치했던 Ma afir라는 사라센 부족의 이름, 시실리의 마르살라 지역에서 발견된 곳으로, 이교 신앙 등의 이유로 쫓기던 사라센들이 은신하던 mafie라는 이름의 동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고 합니다. 오늘 날 범죄조직의 대명사로 쓰이기 이전에는 “뛰어난, 남자다운, 훌륭한”이라는 의미로 쓰이던 단어라는 것입니다.

지중해의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시실리는 장화처럼 생긴 이탈리아 반도의 코끝에 올려진 듯한 섬으로 지중해의 요지입니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외적의 침입이 잦았던 탓에 시실리섬사람들은 서로 돕고 살아야 하며, 적에 대하여 협심하여 대항하고, 일단 친구라 하면 그가 비록 잘못된 길을 가더라도 절대로 배신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고 합니다. 즉 마피아란 시실리인들의 성격과 삶의 철학,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와 그들의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기본 요소, 그들의 기초 도덕을 아우르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랜 세월을 이민족의 지배를 받으면서 민족의 자주성이라 시실리의 독립 따위 보다는 자기와 자기 일가족의 안전을 도모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의 갈등 역시 법에 호소하기 보다는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시실리 사람들이 미국의 암흑가를 주름잡게 되는 것은 서기 1900년을 전후해서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의 대이민의 시기에 시실리를 떠나 미국으로 향하게 되면서인데, 1886년과 1902년 두 차례에 걸쳐 베수비오화산이 분화를 시작하면서 흉년과 기아가 닥친 것이 계기가 된 것입니다. 이렇게 미국으로 건너간 시실리안들은 먼저 자리 잡은 아일랜드계와 유대계 사람들과 세력을 다투게 되었지만, 단결력과 근면한 천성을 바탕으로 세력을 확장해갔다는 것입니다. 마피아가 미국의 암흑가에 터를 잡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바로 1920년 미국 전역에 확대하여 실시한 금주법이라고 합니다. 금주법은 미국 전역에서 술의 제조와 술의 수입 수출, 유통, 판매 등 술에 관한 모든 것을 금한 법이었지만, 술꾼들에게 금주가 원천적으로 불가하기 때문에 오히려 불법을 부르는 계기가 되었던 것입니다.

시실리 출신으로 암흑가에서 주도권을 처음 잡은 이는 뉴욕 마피아를 창설한 귀제페 마세리아라고 합니다. 당시 뉴욕에는 다섯 개 정도의 마피아 그룹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들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살바토레 마란자노의 주도로 귀제페가 제거되고 마피아 패밀리를 통괄하는 리더십을 선보였고, 시실리의 오랜 전통인 오메르타(침묵의 맹세)를 비롯한 다섯 가지 계율을 내걸었다는 것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미 정보국은 본토해안을 지키기 위하여 마피아의 세력을 활용하기도 하였고, 이탈리아반도에 상륙하기 위하여 시실리에 거점을 마련할 때도 마피아의 힘을 빌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암흑가 세력이 권력에 밀착하는 묘한 상황이 만들어졌던 것입니다. 알 카포네가 미국 갱스터의 대표적 인물로 기억합니다만, 알 카포네는 마피아가 아니라 시카고를 중심으로 한 아우트 피트라는 명칭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아우트 피트에는 비시실리 이탈리아 사람과 유대계, 러시아계, 영국계등 여러 인종들로 구성되었다고 합니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에서 마피아가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습니다.

마피아가 형성될 무렵 주요 소득원이 되었던 밀주사업으로부터 노조 경영 사업, 호텔 카지노 사업, 상납금, 금융업을 거쳐 마약사업에 이르기까지 사회변화에 따른 재빠른 변신으로 비교적 근래까지 활발하게 활동해왔다고 합니다. 많이 쇠퇴했다고는 하지만 암흑세력은 어느 시대나 존재했던 것처럼 이들을 대체할 새로운 세력이 등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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