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꼬리를 무는 책읽기’는 책읽기의 잔재미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내가 고른 이진숙님의 <위대한 미술책>을 읽고 있습니다. ‘곰브리치에서 에코까지 세상을 바꾼 미술명저 62’이라는 부제를 달아놓은 것처럼 미술에 관한 숱한 책들 가운데 저자가 고르고 고른 62권의 책 내용을 중심으로 저자의 생각을 곁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62권의 책들 가운데 제가 읽어본 책은 오직 한권 질 들뢰즈의 <감각의 논리; http://blog.joins.com/yang412/13157096> 밖에 없다는 사실에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미술이나 음악에 관심은 있으나 접근방식을 잘 모르다보니 닥치는대로 책을 읽어왔습니다. 당연히 체계적이지 못한 지식이 뒤엉켜 오히려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위대한 미술책>은 미술에 관한 접근방법을 깨닫는 기회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저자가 고른 62권의 책 가운데 아내의 추천으로 몇 권의 책을 골랐습니다. 그 첫 번째가 고 오주석 교수님의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공무원교육원에서 가졌던 강연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2002년 월드컵의 감동이 문화와 예술이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습니다. “문화,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보람, 특히 지금 이 땅에 사는 이유, 그리고 우리가 우리인 까닭, 바로 정체성의 문제입니다. (…)한 나라의 문화는 빼어난 사람들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문화인․예술가들이 아무리 피나는 노력을 해도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이란 결국 그것의 터전을 낳고 함께 즐기는 전체 국민의 눈높이만큼만 올라설 수 있습니다.”라고 서문에 적은 것처럼 세계만방에 우리 문화의 우수함이 널리 알려지려면 먼저 우리가 우리 문화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할 것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합니다. 저자의 말씀대로 ‘조상들이 이룩해낸 문화와 예술이 참으로 훌륭하고 격조 높은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보면 저자가 희망한대로 월드컵이 끝나고서 거세진 한류의 열풍은 드라마를 거쳐 음악으로 옮겨갔으며, 드디어 외국인이 쓴 외국어로 된 한국관련 서적의 출판이 늘어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됩니다. 아마도 지금 볼 수 있는 한국과 한국인을 바라보다 보면 그 내면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우리 안에 숨어있는 한국의 문화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자는 강연을 통하여 옛 그림 감상의 원칙과 옛 그림에 담긴 선인들의 마음, 그리고 옛 그림으로 살펴본 조선의 역사와 문화를 청중에게 전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강연의 내용을 옮긴 까닭에 구어체로 되어 있어 읽어 내리다 보면 마치 저자가 마치 눈앞에 서서 어떤 때는 조곤조곤히 또 어떤 때는 강하게 강조하는 듯하다는 느낌이 절로 드는 것 같습니다. 연자는 이렇게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옛 그림을 보여드리기 전에 우선 옛 그림 감상의 원칙을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선인들의 그림을 잘 감상하려면 첫째,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둘째, 옛 사람의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17쪽)”

 

옛 그림을 볼 수 있는 미술관 혹은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어떻게 접근하는가 하는 기본을 먼저 설명하고서 김홍도의 풍속화첩에 실려 있는 「씨름」이라는 소품을 놓고 옛 그림 감상법을 꼼꼼하게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먼저 전체를 개괄하고 이어서 그림의 세부적 요소를 따로 들어내 설명하고 있습니다. 연자는 그림의 미학적 요소 뿐 아니라 그림을 통하여 그 시절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까지도 유추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등장인물의 모습에서 씨름의 승패까지고 예견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VTR자료로 된 강연내용을 바탕으로 원고를 만드신 듯, 행간에 연자의 행동이나 청중의 반응까지도 적고 있습니다. 연자께서 ‘김홍도의 풍속화에 대한 설명을 듣다보니 실제로는 옛 그림을 제대로 본 적이 없구나 싶지요?’라고 던진 질문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저자는 대부분의 우리가 지금까지 부끄러워하던 조선의 역사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제가 만들어낸 정체성 이론이라는 근거없는 왜곡에 휘둘려왔다는 것입니다. 임진왜란 이후에 병자호란 등, 큰 전쟁이 난 다음에도 280년을 더 이어온 힘이 어디에 있었는지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조선은 왕이 강압적으로 통치한 나라가 아니라 덕으로 보살핀 나라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조선은 문화와 도덕이 튼실했기에 오백년이 넘게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옛그림을 통하여 우리 선조들의 올곧은 정신을 배우는 좋은 안내서입니다. 이진숙님이 <위대한 미술책>으로 꼽은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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