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을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
김별 지음 / 세상의모든길들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올 가을에는 스페인에 가보겠다고 작정을 한 것은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때문은 아닙니다. 언젠가는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어볼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최근 들어 유난히 스페인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게 된 것이 막연한 동경을 넘어 가보자고 결정을 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아프리카를 건너온 아랍문명이 유럽문명과 만난 독특한 모습을 창조해냈다는 곳을 꼭 보고 싶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예정하고 있는 스페인여행을 통하여 무엇을 보고 느낄 것인가를 정하기 위한 책읽기였는데, <스페인을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은 그런 목적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일단은 우리나라의 여행사 프로그램을 이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르겠습니다. 스페인이라고 하는 미지의 나라에 눈을 뜨게 된다면 저자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보려는 시도를 하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고 그러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일 듯 싶습니다.

 

저자는 스페인을 여행하는 방법이 세 가지가 있다고 했습니다만, 내용을 읽어보면 결국은 탑덱(Topdeck)이라는 버스를 이용한 단체여행과 카우치서핑과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결정한 숙소를 거점으로 하는 자유여행입니다. 해외여행을 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그곳에만 있는 특별한 무엇, 그것이 유적이 될 수도 있고, 박물관 혹은 미술관, 색다른 볼거리를 보기위한 여행이고, 두 번째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독특한 삶, 문화 등을 체험하기 위한 여행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분류에서 본다면 저자는 후자를 위한 여행을 세 차례나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 가운데는 저자의 초등학교 친구 덕분에 즐길 수 있었다는 산 세바스티안에의 미식가 클럽 소시에닷에서 스페인 사람들의 독특한 음식을 즐길 수 있었던 경험은 단체여행에서 즐길 수 없는 좋은 경험으로 부럽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제가 하려고 하는 여행에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말씀을 드렸던 것입니다.

 

탑덱을 이용한 첫 번째 여행을 2012년 5월에 다녀왔는데, 그 여행이 남긴 진한 느낌은 곧바로 9월말에 열흘간의 일정의 자유여행으로 다시 스페인으로 향하도록 했고, 그도 부족했음인지 이듬해 1월 다시 스페인으로 향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다녀온 스페인에서 저자가 얻은 것들은 굳이 그곳에 가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탑덱여행에 같이 한 33명의 참가자들과 어떻게 어울리고 그들과 주고받은 이야기들이 자신에 미친 영향이 무엇인지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예를 들면 마드리드에서의 어느 날 저녁 저녁을 먹을 때 만난 제이콥이 니콜라스라는 친구에게 끌려 다니면서 기념사진 찍어준 것이 전부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외국 아이들도 다른 사람 때문에 원치 않는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합리적인 줄 알았던 서양에도 이런 친구도 있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에게 위안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내용을 읽으면서 참 비싼 수업료를 치렀구나 싶었습니다. 젊어서일까요?

 

첫 번째 여행에서 돌아오면서 저자는 자신이 혼자 있는 것을 무서워했고, 가까운 사람에게 한없이 의지하려했고, 무리에서 외톨이가 되지 않으려 바둥거렸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교적이 되어보기 위하여 혼자서 자유여행을 떠나기로 했다는 것인데, 한국에서는 사교적인 삶을 배울 기회를 찾아보는 것이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요? 여전히 누군가의 시선이 불편했기 때문에 스페인이라고 하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곳을 찾았던 것은 아닐까요? 결국 저자는 한국이 아닌 곳이 필요했던 것이고 그것이 굳이 스페인일 필요는 없었던 것이고, 저자가 추천하는 여행방법은 꼭 스페인을 위한 맞춤여행방식일까? 하는 의문만 남긴 책읽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그저 <틀에 박힌 일상을 떠나 외국을 여행하는 방법> 정도의 제목이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참 그리고 보니 저자가 스페인으로 향하게 된 계기가 회사의 파트너가 프로모션이 소셜을 활용해보자는 느닷없는 제의가 발단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세 차례의 스페인여행을 마치고도 ‘소셜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만족한 답을 얻지 못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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