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예언자 1 오드 토머스 시리즈
딘 R. 쿤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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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에서 활동하게 되면 관심분야 이외의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을 기회가 생긴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매년 1,700만 부 판매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의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 현실적인 공포를 초자연적인 현상 속에 녹여내는 독특한 스타일의 서스펜스 스릴러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딘 쿤츠가 창조한 죽음을 볼 수 있고, 살인을 예언하는 독특한 능력을 가진 오드 토머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물인 <살인예언자>를 읽게 된 것도 다산북클럽 나나흰 덕분이기도 합니다.

 

장르소설의 마니아라고 까지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한때는 몰입해서 읽은 적도 있습니다. 사실 스토리전개를 요약하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추리소설의 경우는 소설보다도 리뷰를 쓰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인예언자>의 경우는 주인공의 독특한 능력 때문인지 무언가 들려줄 이야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죽을 보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듣는 이의 등골에 서늘한 기운이 흘러내리게 할 만큼 흥미로운 주제이기도 합니다. 멀리는 <식스센스>도 기억이 나구요. 얼마 전에 끝난 드라마 <주궁의 태양>에서도 죽음을 보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했습니다. 특히 주군의 태양에서는 죽은 사람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해결사 역할을 맡아 묻힐 뻔한 사건의 범인이 드러나게 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미래에 일어날 살인 사건을 예언하는 능력을 주제로 한 영화로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있었습니다. 살인이 일어날 시간에 도착해서 범인을 미리 검거한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살인예언자>는 죽음을 보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른 범인을 추적하기도 하지만, 미래에 일어날 살인사건을 미리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범인이 누구인지까지 알 수 있는 다양한 초능력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초능력자도 진화를 하는 셈입니다. 딘 쿤츠가 창조한 초능력자 오드를 주인공으로하는 <살인예언자>는 비밀스럽고 공포에 가까운 오드의 삶과 사건을 다루면서도 오히려 인간에 대한 애정, 희망, 사랑 등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공포나 반점뿐 아니라 슬픔과 아픔, 감동을 동시에 풀어놓게 될 이 연작 시리즈는 모두 7편으로 완결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귀신이 등장하고 살인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기 때문에 이야기의 분위기가 낭만적이면서도 으스스하기까지 합니다. 예를 들면, 열두 살의 외향적이고 생기발랄한 소녀, 페니 칼리스토가 자신의 죽음을 고하는 장면에서 도시에 있는 언덕에서 주워왔을 조가비를 귀에 대어보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내 귀는 하나의 소라껍질, 바다의 소리를 그리워한다’는 장 콕토의 시 ‘Mon oreille(내 귀는 소라 껍질)’이 연상됩니다만, 정작 우리의 주인공은 조개껍질에서 바닷소리는커녕 사막의 울음소리도 듣지 못할 뿐 아니라, 심지어는 야수의 거친 숨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굶주린 야수의 울음소리, 욕망과 광기의 울부짖음을 듣고 살인자의 빗나간 욕망을 저주하는 듯합니다.

 

오드가 볼 수 있는 존재 가운데 미스터리한 것으로 바다흐라는 것이 있습니다. 저자는 바다흐를 이렇게 정의하였습니다. ‘꿀벌이 꿀을 찾아다니듯 그들은 죽음을 빨아먹는다. 마다흐들은 곧바로 죽음과 이어진다.’ 일종의 죽음을 예고하는 존재인 것입니다. 특히 살인을 저지를 인간의 주변이나 죽음을 맞을 사람에 나타나는 존재입니다. 바다흐의 숫자는 곧 죽음을 맞을 사람들의 규모를 알 수 있게 하는 표지가 될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피코문도는 모하비 사막에 가까운 피코문도라는 작은 도시입니다. 미국의 남부지역은 여름철이면 더위가 장난이 아닙니다. 어느 해이던가 피닉스에서 묵었는데, 한 밤에도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잠이 들 수 없을 지경이었고, 한낮에 고속도로에서 정체를 만나게 되었는데, 에어컨을 돌리다 보니 엔진이 과열되어 화재가 발생할 지경이어서 에어컨을 끌 수 밖에 없었고, 결국은 더위에 지치고 말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피코문도의 여름은 자정이 되어서도 35도의 열기가 남아 있다는 곳이고 보면 여름을 지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살인예언자 1부>에서는 사이비종교에 빠진 범인들이 대량살인을 획책하는 사건을 저지하기 위한 오드의 활약을 그리고 있습니다. 범인을 추정해가는 과정은 주로 오드의 초능력에 의지하는 점이 조금은 아쉽지만...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아주 간결하고 빠르게 전개되고 있어 쉽게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책의 부피는 만만치 않습니다만 제주출장을 다녀오면서 모두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흡입력이 뛰어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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