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명 - 전 세계 100억 인류가 만들어낼 위협과 가능성
대니 돌링 지음, 안세민 옮김 / 알키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전 세계 100억 인류가 만들어낼 위협과 가능성’이라는 부제가 달린 대니 돌링교수의 <100억명>을 받아들고 보니 갑자기 심란해졌습니다. “인간이 사회적 행복을 끝없이 바라는 것은 인구가 생산증가를 언제나 앞지르는 것을 감안할 때 헛된 것일 수밖에 없다. 인구는 억제하지 않으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나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만 증가하므로, 언제나 인구는 생존의 한계까지 늘어난 다음 기근·전쟁·질병으로 팽창을 멈추게 된다. '악덕'(맬서스에 따르면 피임도 포함)·'빈곤'·'극기'를 통해서만 이 같은 지나친 인구증가를 억제할 수 있다.(다음 백과사전에서 인용)”라고 요약되는 영국의 경제학자 토마스 로버트 맬서스가 1798년 발표한 인구론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인구에 관한 맬서스의 주장은 관념적이고 분석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니 조금은 위안이 되는 것 같습니다. 맬서스가 경제적 비관주의자의 원조라고 평가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습니다.

 

최근에 나온 우리나라의 인구전망을 보면, 2012년 6월 23일 5천만 명을 돌파한 우리나라의 인구는 2030년 5,216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다음 하락해서 2045년에는 다시 5천만 명 아래로, 그리고 2069년에는 4천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여성의 사회활동이 많아지고 초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평균출산 연령이 2010년 기준으로 31.3세로 늘어나고 출산율이 1.23명으로 낮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인구추이와는 달리 세계 인구는 꾸준하게 늘고 있다고 해서 조금은 혼란스러우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인구의 규모를 유추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인구조사제도가 확립된 국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확한 인구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현재도 세계의 인구의 약 5분의 2는 추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것입니다. “단편적인 기록 등을 토대로 서력 기원 전후의 세계인구는 약 2억 내지 3억이었다고 추산된다. 중세 봉건시대에는 인구의 증가가 주춤했다. 유럽에서는 인구의 지주 구실을 하는 생산력의 확대가 한계에 달했을 뿐더러 흑사병과 같은 전염병의 유행과 잦은 전쟁으로 많은 인구가 줄어들었다. 세계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중반에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 의학과 농업의 발전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난 20세기 초이다. 1804년 세계 인구는 10억을 돌파했고 1927년 20억을 돌파했다. 1960년에는 30억을 돌파했고 1974년에는 40억을 돌파했다. 1987년 7월 11일에는 50억을 돌파했고 1999년 10월 12일에는 60억 명을 돌파하였다. 2011년 10월 31일에는 UN이 70억 명을 돌파했다고 공식발표했다.”라고 위키백과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세계인구가 가파르게 늘어나다 보면 맬서스의 인구론이 지나치게 비관적 시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더라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즉 ‘10억 명의 인구가 증가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인구폭발로 이어질 것인가?’하는 우려 말입니다. 만일 그런 결과가 아니라면 ‘세계인구의 증가세가 꺾이는 결정적 요인이 등장할 것인가?’하는 판도라의 상자에 남아있던 희망을 기억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니 돌링 교수의 <100억명>은 최근 세계인구의 동향을 분석하고 다양한 요인을 바탕으로 하여 앞으로의 추이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지나친 비관주의나 낙관주의를 경계하여 ‘이성적 낙관주의자 vs 화가 난 비관주의자’에 비유하여 스스로를 ‘현실적 개혁주의자’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저자는 다양한 생물의 멸종, 기후 재앙, 전염병, 문화의 충돌 그리고 경제의 위기 등, 우리가 두려워할 대상들 가운데 적어도 인구에 대한 두려움만큼은 별난 것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그동안 간과하고 있던 희망의 징후들이 보다 명백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류는 지속 가능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집단적 선택을 하게 되리라는 징후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지금의 인구 폭발은 2050년 전후에 끝날 것이고, 세계 인구는 90억~100억 명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16쪽)”라는 예언을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참혹한 전쟁이나 전염병이 지구 전체를 강타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바로 그 희망의 징후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점과 거의 모든 지역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살게 되었다는 점이 포함되고 있습니다.

 

먼저 이 책의 구조는 아주 흥미롭게 되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세계인구가 100억 명 수준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을 제1장 ‘지나친 걱정은 금물’에 담았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세계인구가 10억 명 단위로 증가한 혹은 도달할 시점을 기준으로 장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2장은 세계인구가 50억 명에 도달하기까지의 아주 오랜 기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당시에도 인구가 많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도 만날 수 있습니다. 제3장은 세계인구가 60억 명에 도달했던 2000년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혼란과 소비 정점 문제를 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4장은 세계인구가 70억 명에 도달한 2011년까지의 이야기로 다양한 쟁점들 가운데 미래의 에너지 공급문제를 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이미 지나간 시점에 일어난 일들을 정리하고 있는 셈이지만, 이 책의 후반부가 되는 제5장부터 제8장까지는 미래에 닥칠 일을 추측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에 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여 현재가 미래와 어떻게 관련될 것인가를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제5장은 세계인구가 80억 명에 도달하게 되는 2025년까지를 다루는데, 주로 식량 문제, 물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인류가 자신의 문제를 더 잘 처리할 수 있을 만큼 집단적으로 똑똑해질 수 일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제6장은 세계인구가 90억 명에 도달하게 되는 2045년까지를 다루며, 국경 통제와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를 설명합니다. 제7장에서는 멀리 이번 세기말까지 내다보면서 인구가 100억 명이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우리의 후손들은 지금의 우리보다 어떻게 잘 살 수 있을 것인지를 논합니다. 저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제8장에서는 100억 명이 되지 않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즉 인류의 집단지성이 이룩할 미래에 희망을 가져야 할 이유를 설명합니다.

 

2003년 12월 9일, UN 인구과는 세계인구에 관한 장기 전망을 담은 <2300년 세계인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예측 범위의 중간지점에 해당하는 2100년까지 세계인구가 91억 명으로 증가했다가 이후 서서히 감소하여 2300년에는 90억 명 수준에서 안정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평균적인 가정의 출산율이 조금 높을 경우 2300년 세계인구는 364억 명이 될 것이며, 출산율을 낮게 가정하면 2300년 세계인구는 23억 명에 불과할 것이라고 합니다. 2011년에 UN은 더 이상 2300년까지의 장기예측을 내지 않기로 하고, 대신 2100년까지의 세계인구를 예상하는데 그치기로 하였습니다. 높은 시나리오에 따른 예상치는 158억 명, 중간 시나리오에 따른 예상치는 101억 명, 낮은 시나리오에 따른 예상치는 61억 명으로, 2003년의 예상치보다 다소 높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과거의 출산율을 반영한 극단적인 시나리오에 따른 예상치는 268억 명이 되는데, 매우 낮아지는 시나리오는 예상치 않았다고 합니다. 최근 독일, 이탈리아, 일본, 마카오, 홍콩, 싱가포르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구 추이가 범세계적으로 확산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미래에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현상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노령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체 인구가 감소하는 현상이 인류에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도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UN이 2011년에 내놓은 대륙별 총출산율 동향자료를 보면 아프리카를 제외한 대륙에서 여성 1명당 자녀수 급속하게 감소하여 2명에 수렴하고 있고 유럽의 경우는 2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유럽에서는 인구감소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제3세계로부터 이민을 받았는데, 최근 이들을 위한 복지부담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통상적으로 유럽으로의 이민이 늘게 되면 세계인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르게 감소하게 될 것으로 보는데, 그 이유는 이민자들은 새로운 지역의 출산경향에 빠르게 적응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책의 제목으로 인용된 세계인구 100억 명은 2100년에 도달하게 되는데, 재미있는 것은 그 절반에 해당하는 50억 명에 이르기 까지는 인류의 기원이라고 할 기원전 6만 2,000년부터 기원후 1988년까지 무려 6만 4천여 년이 걸렸다는 것입니다. 반면 나머지 50억 명이 늘어 100억 명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12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기원후 인구 증가율은 연평균 0.1%에 미치지 못하였고 1851년을 기점으로 하여 세계적인 인구증가세가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하였는데, 그 이유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로부터 시작한 인구증가세는 세계대전이나 스페인독감, 대공항, 중국의 대기근과 같이 심각한 인구감소요인이 있는 기간이 지나면 반등을 거듭하면서 1971년까지 이어져 정점을 찍은 다음 역시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세계인구가 50억 명에서 60억 명이 되는데 불과 12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 중에 석유, 원재료, 미네랄, 비료, 시멘트, 물, 음식 등 모든 것들에 대한 소비가 정점을 찍고 하향세로 돌아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수요를 촉구하던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탐욕을 절제하기 시작한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70억 명이 되는 과정에서 세계는 에너지로 인한 환경오염과 함께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용에 대하여 인식을 같이 하고 에너지 수요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에너지위기에 대하여 저자는 다행히 화석연료의 수요가 감소하고 있고, 추가로 발견된 화석연료 자원은 대체에너지를 에너지원으로 교체하는데 필요한 시간적 여유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이성적 낙관주의자; http://blog.joins.com/yang412/11893963>를 쓴 매트 리들리에 대하여 ‘기득권자이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권력자들이 그의 생각을 진지하게 수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들리는 인류가 급속하게 번영을 누리게 된 것은 물물교환과 노동의 분업을 발견하여 적은 노력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며, 특히 현대에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정보를 네크워크화 하는데 성공한 것이 인류가 다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매틀리의 이런 주장은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지금까지의 기술만으로도 점점 늘어나는 세계인구의 식량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영국기계공업협회의 주장(267쪽)”과도 일맥상통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즉 현실적 개혁주의자라고 하는 저자 역시 이성적 낙관주의자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세계인구가 90억 명이 되는 시점에는 65퍼센트 이상의 사람들이 도시에 거주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인구 3,200만 명으로 이루어지는 메가시티가 대략 280개 정도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메가시티는 도시와 시골이 느슨하게 결합된 모습으로 확장된 경계 안에 논이 펼쳐지기도 하고, 공터도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메가시티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불평등이 심화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탐욕스러운 소수가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열망 때문에 불평등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으로 진단하고, 앞으로 인류의 다중지성이 이런 열망을 억누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환경친화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면 세계인구가 100억 명이 되더라도 지금 70억 명이 지내는 것보다 더욱 조화롭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단언합니다. 나아가 이 책의 제목과는 달리 지구상에서 100억 명이 복닥거리며 살 것이라는 예상보다는 낮은 수준에 세계인구가 수렴될 것이며, 또한 부의 수렴현상도 일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2004년 <바이오사이언스>에 발표된 메타분석는 이렇습니다. “모든 연구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최선의 추정치는 77억 명이다. 그리고 지금의 기술을 고려할 때 상한과 하한은 각각 980억 명과 6억 5,000만 명이다.(436쪽)” 지구는 여전히 살만한 곳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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