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세이션 - 결심을 조롱하는 감각의 비밀
살마 로벨 지음, 오공훈 옮김 / 시공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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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간은 오감(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을 통하여 이 외부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감각하는 것만으로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즉 사물에 대한 감각정보가 학습되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한 것입니다. 감각의 예민도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에 감각능력은 선천적인 예민도와 학습이라는 후천적 요소가 작용하여 결정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단일 감각만으로 사물을 인식할 수도 있겠으나, 오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사물을 인식할 수도 있겠습니다.

 

감각의 기원과 진화과정, 그리고 문화에 따른 감각의 다양성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감각의 박물학; >의 저자 다이앤 애커먼은 감각을 통하여 사물을 인식하는 과정을 이렇게 요약하였습니다. “감각은 뚜렷한 혹은 미묘한 사실들을 그대로 분명하고 확실하게 인지하지 못한다. 감각은 현실을 아주 잘게 쪼갠 다음 그것을 다시 모아 의미 있는 형태를 만든다. (…) 감각은 작은 조각그림 맞추기의 작은 조각 같은 정보의 단편을 뇌에 입력한다. 충분한 조각들이 모이면, 뇌는 지금 보고 있는 건 ‘소’라고 말한다.(10쪽)” 감각이라고 하는 과정에 여러 단계로 구성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 오차가 개입할 수 있겠습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 심리학부 살마 로벨 교수는 감각, 특히 시각과 촉각을 통하여 감지하는 외부자극이 뜻밖의 힘을 발휘하여 우리의 내면세계와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다양한 심리학실험 등을 인용하여 밝히고 있습니다. <센세이션>이 바로 그 책입니다. 충격적인 화제를 의미하는 단어로 주로 사용되고 있는 ‘sensation’은 ‘감각 혹은 느낌’ 정도로 이해하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The New Science of Physical Intelligence’라는 부제를 직역해보면 ‘신체적 정보의 새로운 과학’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나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의 감각을 체계적으로 탐구하려고 한다. 아울러 세상이 발산하는 색체에 대한 감각적 체험, 인간 스스로 지니고 있다고 확신하는 합리적 정신, 아울러 우리 자신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다고 믿는 생각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 드러내려 한다.(7쪽)”라고 적었습니다. 예를 들면, 왜 빨간색이 사람들로 하여금 저조한 시험점수를 받도록 하는지 설명하겠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인간의 오감을 모두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시각과 촉각에 관한 분야에서 심리학 실험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먼저 1부 ‘손으로 느끼는 모든 것’이라는 제목에서는 따듯함 또는 차가움이라는 온도에 관한 느낌, 딱딱함과 푹신함이라는 감촉, 가벼움 혹은 무거움이라는 무게감이 사람의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였습니다. 2부 ‘눈으로 보는 모든 것’에서는 사물의 색깔, 특히 빨간색이 사람의 심리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고, 이어서 밝음 또는 어두움이라고 하는 빛의 세기를 다루었습니다. 3부 ‘위치가 말하는 모든 것’은 위치에 대한 감각의 영향을 다루고 있는데, 위치에 대한 감각은 공간영역을 다루기 때문에 주로 시각을 통한 감각이 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 4부 ‘마음으로 느끼는 모든 것’은 복잡합니다. 시각적 요소도 있을 뿐 아니라 달콤함과 시큼함과 같이 미각적 요소를 다루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향기라는 주제는 후각에 따른 영향이라고 할 수 있어서, 전체적으로 보면 주제의 분류를 보다 분명하게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다양한 실험의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이론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내용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가 주로 하고 있는 일 가운데는 회의를 통하여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종의 협상입니다. 책을 읽다보니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팁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만약 의자가 푹신하다면 그 의자에 앉은 사람이 유연한 태도를 보여, 처음에 보여줬던 태도나 제안 내용을 바꿀 절호의 기회가 올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차갑고 딱딱한 의자에 앉는다면, 상대방과 당신은 서로에 대해 비우호적이고 유연성도 없다고 여길 확률이 높다.(60쪽)”라는 구절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계피나 페퍼민트향, 갖 구운 크루아상과 방금 내린 커피향과 같이 좋은 향기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향상시킨다고 합니다. 협상에 임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역시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에 회의 전 철저한 준비는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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