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뒤집어보기 살림지식총서 8
장석정 지음 / 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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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연수하는 동안 구경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려다 보니 겉으로 보이는 미국 이야기가 될 것 같다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마침 살림지식총서 시리즈에 미국에 관하여 요약해놓은 책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고 읽어서 참고해볼 생각입니다. 그 첫 번째가 일리노이 주립대학에서 경영학을 가르치고 계신 장석정교수님의 <미국 뒤집어보기>입니다. 사실 무엇이든 겉만 보아서는 제대로 안다 할 수 없기 때문에 속살을 들여다 볼 기회를 만들 필요가 있겠습니다.

 

미국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정서는 복합적인 것 같습니다. 6.25동란으로 한반도가 공산화될 위기를 막아준데 대하여 감사하는 생각이 있는가 하면, 저자의 말대로, “일찍이 일본의 한국 병탄을 눈감아 주었고, 한국전쟁을 일으켜 반도를 두 동강 내더니만(무엇에 근거한 주장인지 모르겠습니다.) 군사독재를 도와 한국의 민주화를 저해해왔고, 최근에는 일방적인 패권주의로 일관하면서 세계화, 신자유주의라는 간판 뒤에 숨어 미국화의 속셈을 펼치고 있다.(4쪽)”라는 생각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미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저자는 이와 같이 상충되는 생각들이 부딪히고 있는 한국의 현실은 우리가 미국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현실과 미래의 큰 부분이 미국과의 관계에 의해서 결정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몰이해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결론을 먼저 내놓고 있습니다. 결국은 친미, 반미를 논하기 전에 용미(用美)를, 그보다 전에 지미(知美)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9.11사태가 일어난 다음에 테러조직을 뒤쫓는다는 명분으로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에 미군을 투입하여 전쟁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하여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미국인들이 추구하는 것은 사랑과 존중, 이해와 동정을 바탕으로 하여 자유와 정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미국이라는 ‘가치’와 ‘이상’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이 지향하는 가치와 이상을 성취하기 위하여 미국이 선택한 방법론에 대한 세계인들의 부정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여 영토를 확장하고 내부의 갈등을 봉합해온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이어서 미국 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자유시장경제의 의미를 새기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읽은 은퇴 이후의 삶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다룬 <노후, 돈 걱정 없이 살고 싶다; http://blog.joins.com/yang412/13431662>에서 오늘날 우리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한 이유를 신자유주의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미국의 자유시장경제는 다른 나라와는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즉, 정부가 은행을 중심으로 자본을 통제하고 있는 일본이나 독일을 자유시장경제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하물며 경제의 큰 틀을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 말할 것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이어서 저자는 미국의 교육제도, 언론 그리고 문화와 스포츠부문의 특성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교육체계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만, 학습장애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미국의 교육제도는 분명 보이지 않는 힘이 들어있다고 단언하기도 합니다. 소위 엘리트 체육으로 글로벌 스포츠계에서 급부상해온 우리나라는 최근 문화 부문에서도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을 적용한 엘리트주의로 한류를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하기에 이르렀습니다만, 과연 이런 현상이 지속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겠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처음부터 이민을 받아들여 출발하였고 지금도 세계 각국으로부터 이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다인종 국가일 수밖에 없는 미국을 일컬어 용광로, 샐러드 그릇, 모자이크, 무지개라는 표현을 사용해왔다고 하고, 뉴욕 같은 대도시를 마치 인종박람회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국새화 주화에는 'E Pluribus Unum'라는 라틴어 문구가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이는 ‘One Out Of Many’, 즉 ‘다수로부터 하나를 이룬다’는 의미로서 저자가 ‘아흔 아홉 개의 얼굴을 가진 나라, 미국’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처럼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다양성과 복잡성이 바로 미국의 힘이라는 설명입니다. 단일민족이 장점이 될 수 있지만 거꾸로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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