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과학이 빛나는 밤에 - 천체물리학부터 최신 뇌 과학까지, 우주의 역사부터 과학의 역사까지
이준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4년 4월
평점 :
우주의 시원으로부터 태양계가 생기고, 지구에 생물이 생겨서 지금에 인간에 이르기까지의 장구한 역사를 하나로 정리된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물론 혼자서의 힘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일단은 천체물리학으로부터 지구과학, 고생물학, 생물학, 사회과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한 전문지식을 갖추어야 할 것 같아서입니다.
우주의 기원에서부터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137억 년이라는 긴 역사를 요즈음에는 <빅 히스토리>라고 부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빅히스토리를 개괄한 책은 아직 읽어보지 못하고 있고, 다만 지금까지 읽어본 책들 중에 칼 세이건과 얀 드루얀의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http://blog.joins.com/yang412/12597810>가 제가 원하는 바에 근접한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천문학 혹은 우주과학을 전공한 칼 세이건이 공저자임에도 불구하고 우주의 시원에 관한 부분에는 전체 21개 장 가운데 첫 번째 장만을 할애한 점이 아쉬웠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저자가 쓴 <과학이 빛나는 밤에>란 책이 빅히스토리를 다루고 있다고 해서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습니다. 같은 이름의 팟캐스트 방송에서 다룬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단 팟캐스트 방송이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으려면 아무리 어려운 내용이라도 쉽게 정리해서 이해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저자의 팟캐스트 방송은 대단한 시청자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여는글을 통하여 “우주의 시작부터 원소와 별의 형성을 거쳐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하고, 그렇게 진화한 인간이 문명을 발전시켜 자신의 근원인 우주를 들여다보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열한 개의 단원에 걸쳐 이야기했다.(10쪽)”라고 적었습니다. 내용을 보면 ‘천체물리학부터 최신 뇌과학까지’라는 부제보다는 ‘우주의 역사부터 과학의 역사까지’라는 부제가 더 적확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이신 김희준교수님께서 추천사를 통하여 “저자의 재치있는 비유와 설명을 읽으며 과학 상식을 쌓는 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책이 우주와 자연에 대해 보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5쪽)”라고 하셨는데, 책내용을 잘 나타내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교수님의 말씀대로, 이 책의 처음 두 단원에서는 138억년 우주의 역사에서 90억년을 차지하는 별과 은하의 진화를 거쳐, 태양계의 형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주의 시원에 관한 빅뱅이론은 물론 최근에 제시되어 주목받고 있는 초끈이론에 이르기까지 최신지견을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생명, 동물과 식물, 인류의 진화까지 생명에 대한 부분을 세 단원에 걸쳐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여섯 단원에 걸쳐 과학 발전의 전개과정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대체적으로 서양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물리학의 발전과정을 주로 다루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저자가 정리하고 있는 대부분의 설명들이 공감되고 잘 요약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만, 일부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서양에서 발전하게 된 근대과학이 유일교 신앙에서 싹텄다는 설명 같은 부분입니다. “종교가 과학의 발전을 훼방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과학이 발전하는 원동력을 제공한 겁니다. 과학자들이 유대교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신을 계승한 기독교를 믿었으니 추상적인 유일신 개념을 똑같습니다.(251쪽)”라는 저자의 주장은 불교 혹은 유교가 중심이 된 아시아나, 여러신을 믿은 인도에서 과학이 발전할 수 없었다는 식으로 이해되어서 혹여 저자가 특정종교의 영향을 받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업생산량이 늘어나 생기는 잉여생산물을 팔기 위한 시장이 중세 유럽에서 발전하게 되었다는 저자의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잉여생산물 유통의 역사는 이미 기원전 3000년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에 이르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당시 거래내용을 기록한 문서가 남아있다고 합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주전원에 관한 설명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모형에서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모든 천체가 지구를 중심으로 도는 것으로 설명하는데, 갑자기 “마치 달이 지구 주위를 돌면서 태양 주위를 간접적으로 도는 것처럼(270쪽)” 설명한 것이 옳은지 모르겠습니다. 코페르니쿠스를 인용하여 천문학의 혁명을 설명하는 글을 마무리하면서 저자는 네이피어 등이 산책을 통하여 문제해결을 했다는 것을 뭔가 넣으면 뭔가 나오는 자판기에 비유하면서 자신도 자판기를 이용해 글을 쓰면서 신기할 따름이라고 비유한 것(276쪽)이 맞는 비유인지도 헷갈립니다.
정리해보면 저자는 물리학을 전공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물리학을 대표선수로 하여 근대과학이 발전해온 과정을 설명하고 있고, 생물학이나 화학 등 다른 과학분야는 다루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신의 뇌과학까지 다루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극히 피상적인 일부만을 다루고 있을 뿐 생명과학 부문 역시 제대로 다루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많이 아쉽기는 하지만 물리학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