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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말 걸기 - 밴쿠버에서 퀘벡까지 인문여행서 ㅣ 두 번째 티켓 3
최혜자 글.사진 / 이담북스 / 2014년 6월
평점 :
벌써 오래 전입니다만, 미국의 미네소타에서 공부를 하면서 가까운 캐나다를 돌아볼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때 기록해두었던 여행기와 사진들을 들추어 보면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보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최혜자님의 캐나다 여행기를 읽게 된 것은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특히 비교문화를 연구한 저자는 다문화출신의 구성원들을 포용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만들어온 캐나다의 문화적 특성을 연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연구를 마칠 무렵 캐나다의 뱅쿠버에서 출발하여 버스를 타고 동진하여 퀘벡주를 거쳐 미국의 뉴욕주에 이르는 여행을 해보기로 하였다고 하는데, “벤쿠버에서 본 다문화주의의 얼굴과 다른 부분을 찾아보고 싶었다. 나는 결국 캐나다에서 탐색자이자 여행자로서 밴쿠버에서 퀘백시티까지 훑어다녔고, 캐나다의 민얼굴을 만나려고 애를 썼다. 여행은 그러한 캐나다인들의 일상의 순순한 모습을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다.”라고 이유를 적었습니다. <캐나다에 말걸기>는 다분히 도전적으로 기획된 여행이었던 것입니다. 저 역시, 캐나다 서쪽 끝에 있는 뱅쿠버에서부터, 캐나디언 로키, 위니팩, 선더베이, 수 세인트-마리, 캐나디언 나이애가라폭포, 토론토, 사우선 아일랜드를 거쳐 오타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역을 다녀보았기 때문인지 저자와 함께 여행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가 놓쳤던 부분들까지 세심하게 조사하여 캐나다사람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잘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개인적으로는 인생의 후반을 준비하면서 나름대로의 삶을 정리하고 성찰해보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인데, 더하여 캐나다에 유학 혹은 어학연수를 계획하고 있는 학생 혹은 그 가족들이 캐나다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같이 근무하시던 위원님께서 최근에 캐나다로 떠나셨다고 하던데, 조금 일찍 출간되었더라면 도움이 많이 되었겠다 싶습니다.
책은 모두 열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앞선 3개 장은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생활하시는 동안 돌아본 밴쿠버의 속살을 꼼꼼하게 살펴 정리하신 것 같습니다. 4장은 캐나다 횡단여행을 떠나게 된 사연을 적었고, 이어서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다음에 있는 앨버타주-서스캐처원-매니토바-온타리오-퀘벡에 이르기까지의 여정과 긴 여행에서 발견한 캐나다의 다양한 모습과 캐나다 사람들의 모습들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장은 덤으로 붙인 미국 뉴욕의 모습입니다.
캐나다에서 살면서 느낀 영어로 말하기에 대하여 저자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영어권에 살면서 영어가 저절로 될 것이라는 환상에도 단단히 문제가 있다. (…)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며, 문화적 소산이 중 가증 으뜸이다. 언어를 배우고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한다는 것은 언어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다른 나라의 문화적 상징까지 지속적으로 배우고 익히는 것을 의미한다.(260쪽)” 사실 이 한구절만 이해해도 이 책을 읽은 값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캐나다의 다문화주의 역사를 거슬러 남북통일이 되는 그날을 상정하고 있는 저자의 생각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 다툼에는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못지 않은 증오의 이데올로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후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상호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 같다. 캐나다는 현재 당시의 식민지 전쟁의 논리 속에 피 흘린 이들을 아와 타로(한글로 적었습니다만 아마도 我와 他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규정하지 않는다.L 그저 캐나다를 만든 역사라고 여긴다. 과거를 역사로 객관화하고 같이 살자는 것이 다문화주의이다. (…) 나는 캐나다의 다문화주의 역사를 보면서, 남북한에도 서로 포옹하는 날이 올까 생각하게 된다. 어차피 깨알 같은 제압을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 상호 인정이 가장 현명한 결정이라는 것이 캐나나가 내린 결론이다.(369쪽)” 처음 저자가 다문화출신 이주민을 위한 연구를 위하여 캐나다에 가셨던가보다는 선입견이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저자는 통일 이후의 우리사회를 고민하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나아가 인정과 수용만을 의미하지 않고 자기 정체성에 걸맞지 않은 것을 거부할 수 있는 것까지 포함해야 완성된다는 결론(373쪽)에 이르고 있으니, 이 주제에 대하여 많은 분들의 관심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