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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걸의 닥터 콘서트 - 힘 없는 환자가 아닌 똑똑한 의료 소비자 되기
홍혜걸 지음 / 조선북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전문가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일은 어쩌면 자신의 전공분야의 이야기를 일반인이 알기 쉬운 말로 설명하기입니다. 특히 일반인들이 궁금한 점이 많은 의학의 경우에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특히 말로 설명하기도 쉽지 않은데 글로 써내기는 더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벌써 몇 권의 책을 써내기는 했습니다만, 그때마다 원고를 읽는 아내로부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의사들이 일반 독자를 위해서 쓴 의학 관련 책들을 적지 않게 읽어보았습니다만, 대체적으로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일반인들을 위하여 전문적인 내용일 수밖에 없는 의학상식을 정말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잘 설명한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홍혜걸의 닥터 콘서트>입니다. 저자이신 홍혜걸기자님은 저도 잘 아는 분입니다. 중앙일보에서 의학전문기자로 활동하시다가 요즈음에는 TV조선에서 같은 이름의 토크쇼를 맡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케이블 채널을 별로 보지 않는 편이라서 저도 아직 시청해본 적은 없습니다만, 저와 같은 이를 위해서 방송 내용을 책으로 만들어내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출간 반년 만에 예스24에 60개 가까운 리뷰가 올려 질 정도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얼마나 독자 친화적으로 만들어진 책인가를 알 것 같습니다.
머리말에 요약한 책의 구성은 이렇습니다. “이 책은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됩니다. 첫째 장에서는 기초가 되는 생활습관을 다루고, 둘째 장에서는 흔히 접하는 불편한 증세와 질병을 다루었습니다. 셋째 장은 심장병과 뇌졸중 등 성인병을, 넷째 장은 한국인의 최대 사망원인인 암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다섯째 장은 현대의학의 새로운 화두인 부교감신경과 면역, 피로에 대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어디 하나 꼬집을 것이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된 내용을 아주 쉬운 말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말씀드립니다. 특히 평소에 기억해두어야 할 점은 마치 의과대학생이 요점을 정리하듯이 번호를 매겨서 나열하고 있어 시선이 닿는 곳에 붙여두고 싶을 정도입니다.
저자는 본인이 의사이면서도 의료계에서 듣기에는 불편할 수 있는 말도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환자들은 경제적 사정을 말하고 값비싼 검사 대신 나에게 꼭 필요한 검사만 해달라고 요청할 권리가 있다. 나는 차제에 우리나라 병원들이 첨단기술과 장비만 자랑하지 말고 가격 효율성에도 신경을 써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가능하면 적은 비용으로 좋은 결과를 내놓는 병원이야말로 좋은 병원이다.(100쪽)” 중요한 점은 빠트리지 않고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달은 부분은 뇌졸중 발작이 일어났을 때 행동요령에 대한 구절입니다. 마침 저의 어머니께서 최근에 당한 일이기도 합니다만, 형님께서는 신경외과과장인 막내동생에게 병원에서 대기하라 연락을 하면서 당신 차로 병원에 모시고 갔다고 해서 동생에게 한 마디를 들었습니다. 이때는 무조건 119를 불러서 병원에 모셔야 한다. 119 앰뷸런스에는 응급구호사가 타고 있으며 응급구호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병원에 가는 동안 필요한 응급조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작가는 뇌졸중편에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적어도 뇌졸중에 관한 한 아무 것도 하려 하지 말고 주위 사람들 훈수는 모두 무시하자. 무조건 119 버튼부터 눌러야 한다. 그것이 최선이다.(165쪽)” 그런데 뇌졸중으로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들의 절반 정도만 앰뷸런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점은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민들에게 알려 뇌졸중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점입니다.
책에 담은 모든 내용이 참 훌륭합니다만, 꼭 한 가지 저자가 빠트린 점이 있습니다. 바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생겼을 때 제대로 치료받는 길을 빠트렸다는 것입니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은 증상이 발생하였을 때 최단 시간에 제대로 치료를 받아야 생명을 구할 수 있고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모든 병원이 이런 질환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과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행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심근경색증과 뇌졸중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들의 시설이나 인력 진료수준을 평가하여 등급을 나누어 발표하고 있습니다. 평소 살고 계시거나 일하고 계신 곳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의 평가등급을 확인하고 계시거나 119에 부탁하면 좋은 평가를 받는 병원으로 안내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을 고민해볼 다양한 질병들을 쉽게 설명하고 있는 안내서입니다. 곁에 두고 질병을 예방하는 방법이라던가, 혹은 질병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