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집에서 치료할 수 있다 - 혼자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파킨슨병 자가운동방법
미즈시마 타케오 지음, 조기호 옮김 / 부광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밀크티님께서 주관하셨던 예스24블로거들의 릴레이 이벤트에서 선물로 받은 책입니다. 책을 받은 지가 꽤 되었는데 읽기가 늦은 셈입니다. 제가 신경계통의 질환을 공부하였기 때문에 읽어보기를 청했던 책이기도 합니다. 결론을 미리 말씀드리면 적지않게 실망했다고 해야하겠습니다.

 

<파킨슨 병 집에서 치료할 수 있다>는 제목에서부터 아주 위험한 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파킨슨병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원인으로 뇌간의 흑질부에 있는 색소성 신경세포들이 사멸하는 난치성질환으로 증상을 호전시키는 약물치료와 수술요법 등이 개발되어 있지만 치료에 한계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신경세포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재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정상으로 되돌리는 치료법은 아직도 개발단계에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법이 이 질환을 완치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게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킨슨병의 치료는 현대의학, 그 중에서도 운동장애질환을 전공하신 신경과 선생님과 함께 치료해야 하는 질병입니다. 따라서 파킨슨병을 집에서 치료할 수 있다고 환자들을 현혹시키는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시기는 했는데 동양의학을 다시 공부해서 현대의학과 동양의학을 접목한 진료를 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일본의 진료현장에서 인정되고 있는 동양의학은 우리나라의 한의학에 해당하는 전통의학입니다. 메이지유신 때 전통의학을 폐지하고 서양의학을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으로 한 일본에서 전통의학의 가능성을 일부 인정하여 의료체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는 있지만, 근거중심의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충분한 의학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즉 사례별로는 효과를 얻는 경우도 있지만, 보편적 치료법으로 인정받기에는 충분한 사례가 모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가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신경계통의 질환은 현대의학에서도 최근 들어서야 깊이 있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전통의학에서 건질만한 내용이 있을까 싶습니다.

 

저자의 약력을 보면 현대의학에서 신경계질환을 깊이 공부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본다면 ‘120세가 되면 누구나가 파킨슨병이 일어난다’라는 말을 인용하고 있는 것이 이해되기도 합니다.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신경계질환은 정상적인 노화과정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만, 정상의 노화과정을 밟는 사람에서는 죽을 때까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질의 신경세포가 죽어가는 가장 큰 원인으로 노화를 꼽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습니다. 결국은 저자가 집에서도 할 수 있다는 파킨슨병 치료법이라고 하는 것들이 과연 데이터로 증명된 것이냐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입니다.

 

저자는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지면서 뇌혈류가 나빠지는 것이 이유라고 꼽았습니다. “60세가 넘으면 누구나 뇌의 동맥경화경향이 나타나고 혈류가 나빠집니다. 뇌혈류가 나빠지면 신경세포에 영양이나 산소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세포기능이 떨어집니다. 당연히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도 약해지고 세포 자체도 죽어갑니다. 이것이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원인의 하나가 아닐까요.(111쪽)” 그야말로 뇌과학에 대한 작은 이해라도 있으면 이런 망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뇌혈류가 나빠져서 신경세포의 기능이 떨어진다면 흑질에 있는 색소성신경세포들만 선택적으로 죽어가는 기전을 설명해야 합니다. 하지만 뇌혈류가 감소했을 때 가장 손상을 쉽게 받는 신경세포는 해마에 있는 일부 신경세포와 소뇌에 있는 특정 세포, 그리고 대뇌피질에 있는 신경세포가 흑질의 세포보다도 더 손상을 받는다고 실험적으로 증명이 되어 있습니다. 즉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다른 증상이 더 먼저 나타나는 것이 옳습니다.

 

따라서 저자가 주장하는 진단법이나 한방치료법을 집에서 해보다가 파킨슨병의 진단과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서 증상이 악화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겠습니다. 현대의학, 특히 신경과학을 공부한 입장에서 절대로 권할 수 없는 처방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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