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 나쁜 문장 살림지식총서 376
송준호 지음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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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까지 치면 벌써 네 번째 책이 됩니다만, 교정지를 받아들 때마다 마음에 차지 않는 구절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편집하시는 분들은 오탈자가 없다면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를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구절은 손을 봐야 안심이 되곤 합니다. 그리고 특히 마음이 쓰이는 부분은 바로 맞춤법입니다. 한글 프로그램이 개선되면서 맞춤법까지도 표시를 해주고 있어 크게 도움이 되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가끔씩은 헷갈리기도 해서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맞춤법을 제대로 공부했던 것은 중고등학교 때가 마지막이었고, 그 사이 맞춤법이 개정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개정된 맞춤법을 공부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개정된 맞춤법을 제대로 안내하는 책을 만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송준호교수님의 <좋은 문장 나쁜 문장>은 좋은 참고서가 되었습니다. 송준호교수님은 이미 <나를 바꾸는 글쓰기; http://blog.joins.com/yang412/13370247>를 통해서 만나본 적이 있어서인지 책읽기가 수월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문장을 쓸 수 있는가 물어오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많이 읽어보고 자주 써보라”라고 답을 한다고 합니다.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진리라서 “에이 그걸 누가 몰라서 묻나”라고 하기 일쑤라고 합니다. 이 책에서 제가 찾아낸 좋은 문장을 쓰는 비결은 “낯설거나 생뚱맞지 않게 쓰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말 표준어 규정에 맞는 단어를 골라서 주어와 서술어가 조화를 잘 이루도록 연결할 줄 아는 능력(5쪽)”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글쓰기에도 틀이 있다는 것인데 ‘그의 생각은 나에게 감동이었다.’와 같이 실제로는 이런 틀에서 벗어난 문장을 많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평소 주고받는 말을 글로 옮긴 구어체의 문장에서 흔히 저지르는 잘못일 것입니다. 이처럼 저자는 교수과정에서 혹은 책읽기를 통하여 발견한 다양한 사례를 들어서 좋은 문장을 쓰는 법을 <좋은 문장 나쁜 문장>에 담았습니다. 예문을 가져다가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하려면 어떻게 다듬어야 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고 개선된 문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고유의 전통문화를 중요시하게 생각한다.(25쪽)’라는 문장에서 ‘고유’와 ‘전통’에 담긴 뜻이 일부 중복되며, ‘중요시(重要視)’의 ‘시(視)’에도 ‘바라보다’, ‘생각하다’의 뜻이 들어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고유의 문화를 중요시하다, 혹은 ’전통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라고 쓰는 것이 좋겠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저 역시 문장을 길게 쓰는 습관이 있습니다. 길면 잘 쓴 문장이라고 착각하는 버릇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정을 볼 때면 이어붙인 문장을 잘라서 짧게 만드는데 골몰하기도 합니다. 문장이 짧으면 읽어서 이해하기 쉽고 강한 인상을 남기는 법입니다.

 

미국에서 공부할 적에 작성한 보고서를 보신 선생님께서는 두 가지를 지적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첫 번째는 가급적이면 복문으로 쓰지 말고 단문으로 써라, 두 번째는 같은 단어를 반복하지 말라, 묶어서 한 번에 표현하거나, 비슷한 의미를 가지는 단어로 바꾸도록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영어문장을 쓰는 원칙은 우리말 문장을 쓰는 요령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자 역시 이렇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뜻이나 모양이 같은 말을 반복해서 쓰는 건 전달하려는 것을 필요 이상 강조하거나 문장에 멋을 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물론 표현력이 부족해서 그렇게 쓰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하지만 그런 문장은 읽는 이를 지루하게 만들 뿐이다.(26쪽)”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 내용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있어 더 많은 것들을 리뷰에 남겨두고 싶었지만, 번역문에 관한 내용만 추가하는 것으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전문서를 몇권 번역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나온 책보다 영국에서 나온 책을 번역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던 기억이 남습니다. 문장이 길고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고추장에 버무린 파스타’라는 제목을 읽으면서 정곡을 찌른 제목이다 싶었습니다. 요즈음 퓨전 음식이 각광을 받는 시대가 되어 파스타에 고추장 양념이 주목을 받는다고는 합니다만, 외국문장을 그대로 번역하면 아무래도 읽을 때 겉도는 느낌이 남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직역해서 만든 초벌번역을 읽어가면서 부드럽게 손질을 하기도 합니다. ‘가정주부로서의 생활자세의 검소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라는 문장을 여러 차례 수정하여 ‘가정주부는 검소하게 생활해야 한다.’라는 문장에 이르는 과정이 쉽게 이해되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을 써보겠다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에게 좋은 책읽기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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