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멈추는 시간 - 삶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 때, 나를 위로하는 성서
이나미 지음 / 민음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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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마음이 답답해지는 순간순간들을 만나기 마련입니다. 그 무게에 따라서는 금새 사그러드는 것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갈수록 무게가 더해지는 것도 있습니다. 이런 순간들을 지혜롭게 풀어내지 못하면 마음의 병이 되거나 나아가서는 몸의 병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특별한 분에게 이런 문제를 두고 의논을 하기도 하고, 혹은 종교에서 해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톨릭계통의 학교를 다녔지만 종교에 마음을 의지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저로서는 그만큼 선택지가 좁은 셈입니다만,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마음을 다스리면서 살아오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삶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 때, 나를 위로하는 성서’라는 부제에 끌리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서에서 얻을 수 있는 도움은 무엇인지 알아보는 기회가 될 것 같아서입니다. 이나미박사님의 <슬픔이 멈추는 시간>은 “깊은 슬픔과 절망감으로 주저앉고 싶은 순간 성서에서 다시 힘을 얻습니다.”라는 카피처럼 성경말씀을 이끌어와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마음의 상처를 달래는 길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정신의학과를 전공한 전문의로, 박사학위를 받은 다음 뉴욕의 융 연구원에서 분석심리과정을 공부한 다음 유니언 신학대학에서 종교심리학 석사를 받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신의학과 심리학을 종교와 결합하는 공부를 하신 셈입니다. 신학하면 기독교 혹은 가톨릭의 교리를 배우는 과정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만, 저자는 신학에 매어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예수님과 부처님과 공자님의 말씀은 물론, 마호메트와 힌두의 신들을 두루 믿는’ 그런 사람이라는 말씀을 서슴없이 하시면서 ‘위대한 종교의 위대한 가르침은 다 믿는다’라고 하시는 것을 보면 종교에 관한 달관의 경지에 오른 듯합니다.

 

<슬픔이 멈추는 시간>은 가톨릭계열의 월간 <생활 성서>에 연재하신 글들을 묶으셨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성경에 대한 저자의 의견을 강요하려는 의도를 담은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성경을 기본 텍스트로 삼고는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불경이나 유교의 말씀도 인용하고 있는데, 종교에 대한 저자의 열린 마음은 융의 심리분석학의 영향을 받은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자가 ‘들어가며’에 적은 이 책을 제대로 활용하는 법은 이렇습니다. “고민이 생기면 기독교인들은 성경을, 불교 신자들은 불경을 펼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어떤 곳을 읽어야 하는지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성경의 어디를 봐야 할지 알려 주는 가이드북처럼 읽어 부셔도 좋을 듯합니다.(8쪽)” 말씀처럼 저자는 성경말씀 이외에도 다른 종교,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좋은 말씀을 끌어와 사례에 맞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성경말씀의 경우는 원전을 적어주고 있지만 다른 자료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심리상담을 통하여 만나온 분들의 심리적 고통의 예를 들면서, 이런 상황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지 조곤조곤 설명해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 겪어보았을 것들이기도 합니다만, 자식을 먼저 보내거나, 사랑을 잃은 깊은 슬픔으로 마음이 무너진 분들을 위한 위로의 말씀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가족들 혹은 가깝다고 생각한 주위 분들로 인하여 생각지도 않은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경우, 배신과 질투로 생긴 분노와 미움으로 마음이 병들어갈 때, 회의와 허무감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마음을 다독이는 방법을 안내하기도 합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인간을 괴롭히는 온갖 고통이 세상에 튀어나왔을 때 ‘희망’이라는 치유를 준비했다고 신화는 이야기하기도합니다만, 제 생각에 만약 신이 있어 인간에게 선물을 주었다면, 그 선물들 가운데 ‘망각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군가는 마음을 흔드는 충격의 유효기간은 불과 몇 주일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잠시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더라도 이내 그 상황에서 빠져나가는 길을 찾아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성경에서 자신과 부합하는 상황을 찾아 어떻게 풀어갔는지를 이해하다보면 쉽게 고통을 덜어내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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