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공부하는 가족입니다 - 두 아이를 MIT 장학생, 최연소 행정고시 합격생으로 키운 연우네 이야기
이채원 지음 / 다산에듀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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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에 대한 교육비의 부담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열정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도 자주 인용하기도 합니다. 어떤 기준으로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자녀들을 성공적으로 키워낸 부모들의 이야기가 동네의 화젯거리를 넘어 책으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금년 초에도 두 아들을 헝가리에 있는 의과대학과 치과대학에서 공부시키고 있는 김병선교수님의 이야기를 담은 <헝가리에서 보물찾기; http://blog.joins.com/yang412/13330621>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김교수님이나 아이들 모두 나름대로의 이유와 꿈이 있어 선택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선뜻 이해되지 않는 대목도 없지 않았습니다. 현장을 지키고 있지는 않지만 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저의 뒤를 이어 두 아이들이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이제 스스로 결정한 전공과목을 수련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두 자녀를 잘 교육시켜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는 공부하는 가족입니다>를 읽었습니다. 행정고시를 통해서 공무원이 된 아버지가 형제들 사이의 보증 문제로 파산지경에 이르러 어려운 상황에 빠졌지만, 두 아이들은 꾸준하게 공부에 매진하여 큰 딸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삼성장학금을 받아 미국의 MIT공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고, 작은 아들은 대학재학중에 행정고시에 합격하는 쾌거를 이루기까지 가족들이 겪어야 했던 험난한 여정을 소설가로 등단하신 어머니가 담담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합니다만, 사실 그 옛날 저의 부모님 역시 어려운 집안 사정에도 불구하고 저부터 시작해서 두 동생까지 세 아들을 의과대학을 졸업시키셨는데, 이 책의 저자처럼 미국유학은 꿈도 꾸지 못하고 그저 작은 회사에서 다니셨던 선친께서 받은 많지 않은 월급을 이리저리 쪼개는 어려움을 견뎌내셨던 것입니다. 그런 부모님의 어려움과 치열한 입시경쟁을 치루면서 두 아이들이 의과대학을 졸업하기까지 아내의 노력을 생각해보면 이 책의 부모들의 지난한 삶이 충분히 공감이 되는 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이 분들이 공부하셨다는 아이오와는 제가 공부했던 미네소타 바로 아래에 있어 보속성당을 찾았을 때나 몇 차례 여행길에 지나치기도 해서 낯설지 않은 곳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분들의 미국생활이 1990년대 초반에 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의 기록은 크게 네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형제간의 빚보증이 잘못되어 순식간에 빚쟁이로 전락하게 되는 과정, 남편이 공무원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박사과정을 밟으러 미국에 가서 생활하던 모습, 다시 귀국하여 재기하는 과정과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여 대학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큰 딸이 삼성장학금을 받아 MIT공대로 박사과정을 떠나고 작은 아들이 행정고시에 합격하기에 이르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가족간에 빚보증을 서는 문제는 민감한 부분이기도 합니다만, 아내에게 상황을 설명하지 않은 남편의 결정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형제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가정의 앞날이 달려 있는 결정을 아내 모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저 역시 처음 타는 비행기에 아내와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의 큰 아들과 세 살짜리 작은 아이와 함께 낯선 땅에 처음 떨어졌을 때의 막막함이 다시 생각납니다. 첫날 저녁은 먼저 와있던 학교선배님과 동네에 사는 한국분들의 보살핌으로 지났지만, 두 번째 날 저녁에는 아무 것도 없는 거실에 신문지를 깔고 밥을 먹던 상황은 아마도 죽을 때까지 이야기할 것 같습니다. 이분들은 플로리다까지 다녀온 것이 전부였던 모양입니다만, 저 역시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언제 가족들이 미국에 오랴 싶어 모두 다섯 차례의 여행을 했습니다. 저자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8쪽에 담았습니다만, 저는 여행에서 보고 느낀 점을 간략하게 정리한 기록이 원고지로 250매 정도 남아있어 조만간 정리해서 소개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황이 나빠지면 쉽게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만, 이 가족은 어려운 여건을 인내하면서 나름대로의 꿈을 잃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기 때문에 오늘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분들의 삶이 여건이 어려운 누군가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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