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람처럼 자유롭다
최인호 글.사진 / 프라하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모모님의 릴레이 이벤트에서 최갑수님의 <사랑을 알 때까지 걸어가라; http://blog.joins.com/yang412/13378542>와 함께 받은 여행 에세이입니다. 그리고 보니 두 작가분이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배낭여행가라는 점, 그리고 여행지를 고르는데 있어 특별한 이유나 목표가 있어서 고르지 않은 것 같다는 점, 그리고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는다는 점 등입니다. 그런 점에서 닮은 두 분의 책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최갑수님의 작품들은 사진이 많고, 어떤 작품에서는 사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점이 특징인데, 최인호님의 경우는 사진은 그야말로 면피할 정도에 그치는 대신, 여행지에서 겪는 에피소드들 가운데 저자의 느낌과 인상을 시, 소설, 전기, 노래, 영화,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읽을거리에서 뽑인 구절들을 버무려 인문학적 코드로 풀어내고 있어 차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저자들이 모두 읽는 사람들에게 여행을 강권(?)하고 있다는 점도 꼭 같습니다. “떠나라. 당신은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권태와 우울함에 저항할 수 있는 ‘여행자’이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빠르게 늙어갈 것이다. 지독하게 부패할 것이다. 그리고 소리 없이 죽어갈 것이다. 우울함 속에서, 권태로움 속에서, 뒤늦은 후회 속에서.(9쪽)” 하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단지 여행을 꿈꿀 뿐 떠나지 못하더라도 그저 살아내고 있기도 합니다.

 

저자 역시 충동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을 자랑(?)하고 있군요. 여행준비는 이틀을 넘기지 않는데, 여행이 지식을 쌓는 철학적 모험이 아니고 고흐의 그림이나 고대 건축양식을 만나기 위해 떠나는 것도 아니라, 일상과 다른 것, 그것이 무엇이든 낯섦만 가지고 있다면 그것과의 짜릿한 만남을 즐기고 헤어짐의 아쉬움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군요. 저자와 같은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20년간 40여개국을 바람처럼 떠돌았다고 합니다. 그 여행지들 가운데 떠나고, 보고, 머물고, 만나고, 이동하고, 먹고, 돌아오는 것을 주제로 하여, 스페인의 바로셀로나와 빰쁠로나, 인도의 델리, 타지마할, 바라나시 그리고 자이쁘르 행 기차, 프랑스의 파리와 리옹외곽,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페루의 마추픽추, 이집트의 사막과 티베트 히말라야, 스위스의 인터라켄 그리고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등에서 떠오른 생각들을 적고 있습니다.

 

누구나 여행을 떠날 때는 이러저러한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저자의 무의식적 충동에 의한 출발은 살면서 수많은 관계의 끈에 묶여 허우적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관계의 끈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여행이란 대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면, 저자 역시 현실을 도피하기 위하여 여행을 선택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세상사가 피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면으로 부딪혀 승부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 역시 이점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일탈을 꿈꾸면서도 잠시 외면했던 현실이 돌아온 자신을 변함없이 반겨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떠났던 것 같습니다만, 현실이 그리 호락호락한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놀랍게도 저자 역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도착해서는 하루 종일 집에서 자거나 배고프면 닭요리를 실컷 해먹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고백을 읽으면서 이래도 되는 것인지 헷갈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부다페스트의 차분하게 가라앉은 도시의 분위기와 한눈이라도 팔면 굴러 떨어질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그리고 지하철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이라도 만나러 나가야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숙소를 어디에 정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와인과 맥주 그리고 과자부스러기를 들고 겔레르트 언덕으로 마시러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 또한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낯선 길거리를 걸으며 술을 마신다는 것은 일상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역시 외국에서도 상상에 그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사진을 감상하는 것과는 다른 여행과 관련된 아니면 삶과 관련된 텍스트를 바탕으로 한 저자의 사유를 읽으면서 공감할 점을 찾는 읽기가 되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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