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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 사랑과 평화의 철학 ㅣ 살림지식총서 469
박문현 지음 / 살림 / 2013년 9월
평점 :
이달에 계획한 동양철학 개념 정리의 마지막 편입니다. 어쩌면 오늘날 꼭 필요한 사상일 것 같기도 합니다. <묵자, 사랑과 평화의 철학>을 쓰신 박문현교수님이 들어가는 글에서 인용하고 있는 『묵자』「겸애중」편의 글 가운데 마지막 구절을 인용합니다. “세상의 재앙과 찬탈과 억울함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서로 사랑해야 한다. 그래서 훌륭한 사람들은 겸애(兼愛)를 찬미한다.(3쪽)” 그리고 보면 춘추전국시대에 백가쟁명이라고 했다던가요? 정말 대단하신 분들의 대단하신 사상들이 쏟아져 나왔던 것을 보면 영재들이 비슷한 시기에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서로 영향을 미쳐 상승작용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묵자는 기원전 450년부터 390년 사이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묵자는 공자와 맹자 사이에 활약한 사상가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묵자는 공자의 사상을 공부했지만 점차 유가의 학설에 동의할 수 없게 된 다음 스스로의 학설을 세워 체계화하여 묵가를 창시하게 되었는데, 그의 문도들은 대부분 수공업에 종사하는 자들이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묵자의 사상은 사회정치사상, 철학사상, 도덕관념 뿐만 아니라 과학이론과 기술방법 등을 포괄하고 있었기 때문인 듯 하다는 것입니다. 묵자를 사상가이자, 논리학자이면서도 군사전문가였다고 정의하는 것을 보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때 묵가는 유가와 함께 중국을 이끄는 2대 학파로 활동하였지만, 200여년 간의 번영기를 거쳐서 중국의 사상사에서 자취를 감추는 미스터리한 행적을 보였다고 합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면서 야기되는 빈부격차와 민족갈등과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묵자의 겸애사상을 중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앞서 묵가가 유가의 이념을 비판했다고 했는데, 그 가운데 나라를 망칠만한 4가지 정책으로는 첫째, 하늘과 귀신의 존재와 작용을 믿지 않는 것. 둘째, 장례를 후하게 하고, 상기(喪期)를 오래 하는 것. 셋째,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음악을 즐기는 것. 넷째, 운명이 있다고 믿는 것 등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유가의 문제점이라고 하는 이런 것들이 정도의 문제이지 사람이 살아가면서 전혀 불필요한 일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묵자는 하늘을 공경하고 따르는 곳에 최고의 도덕이 있다고 하였고, 세상의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서 하늘의 뜻(天志)에 따라서 서로 사랑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겸애는 천지에 바탕을 두면서도 인간의 사회적 요청에서 파생된 것이기 때문에 국가와 백성의 뜻에도 맞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묵자의 겸애는 보편적이고 평등한 사랑으로 이(利)를 포함한다고 하였습니다. 겸애의 실천이 어렵다는 주장에 대하여 사회지도층부터 솔선한다면 겸애를 실천하는 일이 어려울 것이 없다고 설득하였다고 합니다. 묵자는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일은 의롭지 못하고 이익이 없는 일이라고 하였으나,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 역시 중요하게 생각하였는데, 구는 국민개병제를 채택하여 노소의 남자와 20세 안팎의 여자들을 병역에 복무하게 하였는데, 여자들도 병역을 부담하게 한 것은 평등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그가 제시한 상현론(尙賢論)은 현인에 의한 정치를 구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담고 있는데, 이는 현대의 조직관리 지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또한 묵자의 경제사상 가운데 생산, 교역, 분배, 소비의 네 가지 분야가 고루 다루어지고 있는데, 특히 소비에 있어서 절약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당시 끊이지 않은 전쟁으로 어려운 경제상황 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지도층의 사치와 낭비가 극에 이르러 사회의 조화가 무너질 지경임을 고려하여 나온 것이지, 인간의 욕구를 근본적으로 눌러야 한다는의미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궁극적으로 생산을 증가시켜 부유하게 하는 것과 인구를 늘리는 것, 혼란스러움을 다스려 안정되게 하는 것, 세 가지는 국가와 천하를 이롭게 하는 삼리(三利)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오늘날에 있어서도 국가경영의 목표로 삼아야 할 것들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