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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버그 - 공정한 판단을 방해하는 내 안의 숨겨진 편향들
앤서니 G. 그린월드 & 마자린 R. 바나지 지음, 박인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4년 1월
평점 :
벌써 6년여의 세월이 흘렀습니다만, 2008년 제2차 광우병파동이 한참일 때의 고민 가운데는 저의 생각이 편향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반대되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도 논리적으로 검토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지곤 했습니다. 이런 경향을 인지적 편견이라고도 부르는데, 그런 경향은 1. 착각하는 자아, 2. 억측에 가까운 예측, 3. 어설픈 경험, 4. 허점투성이 논리, 5. 관성화된 습관 등 다양한 심리적 원인에 의하여 만들어진다는 것을 데이비드 맥레이니의 <착각의 심리학; http://blog.joins.com/yang412/12899785>을 통하여 공부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그러한 편향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마인드버그>는 이러한 인식의 편향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정신이 사회적 맥락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연구해온 앤서니 G 그린월드와 마자린 R 바나지는 사람들의 무의식적 태도를 측정할 수 있는 IAT (Implicit Association Test, 내재적 연관검사)를 개발하여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인식의 편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책의 원제는 Blindspot(맹점)입니다. 눈의 망막에 흩어져 있는 빛을 감지하는 세포들로부터 나온 신경다발이 뇌로 향하기 위하여 망막에서 빠져나가는 장소를 이르는데, 이곳에는 빛을 감지하는 세포가 없기 때문에 이곳에 도달하는 빛은 뇌의 시각영역에서 인지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좋은 사람들의 숨은 편향’입니다. 저자들은 이러한 편향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습니다. “(숨은 편향이란) 사회 집단에 대한 ‘지식 조각들’이다. 이 지식 조각들은 뇌에 저장된다. (…) 숨은 편향은 일단 정신 속에 자리 잡으면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을 향한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우리는 그 영향을 전혀 모른다.(15쪽)” 저자들은 우리말 제목 <마인드버그>는 “뿌리 깊이 박힌 사고 습관이 사물을 인식하고 기억하고 추론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킨다는 의미(24쪽)”를 담은 용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마인드버그는 인류가 환경적 압박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생존을 위한 사회적 선택의 기제로 발전시켜온 것이라는 진화론적 설명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마인드버그’의 정체와 작동원리, 마인드 버그가 개인에 미치는 영향, 마인드 버그 찾기와 다루기 등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바로 “마인드버그가 이성적 사고의 해안선을 침식하고 더 나아가 정당하고 생산적인 사회의 가능성을 침식하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적 정신과 회적 행동에 격차가 발생하는 근원에 자리 잡은 마인드버그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46쪽)”인 것입니다. 제3장에서는 내 안에 숨겨진 마인드버그를 찾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이 개발하여 적용하고 있는 IAT입니다. 처음 제시되는 문제는 곤충과 꽃 그리고 기분 좋은 단어와 기분 나쁜 단어들을 각각 두 그룹으로 묶어서 표시하는데 처음에는 곤충과 기분 좋은 단어 그리고 꽃과 기분 나쁜 단어로 각각 같이 묶어서 표기하고, 이어서는 조합을 바꾸어서 곤충과 기분 나쁜 단어 그리고 꽃과 기분 좋은 단어를 각각 같이 묶어서 표기하게 되어 있습니다. 두 번의 테스트를 시행하면서 소요되는 시간을 초 단위로 재서 비교해보면 두 번의 테스트가 유의하게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차이는 검사에 응하는 사람의 무의식에 각인되어 있는 편향적 사고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 검사에는 기억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기억은 저마다 질감을 갖고 있고, 우리는 감촉으로 비단의 질을 판단하듯 기억을 ‘느낌’으로써 그 질감을 판단한다. 이름에 대한 익숙함은 기억에 특정한 질감을 부여한다. 유명하지 않지만 낯익은 서배스천 바이스도르프 같은 이름의 경우 이런 익숙함이 혼동을 불러온 것(160쪽)”이라고 합니다. 즉 최근에 만나 인사를 나눈 적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하여 유명인과 같은 그룹으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마인드버그의 효과를 제거하기 위하여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채점을 할 때 이름을 가리는 것과 같이 대상을 인지할 수 있는 표시를 가리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도 완벽하지는 않다는 제한점이 있습니다. 내일이면 개막하는 동계올림픽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피겨스케이팅시합의 채점방식이 마인드버그가 작동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기도 합니다. 긍정적인 방향의 마인드버그가 작동해서라도 우리나라의 김연아선수가 좋은 성적으로 우승을 거두기를 기대합니다.
저자들은 마인드버그를 속이는 효과적인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일상적인 내집단의 선호에 따라 의도치 않게 외집단이 불이익을 겪는 것이 가장 골치 아픈 일이이라서 부제에 들어 있는 ‘좋은 사람들’에는 이와 같은 숨은 편향이 작동할 수 있는 상황을 파악하여 편견을 배제할 수 있기를 염원하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