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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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소설을 바탕으로 연극이나 뮤지컬을 관람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스토리의 극적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하여 스토리를 보완하기도 하고, 스토리가 지나치게 길어 줄일 수도 있어 원작을 읽어야 쉽게 이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트르담의 꼽추>도 그랬고, <안나 카레니나> 때도 원작을 미리 읽은 덕분에 영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1986년 영국에서 초연된 이래 전 세계 27개국 145개 도시 공연, 1억 3천만 명이 관람하였다고 하는데, 브로드웨이 공연은 1988년 시작해서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을 기록하고 있는 뮤지컬계의 신화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1년 한국어 공연이 무대에 오른 이후 2005년 오리지널 공연팀이 내한 공연을 펼치기는 등 여러 차례 관객을 만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아직 관극하지 못했습니다만, 뮤지컬로 만나기 전에 원작으로 먼저 만나게 되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원작은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가 1910년에 발표한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은 꿈속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한 것인데 이 작품이 크게 성공하면서 아서 코넌 도일이나 에드거 앨런 포와 비견되는 추리소설 작가로 부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수나 배우들이 귀신을 만나게 되면 대박을 낸다는 속설이 있다고 합니다만, 화려하고 웅장한 파리 오페라하우스에 유령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나도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소설 <오페라의 유령>은 사건을 조사해온 조사관이 밝혀낸 사실들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엮어놓은 것입니다. 파리 오페라하우스 총감독들의 퇴임 축하 공연과 만찬이 벌어질 중요한 날, 무용단원들은 복도에서 유령과 마주쳤다고 소동이 벌어지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날 축하공연에서는 그동안 오페라계에서 주목받지 못하던 여가수 크리스틴 다에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노래를 선보이면서 오페라하우스의 새로운 히로인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아버지와 함께 노르웨이에서 프랑스로 옮겨 음악활동을 해온 크리스틴은 라울 샤니 자작과 어렸을 적부터 친하게 지내온 친구사이인데 아버지의 죽음 이후 활동이 위축되어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그녀의 변화는 분명 사연이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합니다.

 

아버지가 먼저 죽으면 음악천사를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기억하고 있는 크리스틴은 우연히 접근한 에릭이 바로 아버지가 보내주신 음악천사라고 믿고 도움을 받는데,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에릭은 추한 몰골로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다가 페르시아 왕궁에서 미로를 건축하는 일을 하고서 죽임을 당할 상황에서 천우신조로 탈출하여 파리로 돌아온 사람으로 오페라하우스 건설에 참여하면서 지하에 미로를 건설하고 숨어살고 있는 인물로 크리스틴의 음악에 빠져들면서 그녀에게 접근한 것이었던 것입니다. 에릭은 흉측한 외모를 가져 가면을 쓰고 살 수밖에 없지만 인간의 영혼을 사로잡는 천상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크리스틴은 라울을 좋아하지만 귀족이라는 신분 차이 때문에 망설이고 있던 차에 접근한 에릭에게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주게 됩니다. 라울은 크리스틴의 마음을 얻기 위하여 공연 중인 그녀를 지하 호숫가에 있는 집으로 납치하기도 하는데, 라울은 때맞추어 등장한 페르시아인의 도움을 받아 유령과 크리스틴을 추적하기에 이르는데.... 크리스틴이 에릭에게 결혼을 약속한 것은 라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만 일까요? 아니면 “제발 나를 사랑해주시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준다면, 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소.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난 어린 양처럼 순해질 수 있을거요.(441쪽)”라는 에릭의 절절한 고백도 그의 추한 외모 때문에 제대로 전해지지 못한 것일까요?

 

오페라 하우스에 설치된 미로를 꿰뚫어 보고 있는 에릭이 객석과 무대를 종횡으로 누비면서 사건사고를 만들어내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공연 중인 배우 카를로타의 노래까지 망가트린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페르시아인의 등장도 뜬금없어 보입니다. 라울이 페르시아인을 만나는 장면에서 “라울은 뜨거운 손으로 페르시아인의 손을 힘차게 움켜잡았다. 그의 손은 얼음처럼 싸늘했다.(373쪽)”고 적어서 헷갈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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