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에서 보물찾기 - 유럽 문화 수도 페치에서의 일 년 두 번째 티켓 2
김병선 지음 / 이담북스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0년에 유럽에서 열리는 학회가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덕분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일정이 빠듯했기 때문에 부다페스트의 분위기는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http://blog.joins.com/yang412/11869004). 그런 까닭에 김병선교수님의 <헝가리에서 보물찾기>와의 만남에서 기쁨 이상의 무엇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부다페스트의 속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를 기대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적은 것처럼 헝가리 남쪽의 국경도시 페치에서 생활한 1년여의 경험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페치는 2010년 유럽의 문화 수도로 지정될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도시라고 합니다. 저자는 이곳에 있는 국립 페치대학교에서, 아직 한국학 전공은 없으나 한국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게 되었다고 하는데, 직접적인 원인은 두 아들이 페치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던 것이라고 합니다. 큰 아들이 치과대학을 작은 아들이 의과대학을 다닌다고 합니다.

 

저자의 아들들이 처음 헝가리에 도착해서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라고 적었습니다. 다운타운이 뉴욕의 할렘가 같다거나, 사람들로부터도 환대는 고사하고 호의적인 표정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도착하면서 서울에서 부친 짐이 저와 같이 도착하지 않아 다음날 따로 왔다거나 하는 등의 이벤트가 있었기도 합니다만, 제가 처음 헝가리에 도착해서 받은 느낌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http://blog.joins.com/yang412/11854038). 하지만 책을 읽어가다 보면 헝가리 사람들의 의외로 속 깉고 정도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헝가리에 대한 인상을 바꾸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헝가리에 도착한 첫날 밤에 ‘유럽을 만끽해보고, 예술과 문화에 대한 감각도 확장해보자’라는 각오를 다진 것처럼 헝가리의 역사, 문화, 예술, 그리고 특히 헝가리사람들의 삶에 대한 저자의 느낌을 수많은 사진들과 함께 상세하게 적고 있어, 혹여 헝가리에서 장기간 체류해야 할 분들에게 소중한 정보가 될 것 같습니다. 집얻기, 인터넷 개통, ID만들기, 버스 정기권 끊기, 차사기, 등등 이런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정보일 것 같습니다. 특히 헝가리 특유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제대로 된 헝가리 음식을 먹어보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전공이나 하고 있는 일 때문인지, 헝가리의 의료시스템에 대한 길지 않은 기록에도 관심이 갔습니다. “헝가리의 의료 수준은 선진국 수준이라고는 한다. 다만, 첨단 의료기기는 많이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병원 진료는 무료이고, 약국 비용은 절반만 내니, 병원의 시설 확충은 자연히 국가의 몫이 된다. 다만 의사들의 진료 수준이 괜찮아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치료비를 필요로 하는 서구 사람들이 헝가리 병원을 많이 찾고 있는 상태다. 오스트리아 접경의 소프론이라는 도시는 한 집 건너 한 집이 치과병원이라 할 정도로 의료관광이 보편화되어 있으며, 국가 차원에서도 그 수입에 신경을 적잖이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의과대학도 그러한 평판에 힘입어 외국 학생을 많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247쪽)”

 

헝가리에는 모두 4개의 국립의과대학이 있고, 모두 영어 과정이 있어, 외국에서 유학온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헝가리 학생들은 대부분 국비로 공부를 하지만 일부 헝가리학생들이나 외국학생들은 모두 자비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유학대행업체가 예비과정의 학생들을 모집하여 송출하기도 하는데, 영어가 웬만큼 되고 학업 능력이 있는 학생이라면 입학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본과 공부는 만만치 않아서 중도에서 탈락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모양입니다. 입학하고 2~3년이 지나면 90%가 자의 혹은 타의로 학교를 떠나게 된다고 합니다. 문제는 졸업을 한 다음일 것입니다. 대학을 졸업하면 헝가리 의사자격증을 받게 되는데, 환자를 대한다는 것은 그 환자의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입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타국의 의사면허를 인정하는데 일정한 제한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외국에서 면허를 딴 한국인들에게도 의사면허시험을 볼 자격을 주는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요즈음 우리나라의 의사국가시험에는 필기시험 이외에도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을 다루는 실기시험를 치러 각각 합격해야만 합니다.

 

저자는 “가장 인도적인 행위인 의료행위를 제한한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언어만 잘 통한다면 의사야말로 국경에 제한 없이 진료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309쪽)”라고 적고 있습니다만,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고 있는 만큼 환자진료에 필수적인 의학적 지식을 갖추어야 하는데, 나라마다 의학교육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그 수준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한 것입니다.

 

제목에도 담았습니다만, 저자가 페치에서 1년을 보내면서 발견한 가장 큰 보물은 헝가리 사람들이 감추고 있는 “정(情)”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언젠가는 헝가리에서 다시 살아보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병선 2015-03-03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이 책의 저자입니다.

처음처럼 2015-03-04 21: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자제분들이 좋은 의사로 성장해가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