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블루스
맹지나 지음 / 이담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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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을 지내고나니 입춘이 목전입니다. 아직은 한겨울이라서인지 더욱 봄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번 봄에는 어디론가 색다른 구경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판에 맹지나작가님의 <그리스 블루스>를 읽게 되었습니다. 파란 표지가 금새라도 그리스로 떠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김진영님의 <그리스 미학기행; http://blog.joins.com/yang412/13018098>도 파란색 표지였던 것 같은데, 그리스 여행기는 왜 파랑 일색일까요? 지중해의 파란색에 더하여 그리스의 하늘도 파랑 일색일까요? 맹작가님의 그리스 여행기는 독특하게도 6개의 대표적인 그리스의 섬을 찾아가는 여행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가 이번 여행에 나서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적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뜨고 귀를 기울여 들어 보니 어디선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 왔다. 어득히 먼 곳에서, 아득히 먼 시간 속에서 그 북소리는 올려 왔다. 아주 가냘프게, 그리고 그 소리를 듣고 있는 동안, 나는 왠지 긴 여행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가보고 싶은 역사적 명소나 휴양지도 넘쳐나는데, 그리고 그리스에 가면 볼 것도 많은데 왜 섬이었을까요? 저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그리스 섬 여행이란 (…) 푸른 돔을 쓴 흰 건물 외에 산토리니에 또 무엇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무정보의 백지상태로 떠나 몸과 마음을 더 깨끗이 비워 오는 여행을 강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혹시 그렇다면 여섯 개나 되는 그리스의 섬을 돌아보는 강행군을 할 일은 아니고 그 가운데 하나를 정해서 느긋하게 머물면서 시간과 공간을 즐기는 편이 더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연구실에 있던 교수 한 분은 여름이면 북쪽 호수가에 가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별만 바라보다 온다고 했는데, 어쩌면 몸을 쉬면서 마음을 비우기 위한, 진정한 휴가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 보면, 케팔로니아, 미코노스, 산토리니, 크레테, 스키아토스 그리고 스코펠로스로 이어지는 섬여행을 하게 됩니다. 크레테는 이미 김진영님을 따라 다녀온 적이 있어 그리 낯설지는 않습니다. 특히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 http://blog.joins.com/yang412/12775771>를 읽으면서 마음 속으로 그려보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산토리니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익숙한 이름이기도 합니다. 많은 여행자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작가 역시 그리시 사람들의 친절함을 강조하고 있어 그리스 여행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가시게 하는 것 같습니다. “여자 혼자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그리스를 주저 없이 꼽는 이유가 바로 그리스인들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당한 배려심 때문이다.(33쪽)”

 

저자가 직접 묵은 숙소와 주인들의 친절함, 그리고 그 섬에서 보고 겪은 것들을 시시콜콜하게 적고 있는 저자의 배려는 같이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얻기에 충분합니다. 좋은 여행은 좋은 숙소를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교통편, 음식 그리고 구경거리라고 하겠지요. 그런 점에서 작가는 읽는 이를 위하여 넘치는 배려를 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넉넉하게 담고 있는 현장감이 넘치는 사진들에 설명이 없어 본문과 쉽게 연결되지 않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사진은 그곳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어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작가와 함께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합니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정리하고 있는 돌아본 섬들에 대한 생각은, ‘그저 하루키의 북소리에 끌려 나섰던 여행이라서 충분한 정보를 사전에 가지고 있지 못했던 탓에 그림과 사진을 통하여 상상했던 그리스 섬의 모습이 매일 무너져 내리고, 대신 용감한 여행자들만이 얻을 수 있는 예상치 못한 감동이 넘치는 여행이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섬들의 대부분이 아직은 관광 상품으로 개발되어 있지 않은 탓에 순수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읽고 난 느낌을 한 줄로 정리하면, “그 섬에 가고 싶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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