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지너리 프렌드
매튜 딕스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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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는 자신만의 비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누군가를 그려보신 적이 있습니까? 저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런 기억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애기들이 혼자서 소꿉놀이라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어쩌면 제가 기억할 수 없는 그런 나이에는 그런 누군가를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매지너리 프렌드>에 등장하는 ‘상상친구’가 바로 그런 존재인 것 같습니다. 상상친구는 인간 친구의 상상에 의해 만들어지는 존재이며, 상상친구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게 되면 사라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상친구의 수명은 다 다를 수밖에 없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맥스의 상상친구 부도입니다. 부도는 맥스가 네 살 때 상상해낸 존재이고, 5년 동안 같이 지내오고 있습니다. 맥스가 만들어냈기 때문에 유일하게 부도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맥스의 부모는 부도의 존재를 알지만 실제 보거나 대화를 나눌 수는 없습니다. 상상친구 끼리는 서로를 볼 수 있고 대화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상상친구는 인간친구의 상상에 따라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모습이나 능력에서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다만 인간세상의 물건들을 만질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물론 예외 없는 원칙이 없다고, 꼭 하나의 상상친구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그려지기도 합니다.

 

상상친구라는 존재를 현실로 데리고 나온 작가가 적시하지 않고 다음처럼 우회적으로 적고 있는 것처럼 부도의 인간친구 맥스는 특별한 아이 같습니다. “맥스를 그저 조금 늦된 아이로 여기는 맥스 아빠의 생각은 틀렸다. 하루의 대부분을 맥스와 함께 보내는 나는 맥스가 아이들과 어떻게 다른지 잘 안다. 아이들은 대부분 자기 밖에 있는 세계에서 살지만, 맥스는 자기 안의 세계에서 산다. 이것이 맥스가 보통 아이들과 다른 이유다.(35쪽)” 그렇습니다. 맥스는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정도는 심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부도가 다른 상상친구들과는 다른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나 맥스와 5년 동안이아 같이 지내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맥스의 특별한 상태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맥스의 어머니는 전문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아버지와 다투기도 합니다. 맥스가 특별한 아이라서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절대로 아닌 것 같습니다.

 

<이매지너리 프렌드>는 특별한 아이, 맥스가 어느 날 학교에서 보조교사 패터슨 선생님의 차를 타고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본 부도가 맥스를 구하기 위하여 활약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평소 부도와 함께 다니던 맥스는 왜 부도가 따라오지 못하도록 했는지 의문입니다만, ‘아이들은 때로 쉽게 토라지기도 하니까’, 혹은 ‘사고는 꼭 그럴 때 생기는 법이니까’라고 이해합니다. 맥스가 사라지자 학교 선생님들과 부모님은 맥스가 유괴되었다고 생각하고 조사를 벌입니다만, 설마 보조교사인 패터슨 선생님이 범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면 학교라고 해서 꼭 안전한 것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 같으면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금새 패터슨 선생님이 용의선상에 올라왔을텐데, 이 책에 나오는 세상은 아날로스 시대인 것 같습니다.

 

부도는 다른 상상친구를 통하여 패터슨 선생님이 맥스를 데려갔다는 사실을 교장선생님이나 부모님께 알릴 수도 있었을텐데, 굳이 세상의 물건을 움직일 수 있는 오스왈드의 도움을 얻게 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상상친구를 통해서 전하는 메시지가 잘 못 이해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읽다보면 부도에게 맥스를 구하려고 하는 이유를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그레이스의 상상친구 섬머가 “넌 맥스를 걱정하는 거니, 아니면 너 자신을 걱정하는 거니?(275쪽)”라고 물어보는데, 부도의 대답은 “둘 다”입니다. 그런데 부도는 우리는 누군가에게 악마와 같은 존재일 수 있다고 자책을 하면서도 인간친구 존을 떠나면서 점차 사라지는 위기상황에서도 맥스는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아이이기 때문에 구해 내야만 한다는 오스월드의 말에 감동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 나 자신을 위해 살아남고 싶은 마음은 더 이상 들지 않는다. 다만 맥스를 위해서 좀 더 살고 싶을 뿐이다. 나는 맥스의 삶에 남겨진 이야기가 궁금하다.(579쪽)”라는 결론에 이르는 모양입니다.

 

패터슨 선생님이 굳이 장애가 있는 맥스를 유괴하려는 이유나 부도가 맥스를 구하는 장면은 간단하게 정리하기가 쉽지 않은 것아 줄이려고 합니다. 물론 재미도 있구요. 그리고 부도는 어떤 운명을 맞게 되는지도 남겨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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