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봤어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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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고나면 리뷰를 쓰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손에 잡힐 듯한 느낌을 막상 글로 옮기는 것이 만만치 않아서입니다. 김려령 작가님의 <너를 봤어>는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마구 뒤섞은 듯한 색깔 때문일까요? 하드보일드해보이면서도 19금 냄새도 나면서도 문학계의 속사정을 엿볼 수 있는 느낌도 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겉으로 보면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알고 보면 아픈 가족사를 가지고 있고, 그런 사정 때문에 폭력성이 은밀하게 숨어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선 제목 <너를 봤어>는 주로 살인을 주재로 한 소설을 쓰는 젊은 여성작가 ‘서영재’와 19금 소설을 주로 쓰는 젊은 남성작가 ‘도하’를 엮어 연작소설을 쓰도록 한 것은 대중과 평단의 인정을 받고 있는 중견 소설가이자 편집자인 ‘정수연’입니다. 1부를 서연재가 맡고, 도하가 2부를 이어가고 수연이 마무리하기로 하는데, 어디선가 그 책의 제목을 <너를 봤어>로 했다고 읽었던 것 같습니다. 왜 ‘너를 봤어’일까? 그리고 보면 수연의 주변에는 비정상적으로 죽은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불어난 강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아버지, 형은 수연이 죽였고,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수연의 아내이자 잘나가는 작가 유지연도 있습니다. ‘너를 봤어’는 누군가 살인현장을 목격했다는 의미일까요? 세 건의 죽음과 관련된 미스터리는 결말에 이르러서야 윤곽이 드러나게 됩니다.

 

지연이 죽기 전에는 그저 눈길이 가는 후배작가의 수준으로 흘러가던 영재와 수연의 관계는 수연을 지켜보아왔던 영재에게 수연 역시 관심이 쏠리게 되고, 아내의 죽음 이후에 사랑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하는데, 정작 영재는 수연에게 “사람 죽였어요?(94쪽)”라고 대놓고 물어봅니다. 수연은 “사람 죽인 사람에게 그렇게 물어보면, 너 죽어”라고 에둘러 대답하는데 영재는 그 의미를 알아챘을까요? 피가 튀는 소설을 주로 쓰는 영재가 귀신을 되게 무서워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것 같습니다. 저도 오래 전에 부검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었는데, 부검을 한 날에는 맨 정신으로 집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온 집안에 불을 휘황하게 켜놓고서 자곤 했습니다. 그 기억이 엷어질 때까지 말입니다. 그러다가 언젠가 역시 부검을 하는 여자 후배로부터 부검을 통해서 죽음의 원인을 밝히고 특히 타살의 경우는 범인을 잡는데 부검이 결정적 도움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귀신도 부검하는 사람을 보호해줄 것 아니냐는 설명을 듣고서야 안심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영재와의 사랑으로 과거사를 지워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던 수연은 형과 아버지의 죽음을 안고 사는 어머니와 만나던 날 무엇엔가 쓰여서 영재를 만나려 한 것이 반전의 꼬투리가 됩니다. 작가들은 나름대로의 묘한 버릇이 있다고들 하는데, 영재는 작품을 쓸 때는 휴대전화도 꺼두고 누구로부터의 방해도 피하는 버릇이 있는데, 갑자기 마음이 허해진 수연이 영재를 보고 싶었던 것이 화근이 된 것이지요. 결국 영재의 집을 찾아갔던 수연은 영재로부터 거부의 몸짓을 보고 갑작스럽게 폭력을 휘두르게 됩니다. 왜 그랬을까요? 수연은 다중인격을 가졌던 것일까요? 아니면 누군가의 영이 빙의되어 폭력을 휘두른 것일까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른 수영이 상황을 수습하는 방법이 너무 지나친 것은 아이었을까요?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에필로그에 이르러 영재와 도하의 연작소설의 제목은 <연가>에서 <너를 봤어>로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그 제목은 이 책의 제목이 된 것입니다. 결국 세 사람이 나누어 쓰기로 했던 연작소설은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서 <너를 봤어>로 새롭게 정리된 셈입니다. 김려령작가의 소설로 탄생한 셈인데, “나와 직접 관련이 있든 없든, 죽이고 싶은 사람이 많았고, 그래서 죽여야 했다. 미운 놈을 처치하고 일생을 피 말리며 살 수 없느니 펜을 사용했다.(203쪽)”는 것이 김작가께서 처음 소설을 쓴 동기라고 합니다. 그리고 보면 세상이 많이 무서워진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에 가급적이면 개입하지 않고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소설은 소설일 뿐, 오해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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