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호 교수의 동양 고전 강의 : 논어 2 - 사랑한다면 깨우쳐 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심경호 교수의 동양 고전 강의 2
심경호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경호교수님의 동양고전강의 시리즈 <논어>의 2권에는 자한(子罕), 향당(鄕黨), 선진(先進), 안연(顔淵), 자로(子路), 헌문(憲問)편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사랑한다면 깨우쳐 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는 부제의 의미는 공자님께서 제자들과 주고받은 말씀을 주로 담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자한(子罕)편 제7장을 보면, 有鄙夫問於我空孔如也我叩其兩端而竭焉(유비부문어아하되 공공여야라도 아고기양단이갈언하노라)라고 하셨는데, ‘어리석은 사람이 내게 물어오면 그가 아무리 무지할지라도 나는 시종과 본말을 다 말해준다.(28쪽)’라고 해설하고 계십니다. 알지 못하는 사람이 물어오더라도 정성을 다하여 가르침을 베푸셨는데, 하물며 사랑하는 제자들에게야 오죽했겠습니까? 그야말로 스승의 표상으로 받들만하다고 하겠습니다.

 

修身齊家治國平天下(수신제가치국평천하)가 누구나의 꿈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이상국가의 건설을 꿈꾸었던 공자님과 그를 따르는 제자들의 생각을 담고 있는 만큼 아무래도 자기관리와 인간관계에 관한 주제가 많이 다루어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어느 시대에도 잘 어울리는 교훈이라고 하겠습니다. <논어>의 2권에서는 특히 세상을 다스리는 이치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눈에 들어온 안연(顔淵) 제11장을 보면, 齊景公問政於孔子孔子對曰君君臣臣夫夫子子(제경공문정어공자한대 공자대왈 군군, 신신, 부부, 자자니이다). “제나라 경공이 정치에 대해 공자에게 묻자, 공자께서는 ‘군주는 군주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합니다.’라고 대답하셨다.”라고 풀어 쓰셨습니다. 요즈음 세태에 새겨들을 법한 구절이라 생각합니다.

 

요즈음 세태하니 생각나는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안연(顔淵)편의 제12장입니다. 子曰片言可以折獄者其由也與子路無宿諾(자왈, 편언가이절옥자기유야여인저 자로무숙낙이러라)로 “공자께서는 ‘한마디 말로 송사를 판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유일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자로는 승낙한 일을 미루지 않았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재판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에 한마디 말로 공정한 판결을 내려 옥사를 마감하는 편언절옥(片言折獄)이 아쉽다.(142쪽)”라는 저자의 설명으로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어서 저자께서 ‘송사 당사자의 한쪽 말’로 본다는 편언에 대한 옛 주석을 ‘진실없는 자의 한쪽 말’이라고 새긴 정약용선생님의 말씀을 인용하여, “원고나 피고의 한쪽 말만 듣고도 그 말이 진실이 아님을 꿰뚫어 송사를 판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유일 것이다.(143쪽)”라고 풀어낸 구절에 이르러서야 고개가 끄덕여짐을 알겠습니다. 즉, 자로(子路)는 원고나 피고의 한마디 말만 듣고도 송사를 판결할 수 있을 만큼 남의 말을 잘 파악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승낙한 일을 미루지 않은 신실함을 지킬 수있었다는 것인데, 우리 사법부에 소속되어 있는 재판관들께서 새겨둘 말씀이 아닐까 합니다. 말 한마디를 신중하게 함으로써 재판관의 입을 바라보는 일반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요즈음 재판관들은 참으로 부박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여자연예인이 새겼더라면 좋았을 대목도 있습니다. 역시 안연(顔淵)편의 제21장 一朝之忿忘其身以及其親非惑與(일조지분으로 망기신하여 이급기친비혹여아).라는 말씀입니다. 해(解)를 보면, “하루아침의 분노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그 재앙이 부모에게까지 미친다면 미혹이 아니겠는가?(162쪽)” 그 분의 공분이 정당한 것이었는가를 떠나서 적절한 단어로 표현하지 못한 것은 분명 재앙일 될 것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하였던 것이 문제였을 터, 감당하지 못할 일은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일일 듯합니다. 안연(顔淵)편의 제3장에서도 仁者其言也訒(인자기언야인이니라; ‘어진 사람은 말을 참아서 한다’)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이가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 <논어>의 본래 맥락을 음미할 수도 있고, 내키는 대로 책을 펼쳐 해당 강의의 주제를 자신의 처지와 연관 지어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전자의 경우 이 책은 공자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적합한 입문서가 될 것이며, 후자의 경우 숨가뿐 현대의 일상 속에서 이 책은 일종의 멘토가 되어 고전의 가르침을 일상적으로 새길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일단 차례로 읽어 전체를 개관하고, 일상에 잘 부합하는 대목을 다시 새겨보는 방식으로 가보려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