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6
잭 케루악 지음, 이만식 옮김 / 민음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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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존 스타인벡이 자신이 설계한 차로 4개월 동안 34개주를 돌아본 이야기를 정리한 <찰리와 함께 한 여행; http://blog.joins.com/yang412/13260454>을 읽었습니다. “미국에 관해서 글을 쓰는 미국 작가이지만 나는 실은 기억에만 의존해왔다. 그런데 기억이란 기껏해야 결점과 왜곡투성이의 밑천일 뿐이다. 참된 미국의 언어를 듣지 못하고 미국의 풀과 나무와 시궁창이 풍기는 진짜 냄새를 모르고, 그 산과 물, 또 일광의 빛깔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 그래서 나는 다시 내 눈으로 과연 이 거대한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다시 발견해보리라 마음먹었다(13쪽).”라는 것이 미국일주여행에 나선 이유였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을 여러 차례에 걸쳐 일주한 여행기록이 있습니다. 잭 케루악의 <길위에서>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샐 파라다이스는 운명적으로 딘 모리아티를 만나면서 길위에서의 삶이 시작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 내가 단순히 작가로서 새로운 경험이 필요했거나 교정 주변을 맴돌기만 하는 내 삶의 무기력함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딘을 더 알고 싶어진 것은 아니다. 얼마간의 성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가 마치 오래전에 잃어버린 동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20쪽) (…) 따라가다 보면 어딘가에 여자, 미래, 그 모든 것이 있으리라는 사실을 난 알고 있었다. 따라가다 보면 어딘가에 내게 진주가 건네질 것이다.(22쪽)”

 

저자는 1951년 4월 2일에서부터 22일까지 벤제드린에 취해 몽롱한 상태에서, 36미터에 달하는 길게 말려 있는 전신타자용지에 12만 5천 단어를 구두점도 없어 타자해 내려갔다고 합니다. 5부로 나누어진 이야기 가운데 1부에서 4부까지는 네 차례에 걸쳐 덴버, 샌프란시스코, 텍사스, 멕시코시티에 이르기까지 광활한 미 대륙을 때로는 고물자동차를 운전해서, 혹은 버스로, 돈이 없으면 히치하이크로 종횡무진하는 흥미로운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5부는 길위에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더하여 모두 4편의 해제를 덧붙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 평단의 주목을 받았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읽다보면 즉흥적이다 못해 충동적이고, 여행에 나서는 이유도 뚜렷하지 않은 이들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오리무중을 헤매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들이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켜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젊어서 해보고 싶었지만 결코 실행에 옮기지 못한 향수같은 것 때문일까요? 히치하이크로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로부터 그들의 생각을 듣고, 딘과 만나면서 그의 친구들과 친해지는 과정을 보면 젊다는 것, 생각이 자유롭다는 것이 부럽기는 하지만, 자신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을 읽을 수 없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술과, 약물, 복잡한 여자관계 등등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권할만한 행동이라고는 볼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 역시 “많은 사람들이 내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고 전하는 것을 보면, 저처럼 생각하는 미국독자들도 적지 않은 모양입니다. 저자는 <길위에서>가 “내가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인데, 실제로 찾을 수 없는 무언가를 찾아서 캘리포니아까지 히치하이킹을 하다가 길 위에서 방향을 잃고 다른 무언가를 희망하며 그 길을 쭉 되돌아오는 두 녀석에 관한 것”이라고 했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번역하신 이만식교수님께서 작품해설을 통하여 “<길위에서>는 미국인의 내면에 있는 선(善)을 발견하려는 여행의 기록”이라고 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다음 구절이 저자가 읽는 이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을까요? “‘그래, 그래, 그래.’라고 말하며, 당장 그의 안에 굉장한 계시가 찾아올 듯해서, 나는 이제 곧 뭔가 터지리라 확신했지만, 다른 이들은 그것이 찾아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했다. 그는 ‘비트’ 그 자체였다.-비트적인 것의 뿌리이자 영혼이었다.(2권 34쪽)”

 

참고로 그 옛날에는 히치하이크하면 쉽게 차를 얻어 탈 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최근에는 범죄에 엮일 수도 있고,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있어 태워주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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