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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감정수업 -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평점 :
안상헌님이 <통찰력을 길러주는 인문학공부법; http://blog.joins.com/yang412/13062938>에서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주인공들을 통해서 인간을 이해하는 폭을 넓히고 역시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서 현실사회의 개연성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소설의 경우는 별 생각 없이 닥치는 대로 읽는 편입니다만,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읽는다면 책을 고르는 재미에 더하여 책을 읽으면서도 집중하는 관점이 생겨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온통 회색빛 하나로만 되어 있는 세상에서도 살 수 있을까요? 하루하루의 삶이 힘들어도 무언가 다른 점이 있고, 희망이 있어서 견딜 수 있는 것입니다. 머리말에서 강신주박사는 감정이 없다면 삶의 희열도, 삶의 추억도, 그리고 삶의 설렘도 없을 것이고,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면, 이 세상을 떠나면서도 우리는 수많은 색깔로 덧칠해진 추억을 꺼내 들며 행복한 미소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소설을 재료로 삼아서 인간의 감정에 대하여 공부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공부해야 할 감정은 비루함, 자긍심, 경탄, 등 모두 48가지입니다. 저자는 48가지의 감정을 무슨 근거로 뽑았다고 설명하지는 않습니다만, 매장 마다 스피노자의 <에티카>에서 주제에 맞는 글귀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긍심(acauiescentia in se ipso)이란 인간이 자기 자신과 자기의 활동 능력을 고찰하는 데서 생기는 기쁨이다. 40쪽)”라는 글귀에서 자긍심이라는 인간의 감정을 추출해냈고, 그 자긍심을 설명하기 위하여 밀란 쿤데라의 <정체성; http://blog.joins.com/yang412/12822675>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랑을 시험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읽어냈습니다만, 저자는 ‘자긍심’을 읽어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스토커의 편지, 그러니까 장마르크의 편지는 샹탈로 하여금 망각하고 있던 자신의 매력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스포트라이트가 샹탈에게 엄청난 자기만족, 혹은 자긍심이라는 감정을 부여한 것이다.(40쪽)” 책을 읽는 사람마다의 관점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이렇게, 48개의 주제에 대하여 각각의 주제에 맞게 해석되는 48개의 소설의 내용을 요약하거나, 한 부분을 인용하면서 주제를 설명하고, 주제에 관한 스피노자의 설명을 <에티카>에서 인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습니다만, <에티카>는 17세기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의 대표적 저작으로 신, 정신과 정서, 인간과 자유 등의 주제를 통해 현대 철학의 쟁점인 존재론과 인식론, 윤리학의 핵심 문제를 다뤄 스피노자 철학의 정수로 평가받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에티카> 제3부의 ‘정서의 기원과 본성에 대하여’에서 골라낸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어서 주제를 표현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그림이 나오고, 주제를 짧게 요악하는 글을 붙이고 있습니다. ‘자긍심’에는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는 단순한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는 금방 자긍심을 회복할 수 있다. 내 자신이 충분히 소중하고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고서는, 어떻게 타인이 나를 사랑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겠는가.(42쪽)” 그 다음에는 작가소개가 나오고 마지막으로 철학자의 어드바이스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참 절묘하게도 작가 소개와 철학자의 어드바이스는 주제를 잘 축약하여 한쪽을 넘기지 않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끄는 점입니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통하여 우리는 모두 48권의 책의 내용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 작품들은 바로 이 책을 기획한 편집자가 심혈을 기울여 골랐다고 합니다. 저는 주제에 맞게 새로 그린 그림일까도 생각해보았습니다만, 그림 역시 그녀가 골랐다고 하는데, 그림에 대한 설명까지도 덧붙였더라면 금상첨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48가지나 되는 소설 가운데 제가 읽은 것은 불과 6가지 밖에 되지 않고 영화화된 것 까지 해도 8가지 밖에 되지 않아서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만, 강신주박사의 설명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작품해석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