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뇌 - 신은 뇌의 창조물. 뇌과학이 밝혀내는‘믿는 뇌’의 메커니즘
라이오넬 타이거 & 마이클 맥과이어 지음, 김상우 옮김 / 와이즈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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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종교의 영역에 관한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일은 일단 부담스러워하는 편입니다. 이유는 종교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종교적 논리를 섣불리 논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순수과학과는 거리가 있는 의학을 전공하고 있고, 의학의 한계를 느낄 때는 종교에 기대야 하나 싶을 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과학적 방법론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과학이 밝혀낸 자연의 신비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신의 뇌>는 ‘신은 뇌의 창조물. 뇌과학이 밝혀내는 ’믿는 뇌‘의 메커니즘’이라는 부제에 끌려 읽기로 하였습니다. 지구상에서 살고 있는 생물 종들 가운데 유일하게 인간만이 신을 믿고, 신을 모시는 의례를 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지구에 생물이 등장하게 되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많은 책들을 읽어왔기 때문에 신이 세상을 만들고 만물을 창조했다는 천지창조나 지적설계론에 공감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책을 번역하신 김상우님은 ‘신은 왜 존재하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내놓고 있습니다. ‘존재의 이유’라는 옛날 노래도 있습니다만, 누구나 존재하게 된 이유가 있기 마련인데, 종교에서는 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의문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전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류학을 전공한 라이오넬 타이거교수와 정신의학 및 생물행태학을 전공한 마이클 맥과이어교수는 ‘신은 뇌의 산물’이라는 전제를 내리고 설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모든 종교는 사로 다르지만 두 가지 운명적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 모든 종교는 인간 뇌의 산물이며 둘째, 그렇게 만들어진 종교가 다시 뇌기능에 강력한 영향을 미침으로써 지상의 모든 종교가 존속하고 있다는 것이다.(22쪽)” 앞서 말씀드린대로 신의 존재는 의문의 대상이 아니라 오직 믿음의 대상일 뿐이라는 것인데, “(종교가 흔히 제시하는) 낙원에 대한 믿음은 경험과 인식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순수한 믿음이며, 그 자체로 하나의 권위다.(41쪽)”라는 것이 저자들이 종교와 신에 대한 설명의 요지입니다.

 

암각화나 신에 대한 감사 및 경외를 드러낸 많은 돌조각의 연대를 측정한 결과 인류 사이에 종교가 등장한 것은 7만년 정도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가장 오래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두개골은 16만년 전의 것이므로, 기록이 남기 전에 종교가 등장했을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다음과 같은 추정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첫째, 지난 14만년에서 7만년 사이의 어느 시점에 진화론적 사건과 환경이 결합해 종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둘째, 이 기간 동안 침팬지가 인간보다 덜 진화하고 변화했다면,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를 뺀 나머지에서 이 둘이 공유한 비계의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잇다는 것이다.(147쪽)”

 

인간과 침팬지는 다양한 점에서 유사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만, 종교와 관련된 것으로는 위계구조의 유사성을 꼽습니다. 그 가운데는 중요한 점은 믿음에 관한 것도 있습니다. 종교가 인간에 주는 가장 큰 힘은 삶의 스트레스를 달래주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답을 준다는 점일 것입니다. “종교적 경험과 행동은 많은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그리고 신도와 종교 당국 간의 우호적 분위기는 뇌를 편안하게 해준다.(197쪽)”고 설명하는 저자들은 이런 현상을 최근에 개발된 뇌기능검사장비들을 통하여 확인하고 있습니다. 종교를 통한 교류, 의식 그리고 믿음은 종교의 중요한 특징으로 이 세 가지 요소는 신앙인들의 스트레스를 체계적으로 그리고 확실하게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도하는 동안에는 감정, 행동을 통제하는 전두엽과 사고, 연상, 인식기능을 하는 하두정엽이 활성화되는데, 기도는 신을 만나는 행위이기 이전에 자신의 뇌와 마음을 달래고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이기도 하다고 설명합니다.

 

저는 저자들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핵심은 다음이라고 보았습니다. “우리는 종교적 주장의 핵심에 있는 신비로운 힘과 경험의 존재를 보여주는 증거를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종교적 주장이 사람들의 삶과 그들이 속한 공동체의 삶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다.(292쪽)” 종교가 주장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종교를 통해서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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