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 프로젝트
그레임 심시언 지음, 송경아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요즘이야 서른이 넘어도 아직 청춘이라는 소리를 듣습니다만, 제가 결혼할 무렵만 해도 아홉을 넘기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른을 넘겨 동기생 백명 가운데 끝에서 네 번째로 결혼에 성공하기는 했으니 요즘말로 치면 갑갑한 청춘이었던 셈입니다. 플로리다주립대학의 짐 맥널티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파트너에 대한 숨은 본심을 아는 커플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http://blog.joins.com/yang412/13282315). 지금도 그리 나아진 편은 아닙니다만, 여성의 마음을 잘 읽어내지도 못했던 것이 모태솔로를 벗어나기 힘들었던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잘 나가는 유전학 교수이면서도 39살까지 모태솔로를 벗어나지 못해 포기모드에 들어갔던 한 ‘남성의 아내찾기 프로젝트’를 다룬 달달한 로맨스 소설 <로지 프로젝트>입니다. 12월이 되면 시작할 예정인 예스24 블로거들이 이어가는 책나눔 이벤트에 내놓으려고 출판사에서 협찬을 받은 책이기도 합니다. 멜버른 출신의 컴퓨터 시스템 컨설턴트 회사를 경영하는 이 책의 저자 그레임 심시언은 정신의학을 전공하는 교수이자 로맨스소설 작가인 아내의 격려에 힘입어 시나리오 수업을 수강하면서 써낸 첫 작품이 바로 <로지 프로젝트>였다고 합니다.

 

이 책의 남자 주인공은 유전학을 전공하는 39세의 돈 틸먼 교수입니다. 잘 생기고, 큰 키에, 합기도로 단련된 탄탄한 몸매에다가, 더해서 요리도 잘 하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스펙을 갖추고 있는데, 그 나이가 되도록 짝을 구하지 못한 이유는 호주에 모방송국에서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짝> 같은 중매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아스퍼거증후군으로 놀라울 정도의 기억력에 일과(日課) 스케줄을 초단위로 나누어 살고 있는 빈틈없는 사나이, 즉 사회성없는 원칙주의자라는 결정적 약점이 금새 드러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데이트로 발전할 수 있는 관계가 이루어지지 못해온 것이 속사정이었던 것입니다.

 

돈의 사회성은 이웃에 사는 동료교수 진과 그 부인 클로디아를 제외하고는 두 명의 친구만이 있었을 뿐이라는 점으로도 엿볼 수 있습니다. 그 친구는 의료과오로 숨진 누나와 치매로 요양원에서 지내는 남편을 둔 대프니인데, 돈은 대프니가 이웃사촌이 되면서 그녀에게 유전학을 가르치면서 가까워지고, 그녀가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입원하고 결국 죽음을 맞을 때까지도 꾸준하게 돌보는 착한 남자이기도 합니다. 39이 된 돈이 결혼에 대한 꿈을 다시 펼치게 된 것은 대프니의 결정적 조언 때문입니다. 치매로 기억이 가물거리는 대프니의 78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식사자리에서 “돈, 당신은 누군가에게 멋진 남편이 될 거예요.(26쪽)”라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건넨 것입니다. 그녀는 ‘모든 사람에게는 짝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돈 역시 통계적으로 이 말이 틀림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아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돈의 ‘아내 프로젝트’의 핵심은 만남이 무르익어 결혼을 심각하게 고민할 무렵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문제적 요소들을 사전에 검증하기 위한 설문입니다. 설문의 내용은 약속 시간 늦는 여자, 아웃. 담배 피우는 여자, 아웃. 채식주의자, 아웃……. 무려 열여섯 장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설문을 대놓고 들이대는 뻔뻔함이 통할까요? 첫 시도에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하는 돈의 ‘아내 프로젝트’를 곁에서 지켜보던 친구 진의 주선으로 새로운 지원자가 나섭니다.

 

29세의 바메이드로 등장하는 여주인공 로지 자먼은 ‘지속 가능한’ 해산물을 먹고, 식후 3초 불연이면 만년 재수없다는 전래의 말씀을 믿고, 약속 시간에 제때 나타나는 법이 없는 자유분방함을 보여 첫 만남에서 아내 후보에서 탈락시켜야만 했을 그녀와의 만남이 이어지게 된 이유는 그녀의 출생의 비밀에 있습니다. 로지가 10대 무렵 어머니가 죽자, 아버지 필은 그녀와 떨어져 살면서도 재정적 지원을 이어오고 있는데, 그녀는 어머니로부터 생물학적 아버지가 따로 있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 상처가 되어 아버지와의 관계가 덤덤해졌던 것입니다.

 

로지의 신세타령을 듣게 된 돈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로지의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는 ‘아버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고, 두 사람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돈의 ‘아내 프로젝트’와 로지의 ‘아버지 프로젝트’가 교묘하게 엮이면서 두 사람 사이는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를 반복하면서 러브라인을 만들어갑니다. 과연 그녀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누구일까요? 마지막 순간에 의외의 인물이 등장하면서 헷갈리게 만들었지만, 로지의 아버지 후보들이 거론될 무렵 제게는 느낌처럼 다가왔던 후보가 결국은 가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좁혀지는 결말을 보고는 “예스”라고 마음 속으로 환성을 올렸습니다만, 여러분들도 나름대로 추리를 해보시는 재미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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