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기의 시대 - G1으로 향하는 중국몽
김태일 지음 / 이담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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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중국은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포함한 동중국해 일대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으로 한다고 선포했습니다. 최근 일본 정부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가상적국이 점령한 섬을 탈환하는 작전을 전개한 것과 관련하여, 해당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방공식별구역은 군사·안보를 목적으로 통상 영토와 영해의 직접적인 상부 공간에 국한하는 영공의 범위보다 넓게 설정하는데, 이는 속력이 빠른 항공기가 영공을 침범하는 경우를 상정하여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방공식별구역 운영규칙에 따르면, 방공식별구역을 지나는 항공기는 사전에 중국 외교부나 민간 항공국에 비행 계획을 통보하고, 방공식별구역 관리기구의 통제에 따라야 하며, 이에 응하지 않으면 무장력을 동원해 ‘방어적 긴급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합니다.(연합뉴스 11월 23일자 기사, “중국,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 설치”)

 

동중국해의 해양을 두고 중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의 국가들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국제사회에서의 중국의 위치가 격상되어온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동아시아 지역에 위치하여 오랜 세월을 이들 국가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지난 세기에 겪었던 불행을 다시 반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자면 중국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중국의 변모에 대한 주변 국가들의 반응까지도 살펴야 하겠습니다. 돌이켜보면 근세 이전까지만 해도 동아시아 지역에서 힘의 흐름은 중국을 중심으로 밖으로 흘러나가는 구조였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힘의 흐름 속에서 중국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나라들이 중국의 힘에 눌려 사라져갔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주권구조의 부침은 있었지만 오랜 세월을 독립국가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지켜올 수 있었던 것은 중국과 중국인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세기에 일본의 침략을 받아 주권을 잃었던 것은 이때까지의 힘의 흐름과는 상반되는 역방향으로 흐르게 된 힘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지난 세기 중국과 그 주변 국가들은 겁박하여 한 몫을 챙기려는 열강의 표적으로 관심을 받았지만, 불과 한 세기만에 상황이 역전되어 이제는 눈치를 보아야 하는 상대로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중국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다양한 시각들이 있습니다. 최근에 읽은 조 베넷의 <이 팬티는 어디에서 왔을까; http://blog.yes24.com/document/7446584>는 중국이 어떻게 세계의 공장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었는데, 베넷은 중국이 무한에 가까운 저렴한 노동력을 무기로 전 세계 경쟁자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이 오늘날의 중국의 번영이 가능했다고 진단하였습니다. 나아가 “이제 중국은 21세기를 지배할 준비를 완료한 것 같다. 일단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고 나면,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그 지배는 계속될 것이다. 규모가 워낙 엄청나서 대적할 나라도 없다. 인도라면 그나마 상대가 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조 베넷 지음, 이 팬티는 어디에서 왔을까, 10쪽)”라는 전망까지 내놓았습니다. 베넷의 전망이 옳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나친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중국을 제대로 알지 못한 저의 선입견일 수도 있습니다.

 

중국의 최근 모습을 비교적 상세하게 분석하고 있어 중국알기에 도움이 될 책을 소개합니다. 현재 중국경제정보분석(CEIA) 수석분석가로 재직하고 있는 김태일님의 <굴기의 시대>입니다. 저자는 중국 상해재경대학원에서 중국주식 분야를 연구하고, ‘중국의 세계금융중심 건설 전략’이라는 주제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합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굴기(崛起)란 ① 산이 불쑥 솟음, ② ‘기울어진 집안에서 큰 인물이 남’을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을 세계만방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에 젖어왔던 중국으로서 지난 세기는 치욕의 시기였을 것입니다. 그런 중국의 모습을 기억하는 국제사회로서는 오늘날의 중국이 새롭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전적 의미대로 오늘의 중국은 분명 굴기의 시대를 맞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굴기의 시대>에서 저자는 중국이 세계만방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을 다시 세우려하고 있다는 ‘중화굴기’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내, 문화, 경제, 금융, 소비, 산업, 자원, 군사, 해양, 우주분야 등 전방위적으로 달라진 중국의 모습을 살피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영역을 다루게 된 이유는, “본서의 목적은 중국의 앞날을 예언하고 그에 합당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 있지 않다. 그보다는 중국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변수를 추상적 모형의 틀 속에 가두고 그 경로를 탐색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두었다.”라고 적은 머리말의 첫 구절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G1으로 향하는 중국몽(中國夢)’이라는 부제를 달아 언젠가 미래에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선두에 서는 날이 올 것이라고 하면서도 ‘21세기에는 이전 세기처럼 단독으로 한 국가가 다른 강대국들을 압도하는 시대는 오지 않을 것 같다.’라고 예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 G7국가들이 주도하던 글로벌 아젠다는 최근 들어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국가와 중남미(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유럽(러시아, 터키, 호주, EU)에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가 더해져 확대된 G20국가들이 논의하여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유럽과 일본의 제국주의가 주도하던 지난 세기말과는 많이 달라진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자원에 의존하여 부상했다가 몰락한 쓰라린 경험이 있는 남미국가들의 사례에 비추어볼 때 자만이나 방심은 금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굴기의 시대>에 담은 저자의 생각을 살펴보기로 합니다. ‘중화주의(中華主義)를 만천하에 고하노라’는 글로 1부 ‘중화굴기’를 시작합니다. 중화주의는 유일한 문명국인 화하족(華夏族)의 나라를 따라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그리고 북적(北狄) 등 네 이족(夷族)이 중국화된다는 화이사상(華夷思想)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중국은 천하의 질서가 중화와 이적 사이의 조공과 책봉관계로 유지되고 이적이 중화를 거부하며 중국을 침범하는 일은 천하의 질서를 흩트리는 불의한 일로 여겼다. 따라서 중화가 이적 위에서 천하를 조율할 때만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고 황제의 권위는 이적들의 분쟁을 진정시키고 천하의 안정을 유지함으로써 보장받는다고 생각했다.(26쪽)”고 설명하였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중국의 문명이 시작되었다고 믿는 하(夏)나라가 동이족의 나라였다고 하는데서 부터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 몽고족이 세운 원나라,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 등 이적(夷狄)이 중화를 지배하였던 것입니다. 두 번째 밀레니엄에 해당하는 서기 1,000년부터 1,900년의 시기의 대부분은 이적(夷狄) 출신의 이들 국가가 중국을 지배했을 뿐, 화하족(華夏族)으로는 오직 명나라(서기 1368~1644)만이 중국을 지배할 수 있었다는 점을 본다면 중화주의에 지나치게 방점을 둘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글을 여는 “패도(覇道) 없는 왕도(王道)는 분열을 낳고 왕도(王道) 없는 패도(覇道)는 단명한다. 그래서 패도와 왕도를 두 손에 움켜쥔 국가만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37쪽)”라는 말은 주(周)나라가 쇠약해진 춘추시대에 배경을 두고 있는 것으로, 인덕을 근본으로 천하를 다스려야 한다는 정치사상인 왕도와 무력이나 권모술수로 천하를 다스리는 패도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우는 것입니다. 저자는 중국이 21세기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근거로 과학, 기술, 산업 등 물질적 영역을 넘어서 정치, 사회, 문화, 도덕의 영역으로 진보가 확대되고 있는데, 정책 일관성, 명확한 지표, 주체적 판단 그리고 개방적 사고라는 4가지 동력이 중국의 진보를 견인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저자는 머리말을 마무리하면서 브레진스키가 최근에 쓴 <전략적 비전>에서 미국의 글로벌 파워가 줄어들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8개 지역이 지정학적으로 가장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예견을 인용하였습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안보 공약이 덜 믿을 만할 때는 한국은 혼자 힘으로 군사 또는 정치적 위협에 직면해야 한다.”라는 조언에 대하여 “이대로 반세기만 흐른다면 한반도는 지도에서 사라지고 두 번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불길한 생각도 가끔 떠오른다. 다가올 2050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계속 존속하리라 장담하지 마라.”라고 불안한 내심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지나친 걱정은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외면하고 모른 척하는 것도 위험한 생각입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면 살길을 찾을 수 있는 법입니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중국의 번속국에 불과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를 살펴보면 중화주의를 앞세웠던 중국이 조선만큼은 소중화로 대접하였던 것은 수와 당의 군사적 침략을 물리친 것으로부터 중국의 통치이념의 바탕이 되었던 학문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문화가 중국과 견줄만하다고 인정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자가 이 책의 주제로 삼고 있는 굴기하는 국가의 모습은 이미 우리나라가 중국에 한발 앞서 경험한 것입니다. 따라서 중국은 우리나라의 굴기의 역사에서 배워야 할 점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문화굴기에 이어지는 경제, 금융, 소비, 산업, 자원, 군사, 해양, 우주분야 등에서 중국이 굴기해온 모습을 저자는 다양한 수치와 표 등을 이용하여 설명하고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중국인이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면’이라는 제목을 보면 무슨 일이 있을까 궁금해지는데, “중국이 소비하면 모든 것이 부족해지고 비싸진다.(272쪽)”라는 답이 곧바로 나옵니다. 덧붙여 “중국 소비는 세계 경기의 풍향계 역할을 하며 그 속에서 투기는 기승을 부린다. 중국은 지금 글로벌 소비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을 더하고 있습니다. 커피와 같은 기호식품이 이럴진대 개인의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에서부터 산업생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원의 확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하여 중국과 경쟁을 벌어야 하는 일은 치열하다는 말로는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최근 심상치 않은 북한의 동향을 보면서 군사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됩니다. 지난 18일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하여,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헌법 해석 변경을 선택하면 한·미·일이 (동북아에서) 직면한 위협에 대한 강력한 억지력이 될 것”이라며 “이 위협에는 북한의 위협도 포함된다.”고 말했다고 기사는 전했습니다.(조선일보 11월 21일자 기사, “美 "日집단자위권 대상에 한반도 포함”) 한반도에서 전쟁 상황이 발생하면 일본은 자위대를 투입하여 납북 일본인을 구축하는 특별조치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뜬금없는 주장이 연초에 나왔던 것도 면밀하게 계산된 것으로 보입니다. 저자 역시 일본의 이러한 전략적 발언에 대하여 “자신의 입지를 좁히는 것을 넘어 이제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마저 방해한다.(405쪽)”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군사전략은 한반도의 대치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겠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단지 햄버거 크기가 변할 뿐’이라는 알쏭달쏭한 제목으로 한반도에 관심을 쏟고 있는 국가들의 이해로 대차대조표를 만들고 그 안에서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햄버거 크기’라는 비유를 읽으면서 느낀 점은 누구도 한입에 먹을 수 없도록 햄버거의 크기를 키워야 하겠구나 하는 것입니다. 한반도의 안정이 글로벌 국가들의 이익과 직결된다면 이들 모두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역할을 맡겠다고 나설 것이라는 것은 초등학생도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의 동향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어, 한반도에 이해가 걸린 여러 나라들도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현실을 진단할 때는 지나친 낙관도 지나친 비관도 금물입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옛말은 세월이 변해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봅니다. 냉정하게 우리의 좌표를 살펴보기 위해서라도 중국을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굴기의 시대>는 중국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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