止學 멈춤의 지혜
마수추안 지음, 김호림 옮김 / 김영사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살아온 날이 많아지면서 가끔씩은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날 열정에 넘칠 때는 세상의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될 것 같아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에 성공하기도 하지만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럴 때는 잠시 쉬거나, 아니면 돌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겠다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기에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멈추거나 돌아가는 일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일찍 배울 수 있었더라면 싶기도 합니다.

 

마쉬추안이 엮은 <지학; 멈춤의 지혜>가 바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편저자 마쉬추안은 “문학과 역사에 일가를 이룬 고적(古籍) 전문가로, 주로 고전에서 소재를 찾아 문학 서적을 집필했고, 역사서 및 옛 경전을 탐구하여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재조명, 현대적 감각에 맞게 풀어 쓰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멈춤’의 사상은 노자의 <도덕경>, 장주의 <장자>, 공자의 <논어> 등에서도 볼 수 있는데, 수나라 유학자인 문중자(文中子) 왕통(王通)이 하나의 학문으로 집대성했다고 합니다. 왕통은 멈춤(止)과 멈추지 않음(不止) 사이가 성공과 실패의 분수령이자 큰일을 이루는 자와 용렬한 자의 경계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자나 옮긴이 모두 <지학; 멈춤의 지혜>의 체계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는 모두 열 가지의 화두에 따라 다시 열 가지의 말씀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모두 100가지의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열 가지의 화두는 지혜, 권세, 이익, 언변, 명예, 감정, 고난, 화해, 마음 그리고 수신입니다. 각각의 삶의 지혜의 말씀은 먼저 경구와 그 해석, 그리고 경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고사를 인용하는 순서로 편제되어 있습니다.

 

멈춤의 지혜에 해당되는 말씀을 고난편에서 찾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고난’편의 다섯 번째 말씀은 躁生百端 困出妄念 非止寞阻害之蔓焉(조생백단 곤출망념 비지막조해지만언; 성급함은 온갖 우환을 낳고 곤경은 사악한 생각을 쉽게 낳으니, 이를 멈출 줄 모르면 해악이 만연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입니다. 이 말씀은 “옛말에 ‘사람이 가난하면 뜻도 짧다’고 했으니, 곤경에 처하면 쉽게 극단으로 치달아서 자기자신을 잃어버린다. 물론 그들 자신도 성급함의 해로움을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문제는 이성을 잃은 행위가 정상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다. 조용히 은인자중하지 않고 성급히 행동하는 것은 곤경을 벗어나는 좋은 방책이 아닐뿐더러 더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게 된다.(287쪽)“라고 풀고, 북위 태무제 때, 중서박사 고윤이 이 말씀을 따라 목숨을 구한 사례로 인용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말씀은 ‘우환은 마음으로부터 생긴다. 만약 곤경을 즐거운 일로 볼 수만 있다면, 그 곤경은 더 이상 곤경이 아니다.(296쪽)”는 말씀과 같이 새기면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중자의 경구를 마쉬추안이 해석하고 그에 맞는 고사를 이끌어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해봅니다만,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이 책의 체제와 관련하여 경구와 해설 그리고 고사 등이 각각 누구의 것인가 하는 궁금증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어떻든, 춘추오패의 한 분인 진(晉) 문공(文公) 중이(中耳)가 외국을 떠돌아다닐 때 보좌하던 개자추(介子推)는 허벅지살을 베어 중이에게 먹이는 등 헌신을 다하였지만, 중이가 왕위에 오른 뒤에 개자추의 헌신에 적절한 포상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모친과 주변에서 문공을 만나 설명하라고 권유를 하였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자추는 “제가 분노를 공로를 스스로 드러낸다면 이 또한 부귀를 추구하는 것이니, 저의 말과도 또한 맞지 않습니다. 제가 분노를 드러내면 결과적으로 주공께서 난처해지실 테니, 그건 결코 제가 바라는 바가 아닙니다. 더 이상 아무 말씀 마시고 저와 함께 산으로 들어가 은거하시지요.(177쪽)”라고 어머니를 설득하여 함께 면상산으로 들어가 세상을 등졌다고 합니다. 나아갈 바와 멈출 바를 잘 아는 현인이었던 것입니다. 물러날 때를 아지 못하고 연연하는 것처럼 추하게 보이는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가까이 두면 살아가면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때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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