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하라 - 신화 속에서 건져올리는 삶의 지혜 50가지
송정림 지음 / 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대학시절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 제작에 참여했던 작품들 가운데 제일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장 아누이가 다시 쓴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입니다. 70년대라는 특별한 사회적 배경도 작용을 했겠습니다만, 당시 제작진의 분위기는 안티고네 편에 섰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과연 클레온의 결정이 틀린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느 사회에서 오래 전부터 전해오는 신화는 어쩌면 그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사조(思潮)와 같은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안티고네>의 원전이라고 할 그리스 신화로 거슬러 가면, 오늘날 우리의 삶과는 괴리가 느껴지는 면도 있고, 우리의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그 인물들이 저지르는 행동들은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다만 신화속의 인물이 하는 행동이 정답이 아닐 수 있는 것이라서, 오히려 그들이 밟은 길과는 다른 결정을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신화의 재해석이 되겠지요. 그래서 저는 <오이디푸스왕>과 <안티고네>를 재해석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http://blog.joins.com/yang412/13225533).

 

송정림 작가의 <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하라>는 그리스 신화를 재해석하는 공부로 읽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신화는 어느 나라에나 다 있지만, 그리스신화만큼 상상력이 넘치는 신화도 드물다고 생각하고, 그리스 신화를 중심으로 작가가 느끼는 삶의 단상을 붙여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신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읽고 참고했다고 합니다. 읽어보니, 희망, 사랑, 욕망, 감성, 그리고 긍정을 키워드에 각각 10꼭지의 이야기를 배분하여 모두 50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스신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참고했다고 하셨는데, 역시 제 생각과는 차이가 있는 이야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판도라의 상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호기심 많은 판도라가 결국은 제우스가 준 상자를 열었을 때, 인간들의 삶을 피폐케 할 온갖 나쁜 것들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놀라서 상자를 닫는 바람에 희망이 상자 속에 남게 된 것까지는 모든 이야기에서 같은데, 작가가 선택한 결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판도라가 급히 상자를 닫는 바람에 빠져나가지 못한 것은 바로 희망이었다. 그때부터 인간은 전에는 겪지 않아도 되었던 수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겪으며 살아야 했지만, 희망만은 간직하게 되었다.(22쪽)” 사실 희망이 상자 속에 갇혀있어서는 인간에게 도움이 될 수 없는 것이죠. 따라서 누군가 상자를 다시 열어서 희망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어야 하는 것입니다.

 

왜 이런 구절은 꼭 눈에 띄는 지 모르겠습니다맘,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잘츠부르크에 관한 스탕달의 이야기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모차르트의 고향인 잘츠부르크는 땅속에서 나는 소금으로 유명하다. 그 소금은 숲의 지각 변화에 의해 땅에 묻혔다가 오랜 세월 동안 썩어서 마침내 유익하고 아름다운 결정체인 소금으로 변하게 된다고 한다. 그렇게 땅속에서 오래오래 묻히고 완전히 썩고 나서야 아름답게 승화되는 잘츠부르크의 암염, 그것이 사랑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스탕달은 강조했다.(106쪽)”

 

소금하면 우리는 보통 바닷물을 끌어들여 만드는 천일염을 생각합니다만, 세계적으로는 암염의 형태인 소금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땅속에 엄청난 양이 소금이 묻히게 된 것은 지각활동 덕분입니다. 옛날 바다였던 곳이 융기하면서 만든 분지에 고인 바닷물이 증발하면서 남은 소금이 굳어진 것이 바로 암염입니다. 숲이 지각변화로 땅메 묻히고 썩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아마도 스탕달이 잘못 알았던 모양입니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오만해진 인간이 신에 도전하는 경우는 잔인할 정도로 신의 복수를 당하게 됩니다. 페가수스를 타고 올림포스에 오르려했던 코린토스의 왕자 벨레로폰이나, 열 두 아이를 가진 것을 자랑하기 위하여 힘들게 두 아이를 얻은 레토여신을 비방한 니베아가 당한 끔찍한 일은 어렵지만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도시가 불타는 꿈을 꾸면서 출산했다는 이유로 버려진 파리스가 결국은 트로이의 전쟁의 빌미가 되었다는 정도는 그래도 약과라 하겠습니다만, 특히 자식이 아버지를 살해할 운명이라는 신탁을 내리는 바람에 생긴 오이디푸스의 비극을 보면 신은 무슨 이유로 그런 신탁을 내린 것인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심심풀이로 연못에 던진 돌에 연못에 사는 개구리가 맞아죽어도 된다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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