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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일만 할 것인가?
백만기 지음 / 이담북스 / 2013년 11월
평점 :
공부를 마치고 병원에서 일을 시작할 무렵에는 정년까지 전공분야에서 일을 한 다음에(여기에서 일은 한다는 의미는 월급을 받고 일을 한다는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은퇴를 하게 되면 해외에서 전공을 살려 봉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벌써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만, IMF사태를 겪으면서 갑작스럽게 현직을 떠나야 했던 분들이 많아지면서 은퇴 후의 삶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름다운 인생학교의 백만기 교장님이 쓴 <언제까지 일만 할 것인가>는 은퇴 후의 삶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저 역시도 일찍부터 은퇴 후의 삶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고는 했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까지 만들어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다는 특성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은퇴란 직업을 바꾸는 일이다’라는 저자의 정의대로 한다면, 먹고 살기 위하여 해온 일을 그만두고 마음 속에 품어왔던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시점이 바로 은퇴라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자녀를 키우고 노후의 편안한 삶을 보내기 위하여 돈을 벌기 위하여 일을 해왔기 때문에, 은퇴를 하는 순간부터는 인생을 즐기겠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평균 기대여명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은퇴를 하는 순간의 나이만큼을 더 살아야 하는 세월이 도래한 것입니다. 따라서 은퇴한 다음에 맞게 되는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생의 반환점이라고 할 50살에는 하던 일을 접고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즐기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언제까지 일만 할 것인가>는 좋은 참고서가 될 것 같습니다. 사실 개인마다 특성이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다르기 때문에 은퇴 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내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해답은 없다고 하겠습니다. 그저 각자 최선이라 생각하는 은퇴설계를 하면 되는 것입니다. 다만 저자는 소외된 이웃들과 마음을 나누다 보면 삶의 진정한 가치는 내가 대접받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나눔’에 있음을 깨닫게 되더라는 경험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은퇴 후에 어떤 삶을 살 것인가?’하는 질문을 받고 저자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은퇴 준비를 하며 읽었던 책 속에서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지혜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제가 경험한 것들을 책으로 엮어 뒤를 좇아올 후학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언제까지 일만 할 것인가>가 바로 저자의 은퇴계획의 일부였다고 합니다. 사실 저 역시 40살이 될 무렵부터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짧은 글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만, 20여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생각해야 하는 범위가 점점 넓어져가면서 시나브로 중단하고 말았습니다.
<언제까지 일만 할 것인가>는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강 ‘언제까지 일만 할 것인가?’에서는 은퇴 시점을 어떻게 결정하고, 은퇴 이후의 삶을 유지시켜줄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등에 관한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2강 ‘나를 발견하는 시간’은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하는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고, 3강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서는 타인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경우를 예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4강 ‘죽음, 삶의 가장 귀중한 경험’에서는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주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각장의 끝에는 은퇴 이후의 삶을 구체화하는데 도움이 될 팁을 각각 세 꼭지씩 정리하여 붙여두었습니다.
저자에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남성들만 이 책을 읽어야 할 독자로 상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쟁터 같은 직장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거치며 앞만 보며 달려온 우리네 아버지들, (중략) 그렇게 수고한 가장들에게 남 몰래 간직해 온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천해 보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오랜 세월을 통하여 직장생활을 해온 여성 은퇴자 뿐 아니라 남편이 직장생활을 원만하게 할 수 있도록 내조해온 아내를 위한 은퇴 이후의 삶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