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버 - 강과 아버지의 이야기
마이클 닐 지음, 박종윤 옮김 / 열림원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강과 아버지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더 리버>가 리뷰어 이벤트를 할 때 꼭 당첨되기를 빌었는데 안타깝게도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래프팅으로 유명한 콜로라도 강을 지나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쓰면서 콜로라도 강의 래프팅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읽고 싶은 책이었으니 읽었습니다. 기대했던 것처럼 콜로라도 강에서의 래프팅에 관한 내용도 충분히 읽을 수 있었지만, 더욱 감동이었던 것은 불과 다섯 살 어린 소년이 눈앞에서 급류에 휩쓸려 아버지를 잃고, 강을 떠나게 되지만 결국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열정이 숨 쉬는 강으로 돌아오는 과정이었습니다.

 

사실 콜로라도 강을 따라 지나가면서 래프팅 장비를 싣고 달려가는 차들은 많이 보았습니다만, 그들이 급류와 싸우는 장면을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귀국해서는 동강으로 떠난 부서 워크숍에 끝나고 간략하게 래프팅이란 무엇인가 정도의 체험해본 것이 전부라서 저자가 소개하는 콜로라도 강의 급류와 사투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 피부에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주로 평야지역에 살아왔기 때문에 강을 둘러싼 비경을 제대로 감상할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더 리버>의 주인공 가브리엘 클라크가 일기에 남긴 강에 대한 구절이 인상적입니다. “강은 신비롭다. 경이와 마법으로 가득하다. (…) 강은 거칠고 자유로우며 길들여지지 않는다. (…) 강은 살아있다. 강은 시간을 모른다. 그리고 온 세상을 돌아다닌다.”

 

카약을 타다가 폭포에서 떨어진 남자를 구출하려다가 급류에 휩쓸린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자, 가브리엘은 아버지와 헤어져 캔사스에서 살던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됩니다. 커가면서 위험한 상황을 맞으면 위축이 되거나 혼자만의 공간으로 몸을 숨기는 버릇 때문에 학교생활이 쉽지는 않지만, 지미의 관심과 나중에 담임으로 부임하는 체로키인디언 콜링스워스 선생님의 애정으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게 됩니다. 살고 있는 농장에서는 얼 부부의 세심한 배려가 어렵게 사는 모자 가족을 감싸줍니다. 열두살이 되는 생일에 얼 할아버지는 가브리엘에게 송어를 잡을 수 있는 낚시대를 선물하고, 같이 낚시를 하러 가면서 무서워하던 물과 친해지는 계기를 찾게 됩니다.

 

스무살이 되던 해에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지미의 권유로 콜로라도 스플래시캐니언으로 캠핑을 떠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도착한 날 밤에 혼자 일어난 가브리엘은 강 한가운데의 물살이 커다란 원을 그리며 소용돌이치기 시작하다가 점차 빨라져 깊은 구멍이 만들어졌다가 잦아드는 것을 보게 됩니다. 믿을 수 없이 무서운 장면이었지만 마음이 위로받은 느낌을 얻은 가브리엘은 자신과 강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형성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다섯 살 때 지켜본 엄청난 사건은 끊임없이 가브리엘을 고통스럽게 만들어왔던 것인데, 늘 함께 하던 아버지가 없다는 슬픔은 종종 공포로 돌변하곤 했던 것입니다.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 결코 평화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 홀로 있다는 공포, 죽음에 대한 공포 등입니다. 그의 공포는 이어 분노로 바뀌는데, 자신에 대한 분노, 아버지가 없다는 것에 대한 분노, 그 운명의 날에 아버지를 구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한 분노, 코앞에 거대한 폭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그 멍청한 뱃놀이꾼들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렇게 젊었던 아버지를 빼앗아 간 강에 대한 타오르는 분노 등입니다.

 

한편 캠핑장에서 처음 만난 태비사는 가브리엘에게 각별한 관심을 표시하는데, 태비사의 권유로 가브리엘은 래프팅을 같이 즐기게 됩니다. 태비사는 근처에서 래프팅 캠프를 운영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강물에 대하여 잘 알고 있습니다. 래프팅 코치 새뮤얼의 인도로 무사히 래프팅을 마치게 된 가브리엘은 강이 그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로서 가브리엘의 삶은 완전히 달라지는 것입니다. 결국 가브리엘은 태비사의 요청으로 여름동안 래프팅 캠프의 일을 도와주기로 합니다. 래프팅 캠프에서 만난 에즈라 영감과 태비사의 아버지 제이컵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결국 이들과 가브리엘 사이에 엮여 있는 인연의 끈은 놀라운 반전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하지만 가브리엘은 더 이상 두려움과 슬픔과 원망의 사슬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의 자신이 아닌 미래의 자신을 붙들게 됩니다. 태비사의 도움으로, 그리고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이어 쓴 일기장에 남긴 강에서 사는 삶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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