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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직시하면 할 일이 보인다
밥 나이트 & 밥 해멀 지음, 신예경 옮김 / 알키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미국 프로야구가 정규리그가 끝나고 챔피언시리즈가 진행되고 있어 야구를 좋아하는 국내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류현진선수가 소속된 다저스가 지구 우승을 차지하고 리그챔피언결정전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카디널스와 시작한 챔피언시리즈경기에서 다저스는 커쇼와 그레인키, 원투펀치를 투입하고도 타선의 불발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3차전에서는 우리의 류현진투수가 카디널스의 에이스 웨인라이트를 꺽었지만, 4차전에서는 놀라스코가 초반에 무너지는 바람에 1승3패로 코너에 몰리고 만 것입니다. 5차전에서는 다시 다저스 에이스 그레인키가 등판해서 승리를 거두고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있어 류현진 선수가 챔피언시리즈 마지막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원투펀치를 투입한 다저스는 적지라고는 하지만 에이스를 내지 않은 카디널스에게 두 경기 모두 내주고 말았을까요? 어쩌면 정규전에서 막강 파워를 보였던 두 에이스를 지나치게 믿었던 것 아닐까요? 흔히 우리는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에 심리적으로 위축하게 만들어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주의는 위기상황에 적절한 대응조치를 사전에 마련하지 않는 실수를 초래하여 무너질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근거없는 낙관에서 벗어나 문제를 바로 보는 용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면 할 일이 보인다>는 바로 이런 점을 강조한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바로 미국 대학농구의 전설의 승부사 밥 나이트감독입니다. 밥 나이트는 통상 통산 902승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승 감독 부문 2위에 오른 그는 ‘승리란 실수를 가장 적게 하는 팀이 차지하는 법’이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어, 매 경기마다 실수를 줄이기 위하여 팀의 결점을 파악하고 패배요인을 찾아 미리 제거하는 ‘부정적인 생각의 힘(The Power of Negative Thinking’을 강조한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노먼 빈센트 필 목사의 <적극적 사고방식; The Power of Positive Thinking>이론이 전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현장에서 느끼고 만들어낸 철학이라고 합니다. 그의 생각은 책에서도 인용하고 있습니다만, 탈리 샤롯교수가 <설계된 망각; http://blog.yes24.com/document/7310686>에서 인류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하여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낙관편향을 가지도록 진화해왔다는 주장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낙관편향을 가지고 있지만 ‘부정적인 면에 주의를 기울이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야 말로 장기적인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자질이다.(8쪽)’라고 했습니다. 장기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농구감독으로서의 그의 삶에서 얻은 철학이라고 하겠습니다. 그의 이런 철학은 늘 상황을 어둡게 보고 실패를 예상하라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 처하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부정적 요소를 놓치지 않고 주시하는 것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전향적 사고를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모두 열한개의 장으로 구분된 저자의 생각들 가운데 눈에 띄는 것으로는 ‘현실을 보게 하는 부정적인 생각들’, ‘승리를 견인하는 것은 철저한 준비다’, ‘현실을 직시할 때 길이 보인다’ 등이 있습니다. 자신이 치른 힘든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 농구 혹은 스포츠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농구경기의 실제 상황을 많이 인용하고 있어 농구를 배우는 선수나 농구팀을 지도하고 있는 감독들이 읽으면 선수생활 혹은 감독생활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꼭 농구선수가 아니더라도, 조직의 리더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예를 들면 리더를 위한 십계명 같은 것입니다. 1.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지 마라, 2. 있느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말고, 매사에 의문을 품으라, 3. 안심하지 말고, 언제나 걱정하라, 4. 내면의 문제나 나쁜 습관을 내버려두지 마라, 5. 증거 없이 행동하지 말고, 철저하게 점검하기 전에는 어느 것도 믿지 마라, 등입니다.
평소 운전하면서 자동차 계기판에 표시되는 휘발유계기가 바닥으로 떨어져야 주유소에 가는 제가 꼭 기억할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자동차 계기판의 주유 경고등이 항상 정확한 건 아니야. 집데 도착할 때까지는 기름이 충분할거야(78쪽)”라는 지나친 긍정적 사고보다는 “주유소를 찾기 위해 3킬로미터가 넘는 눈길을 걸어갈 때 이 말을 상기하라”는 저자의 따끔한 충고가 더 현실적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