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바람 그리고 사막 - 미국 서부 횡단 김영주의 '길 위의' 여행 1
김영주 지음 / 컬처그라퍼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미국 서부 횡단’이라는 막연한 부제를 보고서 선뜻 읽기로 한 책입니다. 서부라 하면 시애틀에서 샌디에고까지? 아니면 조금 더 써서 요세미티 국립공원 정도일까 싶었습니다만, 의외로 뉴멕시코와 애리조나 주에 흩어져 있는 볼거리를 잇는, 그러니까 미국의 남서부를 꿰는 여행이었습니다. 사실 이 곳은 여름에 여행하기에 쉽지 않은 코스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다양한 지역을 여행하다보면 코스를 결정하는 일이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일정이 빠듯하기 때문에 볼거리를 모두 이어붙이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결국은 버릴 것은 버리고 볼 것은 확실하게 챙긴다는 전략으로 가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여행기를 읽어도 새로운 구석은 있기 마련입니다.

 

여행작가 김영주의 서부여행은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텍사스-뉴멕시코-애리조나-유타-네바다-캘리포니아의 6개 주를 관통하는 코스는 위험하다고 힘들다고 모두가 말렸다고 하는데, 그리고 보니 이 지역은 1993년에 저도 가족들과 함께 자동차로 달렸던 코스와 많이 겹치는 것 같습니다. 당시는 여행코스에 대한 자문해주는 미국 친구들이 많지 않았지만 누구도 위험하다고 말리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여성 혼자서 가는 길이라서 걱정하는 마음이 얹혀있는 말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제가 미국을 여행할 때는 코스와 하루 이동거리만 정하고 숙소는 현지에서 결정하는 식이었습니다만, 저자는 사전에 전체 코스를, 숙소는 물론 볼거리까지 미리 예약하는 준비를 마치고 출발한 것이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예약을 하게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당일 그곳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이동에 무리를 할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긴 제가 여행하던 1990년대에는 인터넷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아 트리플A에서 나온 여행정보와 지도를 바탕으로 볼 곳을 고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놓친 볼거리도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 세상에는 정보가 넘치기 때문에 오히려 코스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내비게이션이 있어 미리 목적지를 입력하면 교통상황까지 고려하여 운전을 유도해주지만 그때는 누군가 지도를 읽으면 코스를 확인해주지 않으면 엉뚱한 길로 빠져서 헤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도를 읽어주는 사람과 미리 코스를 확인하고 이동을 시작하곤 했습니다.

 

그녀의 여행 이야기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가 계기가 되었지만 여행길에는 다양한 가수의 노래들이 함께 하고, 그 내용을 이야기에 녹여내고, 뿐만 아니라 소설, 에세이 등 다양한 읽을거리에서 뽑아낸 이야기 거리가 여행지와 잘 엮어서 작가의 여행을 따라가는 사람들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는 주로 미국 가수들의 CD를 들고 가셨던 모양입니다만, 제 경우는 양수경씨, 노영심씨, 노사연씨, 심신씨(작은 아이가 좋아하던) 등의 CD도 아니고 테이프를 주로 틀면서 “계속 근무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곤 했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저자는 크루즈운전에 익숙하지 않아 고생한 모양입니다만, 지평선으로 빨려가는 것처럼 변화가 없는 미국의 주간국도를 운전할 때 크루즈기능을 활용하면 액셀을 계속 밟고 있어야 하는 오른쪽 다리를 편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차량에 따라서는 언덕을 올라갈 때 부스터기능이 작동하면서 RPM이 갑자기 상승하기 때문에 언덕길에서는 크루즈 세팅을 풀지 않고서도 액셀을 지긋하게 밟아 속도를 높여 부스터가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센스를 더하면 지루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녀의 여행코스 가운데 제가 가보았던 곳은 화이트 샌드, 그랜드캐년, 모뉴먼트 벨리 정도인 것 같습니다. 많은 사진들을 곁들여 그녀와 같이 하는 여행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그녀의 여행기에 다양한 색깔을 입혀준 읽을거리를 발견한 것도 좋았습니다. 사실 1990년대에 돌아보았던 미국여행기를 회고해보려고 준비하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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