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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를 본받아 - 충실한 영혼에게 말하는 그리스도의 다정한 대화, 최신완역판
토마스 아 켐피스 지음, 이영복 옮김 / 이담북스 / 2013년 7월
평점 :
영어권에서 성서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혀 제 2의 복음서라 칭송받고 있다는 <그리스도를 본받아>를 읽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가 누구인지에 관하여 논란이 있었다고 하는데, ‘서기 1441년에 츠볼레 부근 성 아그네스산에서 토마스 아 켐피스 수도사에 의해서 완성되었다’고 적혀 있는 사본이 발견되면서 수습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원래 수도사가 수도를 위하여 쓴 것이기는 하지만 저자의 깊은 통찰력과 학식으로 일반에게도 좋은 삶의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별한 종교가 없는 제가 읽으면서 일부 종교적 배경이 강한 구절을 제외하고는 삶에 도움이 될 좋은 말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도 30여종의 번역서가 나와 있습니다만, 전문번역가로서 우리말에 조예가 깊은 이영복님의 번역으로 가장 최근에 나온 번역본이라서 읽기에 편하고 이해가 쉽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자 토마스 아 켐피스의 본명은 해메르켄(Haemerken)으로 쾰른 근교의 켐펜에서 1379년에 태어났고 열두살 무렵 데벤테르로 가서 종교생활을 시작하다가 공동생활 형제단에 가입하였고 스무 살에는 성아그네스수도원에서 가난과 순결과 순종이라는 세 가지의 종교적 맹세를 하고 수도를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33세에 신부서품을 받았고, 책을 필사하는 일을 하면서 찬송가와 전기 등을 집필하는 등 신앙사업에 전념하였다고 합니다. 저자가 생전에 애용했던 좌우명이 인상적입니다. “나는 휴식을 찾았지만 결코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작은 책들이 꽂혀 있는 작은 책 코너를 얻게 되었다.”
덕행으로 가는 3단계로 순수함의 길, 이해의 길 그리고 일치의 길을 안내하는 저자는 ‘영적 생활을 위한 유익한 훈계’, ‘내적 생활로 이끄는 권면’, ‘충실한 영혼에게 말하는 그리스도의 다정한 대화’, ‘성례전에 정중하게 임해야’라는 제목으로 각각에 해당하는 말씀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수도하는 분을 위한 그리스도적인 말씀들, 예를 들면, “온 우주를 만드신 주님, 숨겨진 하나님이여, 우리들에 대하여 하시는 일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요!(296쪽)”이나 “사람은 인간으로부터 위로를 구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만큼 강하게 하나님 속으로 뿌리를 뻗지 않으면 안 된다. 선의의 사람은 괴롭힘을 당하고, 유혹을 받고, 사악한 생각으로 번뇌하게 될 때 먼저 하나님에게 의지할 필요를 통감하며, 하나님의 도움 없이는 어떤 선도 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37쪽)” 등과 같은 구절도 있지만, “사람은 한없이 무엇을 바라서 곧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교만한 사람이나 비열한 사람은 편안함을 모른다. 마음이 가난하고, 겸손한 사람은 거기에 반하여 평화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자기의 욕망의 소리를 아직 지워버리지 못한 사람은 가끔 유혹을 받아서 작은 일에도 지고 만다.(26쪽)”라거나 “다른 사람을 심판하지 말고, 자기를 뒤돌아보자. 다른 사람을 심판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며, 그릇되는 일이 많고, 죄에 빠지는 일도 많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심판하는 것은 언제나 유익한 일이다. 우리는 호오(好惡)의 감정에 의해서 일을 결정하기 때문이다.(43쪽)”와 같은 구절은 그리스도교인이 아니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좋은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죽음을 묵상한다’는 제목의 말씀들은 요즘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웰 다잉의 개념에 부합한다는 느낌입니다. “당신은 행동과 생각에 있어서 오늘 죽는 사람처럼 행동하지 않으면 안된다. 깨끗한 양심을 가지고 있다면 죽음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 아니다.(71쪽)” 얼마나 당당한 모습입니까?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에 사람으로 지켜야 할 도리를 저버리는 일이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특히 요즈음 저를 불편하게 만드는 상황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이 책을 읽은 수확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대의 평화를 다른 사람의 말 위에 두지 말라. 그것에 의해서 그대 자신이 변할 수는 없다. (중략) 사람들의 마음에 들려고 힘쓰지말고, 또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겁내지 않는 사람에게는 커다란 평화가 있다. 마음의 불안과 오감의 흐트러짐은 부당한 사랑과 근거 없는 두려움에서 생겨나는 것이다.(199쪽)”
말씀들은 그리스도교를 믿는 분들에게는 신앙을 돈독하게 하는 말씀이 될 것이며, 그리스도교를 믿지 않는 분들에게도 마음을 다스리는 좋은 말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