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와 무임승차 - 성공전략은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마야 보발레 지음, 권지현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SK 플래닛의 박태현 매니저의 추천사에서도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근래 많은 기업 혹은 기관에서 KPI(Key Performance Index)를 활용한 성과평가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평가시스템을 알고 계시다면 이 책에 몰입되어 단숨에 읽어내려 가실 것 같습니다. 연초에 조직이 달성해야 할 목표수준을 정하고 그 수준에 도달하기 위하여 조직원들이 해야 할 지표들을 찾고 평가기준을 정하고, 연말에 성과분석을 통하여 그 기준과 비교하여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태현 매니저는 이러한 평가방식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1. 회사가 단위 조직의 KPI에 포함되지 않은 일들이 자연스럽게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 2. 단위조직들이 만만한 KPI를 설정한다, 3. KPI는 직원의 의욕을 떨어뜨린다, 4. KPI는 측정이 어려운 일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게 만든다, 5. KPI는 신시장 개척을 목표로 할 때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6. 직원 개개인에 대한 KPI를 통한 평가 역시 문제가 많다.

 

<인센티브와 무임승차>는 공공경제학을 전공한 프랑스 경제학자 마야 보발레가 30여 년 동안 일반화되어 온 인센티브와 디스인센티브, 즉 당근과 채찍을 근간으로 하는 경영방식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기업과 사회 전반에 유행하고 있는 인센티브전략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저자는 인센티브 자체를 비난할 일이 아니라 인센티브 전략이 때로는 더 나쁜 상황을 초래하는 지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의과대학 졸업반인 작은 아이는 가끔 투덜거리곤 합니다. 실습팀이 받은 과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팀원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성적은 과제수행정도에 따라서 모든 팀원이 같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즉, 이 책의 제목처럼 무임승차를 하는 팀원이 있다는 것이지요. 저자는 “집단성과지표를 도입했을 때 일을 하지 않는 직원은 상사가 아니라 동료들에게 걸린다. 동료들이 그에게 충분히 압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꽤 빠른 시간 내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89쪽)”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수준에서의 무임승차자는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경기할 때 심사위원의 점수가 나올 때 마음을 졸이면서 기다리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떤 심사위원은 생각보다 박하게 점수를 매기는 것을 보면서 투덜거린 적도 있습니다만, 피겨스케이팅 심사위원이 채점방식에 따라서 점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밀양송전탑을 세우는 문제를 두고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만, 최근 우리사회에 암암리에 커져온 보상심리가 사태를 키워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스위수정부에서 추진한 핵폐기물처리장 설립을 사례로 들어서 경제적 인센티브 전략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협상에서 불리한 상황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깨우치고 있습니다. “경제적 인센티브는 의욕을 꺽는다. 시민정신에 입각해서 매립지를 받아들이겠다는 내재적 동기를 감소시킨 것이다.(39쪽)”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기획단계에서부터 모든 상황을 투명하게 설명하고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것이 시일이 많이 걸리더라도 바람직한 정책처리과정이라고 하겠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업무와 직접 관련된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깜짝 놀라기도 하고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바로 제4장에 나오는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과 제왕절개분만이 늘어나는 현상입니다. 아마도 자연분만하는 비용과 제왕절개하는 비용에서 차이가 있는 미국에서의 사례입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두 경우에서 비용의 차이가 별로 크지 않기 때문에 저자의 설명이 우리나라의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뉴욕병원에서의 수술사망율과 관련된 평가는 제가 하고 있는 사업이기도 해서 관련 논문을 찾아서 깊이 공부를 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수술사망율이 높은 병원에 불이익을 주었더니 수술이 위험한 환자는 아예 수술을 하러들지 않더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심지어는 체온을 수집하는 경우에 체온계를 조작하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에 대하여 근심이 늘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평가사업 역시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관이 관련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한다는 전제에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역시 참고할 점이 있는 부분입니다.

 

사실 병원평가라고 하는 사회적 파장이 큰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만, 항상 고려하고 있는 점은 저자가 에필로그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관찰과 검증이 가능한 좋은 지표를 만들어 평가를 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지표는 가시적 데이터를 향상시키고 지식을 객관화하며 사람보다는 과정을 측정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인센티브를 매개로 한 평가의 본모습을 이해하게 된다면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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