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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가
존 카치오포 외 지음, 이원기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평점 :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참 독특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로부터 외로움을 경험했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제 경우도 정확한 기억은 없습니다만, 분명 외로움을 느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기억이 애매한 것은 누구나 외로움에 빠져들곤 하지만 곧바로 빠져나오기 때문일 것입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어쩌면 인간에게서 독특하게 나타나는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측정하거나, 어떻게 생기는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치료하는 방법은 없는지 하는 다양한 의문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의 뇌와 몸이 사회적 반응과 어떤 연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연구해온 시카고 대학의 존 카치오포교수는 사회적 유대감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외로움에 관한 다양한 연구성과들을 모아 <인간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가>에 담았습니다. 흔히 혼자 있으면 외롭다고 느낄 것 같습니다만, 정신과 의사 앤서니 스토는 <고독의 위로>에서 혼자 있는 것의 즐거움을 탐구하고 때로는 혼자 있어 보라고 권하고 있는 것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유전자와 후천적으로 생겨난 개성이 동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람마다 외로움을 경험하는 방식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합니다(104쪽).
외로움을 느끼는 수준은 20 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UCLA 외로움 측정 기준’이라는 심리학적 검사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외로움은 1. 사회적 단절에 대한 취약성 수준, 2. 고립된 느낌과 관련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 3. 다른 사람에 대한 심적 표상과 기대 그리고 추리 등 세 가지 복잡한 세 가지 요인이 서로 작용하여 나타나게 된다고 합니다(25쪽). 저자는 외로움의 보편적 구조가 브루어와 가드너가 발견한 자아의 세 가지 차원과 맞아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는데, “자아의 경우 개인적, 상관적, 집단적 차원으로 나타난다면, 외로움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사회적 연결관계, 다시 말해서 유대감의 경우도 개인적 연결관계, 상관적 연결관계 그리고 집단적 연결관계로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외로움은 분명 심신을 피폐하게 해서 건강을 크게 상하게 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심리학자 댄 러셀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외로움 측정치가 높게 나온 65세 이상 노인들은 향후 4년 안에 요양원에 입원할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131쪽). 저자에 따르면 외로움은 1. 건강한 생활습관, 2. 스트레스 요인, 3. 스트레스 인자와 대응, 4. 스트레스가 일으키는 생리적 반응, 5. 휴식화 회복 등 다섯 가지 경로에 영향을 미쳐서 건강을 해치게 만든다고 합니다.
저자는 외로움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규명하기 위하여 다양한 가능성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17세기 수학자이자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가 정신과 육체를 엄격하게 구분해야 하겠지만 서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점을 인용한 것을 시작으로, 마음과 몸의 유기적 관계에 관한 다양한 동물실험과 심리실험의 결과를 인용하여 외로움과 사회적 유대관계의 관련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으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하여 충동을 제어하고 편향된 의미 창출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유대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호관계를 경쟁의 차원에서 협동의 차원으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지적하였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 진화해 오는 과정에서 서로 협동하는 정신이 강화되었는데, 진화생물학자 마르틴 노바크는 사회적 협력은 다섯 가지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왔다고 정의하였습니다. 1. 혈연 선택, 2. 직접 호혜주의, 3. 간접 호혜주의, 4. 네트워크 호혜주의, 5. 집단 선택 등입니다. 물론 이런 형태의 사회적 협력은 침팬지나 보노보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인간에서 가장 잘 발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외로움을 치유하기 위하여 사회적 유대감을 증진시키는 방법으로 저자는 1.다른 사람에게 손내밀기, 2. 구체적인 행동계획, 3. 선택, 4. 최선을 기대하기 등을 묶어서 EASE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관계는 늘 얽히고설켜 복잡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소중한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다음의 세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1. 외로움은 더 많은 요구를 부른다, 2. 외로움은 남을 비난하게 만든다, 3. 외로움은 수동적인 행동과 위축을 부른다, 등입니다(326쪽).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우리의 사회적 현실 대부분을 우리가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외로움의 생물학을 통해서, 더 큰 행복, 심지어 경제적인 풍요까지도 얻을 수 있는 비결이 윤리적이고 인도적인 행동이라는 교훈에서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