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아 프랑수아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조르주 상드 지음, 이재희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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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설가 조르주 상드의 1847년 작품입니다. 프루스트 공부하기의 일환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스완씨의 방문으로 어머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겨 슬퍼하는 마르셀을 위로하기 위하여 어머니가 읽어주기 위하여 고른 책입니다. 할머니께서 어린 마르셀의 생일에 주기 위한 선물로 고른 책인데, 처음에는 무세의 시집, 루소의 작품 한 권, 그리고 상드의 소설 <앵디아나>를 골랐다가 아버지의 반대로 바꾼 소설들 가운데 하나라는 것입니다. 민음사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http://blog.joins.com/yang412/12948920>에 옮긴이가 붙인 각주에는 “ 방앗간 여주인 마들렌과 그녀가 입양한 업둥이 프랑수아 사이의 근친상간적인 사랑을 담은 이 이야기가 어머니와의 행복한 결합을 다룬다는 점에서, 어린 마르셀의 팡타즘을 구현한다(76쪽).”고 적었습니다. 이와 같은 해석은 유예진교수님의 <프루스트가 사랑한 작가들; http://blog.joins.com/yang412/13111784>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방앗간 부부가 프랑수와라는 남자아이를 입양해 기르다가 폭력적이며 괴팍한 남편이 죽은 후 젊은 아내가 입양한 아들과 결혼한다”는 근친상간을 다룬 소설로 성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103쪽) 한걸음 더 나아가 어머니의 사랑을 애처로울 만큼 맹목적으로 요구하는 프랑수와에게 사회적 규범이나 도덕적 잣대는 의미가 없는 것으로, 상드는 독자가 프랑수와의 순수한 열정과 그 표현방식을 안심하고 허용하도록 자연스럽게 이끈 것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3; http://blog.joins.com/yang412/12974277>에서는 1831년 당시 파리의 거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떠돌이 생활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테나르디에부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딸은 귀하게 키우면서도 아들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을뿐더러 어린 아들을 남에게 주어버리는 짓까지도 하는 모습을 보면 1847년에 발표된 이 작품의 주인공 프랑수와가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아 업둥이로 자라게 되는 시대적 배경을 읽을 수 있습니다.

 

남편 클레쟁제와의 갈등에서 오는 고통을 전원생활을 통하여 다독이는 가운데 상드는 ‘밤모임’에 가곤했는데, <사생아 프랑수와>를 밤모임에서 들은 이야기를 옮겨적는 형식으로 써내려간 것입니다. 상드는 버려진 아이에 대한 당시 사회의 편견에 맞서고 고아에 대한 부유한 사람들의 무관심을 질타하기 위한 의도를 담아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따라서 “소설적 상황, 즉 비정상적 사랑, 비도덕적인 출생, 부모로부터 버려진, 혹은 부모와 헤어진 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혈연관계로 이어지게 된 사람들 간으ㅟ 신비로운 애정 등에 대한 상드의 관심과도 관련이 있다.(251쪽)” 옮긴이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들렌과 프랑수와의 관계를 입양아와 어머니의 관계라고 하고 있지만, <사생아 프랑수와>에서는 입양에 따른 행정적 절차를 밟았다는 설명은 없습니다. 다만, 마들렌의 시어머니의 사주를 받은 프랑수와의 어머니 자벨이 프랑수와를 멀리 버리려 할 때 마들렌이 10에퀴를 내주면서 프랑수와를 사겠다고 선언하지만, 마들렌은 이를 기억조차 하지 못합니다. 또한 프랑수와를 친자식 자니와 꼭 같이 대하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프랑수와가 근본적으로 착하고 심지가 굳은 아이라는 점을 상드는 “전 남에게 고통을 주는 쪽보다 차라리 제가 고통을 당하는 편이 나은걸요.(46쪽)”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들렌의 남편 블랑셰가 마음을 빼앗긴 세베르가 프랑수와를 유혹하였음에도 넘어가지 않자 블랑셰를 꼬드겨 프랑수와를 집에서 내쫓게 합니다. 결국 블랑셰를 속여 방앗간을 포함한 재산을 빼돌리고, 블랑셰는 빚만 남기고 죽었다는 소문을 듣게 된 프랑수와는 다시 마들렌에게 돌아와 사태를 수습하게 됩니다. 프랑수와의 친어머니는 프랑수와를 위하여 4000프랑을 맡겨두었던 것인데, 그는 이 돈을 이용하여 마들렌을 위험에서 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세베르와 블랑셰의 누이동생 마리에트가 공모하여 마들렌이 프랑수와 정을 통하고 있다고 입방아를 찧는 소리를 듣게 된 프랑수와는 고민에 빠지게 되고, 프랑수와가 일하던 에귀랑드 지방의 물방앗간집 딸 자네트는 전후사정을 듣고서는 마들렌에게 청혼을 하라는 조언을 하게 됩니다.

 

전체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마들렌과 프랑수와의 관계는 일단 공식적으로 입양이 성립된 관계가 아니라 구두로 언약한 정도의 관계이며 모자간에 볼 수 있는 순수한 사랑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데, 주변에서 이들의 사랑을 남녀 간의 사랑으로 발전하도록 촉진한 것에 불과하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상황이 19세기 프랑스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모르겠으나 현대적 시각에서는 전혀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 마르셀, 아니 프루스트의 눈으로 보기에 <사생아 프랑수와>는 지극히 교훈적이고 모범답안 같은 삶이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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