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독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 슈퍼 리치의 종말과 중산층 부활을 위한 역사의 제언
샘 피지개티 지음, 이경남 옮김 / 알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최근 우리사회는 중산층이 얇아지면서 부익부 빈익빈이 두드러지는 양극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중산층은 실물경제의 중심을 잡고 사회를 안정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치솟는 사교육비와 보육비, 생업의 불안정성 그리고 노후의 삶에 대한 부양비용 때문에 우리나라의 중산층이 붕괴되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만, 1992의 대외개방, 1997년 외환위기, 그리고 2003년 카드대란이 3대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결국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모자란 국정이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2008년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1996년 68.7%에 달하던 중산층 비중은 2006년 58.5%로 10.2%포인트가 감소했다고 합니다. 같은 기간 동안 빈곤층은 11.2%에서 17.4%로 상류층은 20.1에서 24.1%로 늘어 양극화되는 현상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입니다(문화일보 2008년 10월 6일자 기사). 앞서 지적한 3대 원인 이외에 양극화에 기여한 것은 참여정부 시절 각종 부동산경기 부양책과 지방경기활성화를 내세워 행복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을 추진하면서 99조원이나 되는 토지보상비가 풀려나간 것도 주요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요즘 부각되고 있는 하우스푸어현상도 그 뿌리는 참여정부시절의 부동산경기 부양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심화되고 있는 사회의 양극화현상은 계층간의 대립이 심화되어가는 부작용을 낳고 있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완화되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요? 그래서 문제의 해결방안을 역사를 되돌아보면 찾아낼 수 있다고도 합니다만, 한편으로는 사건이 동일한 조건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노동전문기자 샘 피지개티의 <부의 독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는 지난 100년간 부의 분배를 두고 벌어진 미국의 역사-특히 정치와 사회분야에서의-를 본격적으로 추적하고 있습니다. 20세기 초반 미국사회를 쥐고 흔들던 슈퍼리치들의 전횡에 제동을 걸어온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국가와 결탁하여 돈되는 사업을 독점하여 엄청난 수익을 올리면서도 걸맞지 않는 세금으로 체면치레를 하던 관행에 제공이 걸린 것은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이었다고 합니다. 막대한 전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부자들에게 전시공채를 발행하기 보다는 세금부과율을 높이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그래도 부자들은 전쟁특수를 업고 그들의 부를 더욱 확대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의 미국 상류층의 모습을 최근에 개봉된 영화 <위대한 개츠비; http://blog.aladin.co.kr/761535117/6425262>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1928년 대공황 이전 미국사회의 최상위 1%의 슈퍼리치는 전체 국민소득의 25%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두 차례 전쟁이 끝난 1950년대 이들의 몫은 10분의 일로 줄었다고 합니다. 그런 미국이 최근 불어 닥친 경기침체 직전인 2007년에 전체 국민소득의 23.5%를 가져가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극히 불평등한 소득 분배를 낳는 자유방임경제성향을 중화하는 평등화제도”의 효과라는 경제학자 로버트 커트너의 지적을 인용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21쪽).

 

저자는 미국의 일반국민들이 20세기에 이룩한 위대한 업적으로 지목되는 히틀러와 나치를 물리치고, 러시아와 공산당을 극복했으며 인종적 편견을 버렸다는 점에 20세기 전반에 부가 지배하던 금권정치를 몰아냈다는 사실을 더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재력가들이 국가의 양대 정당을 지배하는 금권정치에 제동을 걸려는 노력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방대한 자료들을 조사하여 요점을 정리하다보니 인용문이 많고 우리에게는 생소한 인물들을 적지 않게 만나야 하는데다가 등장인물이 수시로 바뀌는 바람에 읽어나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만,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목표, 미국사회의 양극화를 주도하는 주범으로 지목된 수퍼리치들에 대한 각종 정책들이 어떻게 도입되어 시행되었는가를 살피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금권주의가 다시 교두보를 확보하여 세를 넓혀나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이 같이 노력하여 함께 번영하는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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