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첼로 - 이응준 연작소설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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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보던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을 쓴 이응준작가의 신작소설 <밤의 첼로>를 읽었습니다. 표제가 되는 ‘밤의 첼로’를 포함하여 모두 여섯 편의 소설을 묶은 연작소설이라는 특이한 형식입니다. 여섯 편의 소설은 그대로 읽어도 무방하겠습니다만, 읽다보면 등장인물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소설에서는 조연으로 등장한 인물이 다른 소설에서는 주인공 역할을 하고, 한 소설에서는 중요한 에피소드가 다른 소설에서는 뉴스 한 꼭지로 간단하게 처리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특정 집단을 구성하는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연결하여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도식이 떠오릅니다. 특정 집단의 구성원이 모두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몇 몇 핵심인물을 중심으로 작은 집단으로 나눌 수 있지만, 이들 작은 집단을 연결하는 사람이 있어 전체 집단이 끊어짐 없이 연결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처럼 등장인물들이 서로 겹치기 출연을 하고 있어 독립적인 스토리이면서도 서로 연결되는 독특한 구조를 연작소설이라고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분위기는 하나같이 어둡고, 등장인물들 역시 하나같이 어두운 분위기에 관계의 갈등을 수월하게 풀어가지 못하고 갈등하는 모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극적 결말을 쉽게 예견할 수 있기도 합니다. 작가가 인용하고 있는 독일의 여류시인 안나 헨리케의 <밤의 첼로>의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에게나 제 생애에서 가장 혹독한 밤이 꼭 한 번은 찾아오고 그러면 그는 홀로 눈보라 치는 광야에서 뜨거운 무쇠 난로를 끌어안듯이 신의 이름을 부른다. (…) 가장 절망스러운 밤의 밑바닥에서 신의 얼굴을 보고자 기도하는 인간은 신이 연주하는 첼로소리를 듣게 된다. 단 한 번은, 꼭 한 번은, 듣게 된다. 신이 흘리는 눈물보다 더 아름다운 더 첼로소리를.(20쪽)” 마치 그 첼로소리를 듣게 되면 지난한 삶을 더 이상 이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의미로 읽히는 시입니다만, 다른 길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공연히 시빗거리를 찾으려는 속셈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절망의 극한에서 듣게 된다는 첼로소리에 이어서 바다에서 올라온 인간이 잃어버린 바다에 대한 기억 대신에 남겨진 ‘물고기 그림자’가 역시 주인이 극도의 고통에 처하게 되면 견디다 못해 떠나가 버린다는 설명 또한 인간이란 절망에 아주 취약한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이는 같습니다. 어쩌면 작가는 주어진 고난을 쉽게 이겨내는 입지전적인 인물보다는 고난에 쉽게 무너지는 안타까운 인물들에 대한 연민을 더 가지고 있어 그런 인물들을 주로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희망이란 애시 당초 존재하는 않은 특별한 무엇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무렵 작가가 던지는 한 마디에서 손에 잡힐 듯한 무엇이 느껴집니다. 바로 “사막 밑에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어요. 녀석을 낚으려면 모래를 깊이깊이 파 내려가야 해요. 사막에도 100년에 몇 번은 폭우가 있거든요. 그때 빗물을 타고 지하 수맥으로 빠져 들어가 번식하게 된 거예요. 사막 아래 물리 출렁인다고 하면 안 믿기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막 한가운데 홀연히 오아시스가 나타나는 거거든요.(72쪽)”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히 사막 아래에 지나는 수맥이 지표 가까이 지나기 때문인 점을 고려한 표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여기에 작가가 무력함에 좌절하는 등장인물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여기에 더하여 한강변 버드나무 군락지가 불타사라지면서 누구에게는 죽음이 예고되지만 누구는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기이한 엇갈림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숙제로 남는 것 같습니다.

 

짧은 소설들이면서도 방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고 할까요? 국내에서도 다양한 지역이 무대가 될 뿐 아니라 몽골, 인도까지 무대와 등장인물을 확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북극늑대까지 등장시켜 신비로운 분위기로 이끌고 있는 것도 독특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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