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었다라고 생각할 때가 바로 행동할 때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일찍 깨달았더라면 좋았겠습니다만, 끝까지 깨닫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습니다. 고든 리빙스턴의 <너무 일찍 나이 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은 늦은 깨달음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역시 이제라도 제대로 해보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두려움은 서둘러 찾아오고 용기는 더디게 힘을 낸다; http://blog.joinsmsn.com/yang412/13155747>는 제목의 책을 읽고서 솔직하고도 대담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책을 옮긴이께서 저자의 독특한 생각을 제목에 담으려 고민을 많이 했구나싶었습니다.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시애틀에 사는 친척 형님을 찾아뵌 적이 있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베란다에 의자를 나란히 놓고 석양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저에게서 선친과 닮은 점이 느껴진다는 말씀을 하셔 깜짝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친척 형님이 바로 이 책의 저자처럼 정신과를 전공하시는데, 나직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들려주시는 말씀이 듣기에도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리빙스턴의 에세이는 바로 그런 느낌, 즉 석양을 같이 바라보며 앉아서 나직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드는 글입니다.
저자는 <너무 일찍 나이 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에 모두 서른 꼭지의 글을 담고 있습니다. 특별하게 주제가 정해진 것 같지 않고 살면서 부딪힐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언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조언은 읽는 이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옮긴이는 “이 책은 우리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 실의에 빠진 사람에게 달콤한 위로를 해주지도, 꿈을 꾸는 사람에게 용기를 북돋워주지도, 성공하고 싶은 사람에게 특별한 요령을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직시하고 도망치지 말라며 머리를 쿵쿵 쥐어박는다.(238쪽)”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정리하고 있는 길지 않은 이야기들은 핵심을 콕 짚어내고 있어서 ‘그래 바로 그래!’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아무리 좋은 부모라도 훌륭한 스승이 되기는 어렵다’ 제목의 스물두번째 진실에서 저자가 적은 글을 읽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간혹 부모의 임무를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 규칙과 처벌을 정한 뒤 그에 따라 아이들을 다스리는 게 부모가 할 일이라고 믿는 것입니다.(162쪽)” 돌이켜보면 저도 그렇게 자라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같은 방식으로 대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꼭 그랬을까 싶기도 합니다. 저자는 아이들을 단순하게 사랑하는 정도의 보살핌 수준을 넘어 아무리 세상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확신과 희망을 심어주는 일을 최고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자식의 모든 일을 책임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먼저 자신만이 옳다는 믿음부터 버려야 한다.(191쪽)”고 잘라 말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읽은 <음식중독; http://blog.joinsmsn.com/yang412/13159812>이라는 책에 대하여 나름대로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리뷰를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저보다도 한걸음 더 나아간 시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알코올중독을 예로 들었는데, “알코올 중독을 하나의 질병으로 간주하는 순간 우리는 알코올 중독자들에게 자발적인 금주를 기대하기 어려워집니다. 중독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 자포자기하게 만들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약물치료가 가지는 함정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118쪽)” 자신들의 치료법의 효용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극단적인 용어를 선택한 것이라고 보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모두 30꼭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말씀드린 것처럼 아침에 일어나 한 꼭지씩 읽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시는 것도 좋겠고, 아니면 당면한 고민과 가까운 꼭지를 읽고 나름대로의 해답을 만들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