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우주 - 인간 삶의 깊은 곳에 관여하는 물리학의 모든 것
닐 투록 지음, 이강환 옮김 / 시공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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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래도 소싯적에는 물리를 조금 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입시험에서도 물리과목이 들어가는 대학에 응시했고, 예과 때도 물리학 시험만큼은 자신있게 치뤘는데,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성적은 생각했던 것보다 나오지 않아서 섭섭했더랬습니다. 하지만 요즈음 관심을 가지게 된 우주의 생성에 관한 책을 읽으려니 막막한 느낌이 드는 것은 예전에 배운 물리학이 우주를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옛날 배운 것을 잊어버린 탓일 것입니다.

 

관심은 있지만 이해가 어려운 우주의 시원에 관하여 궁금한 과학적 사실을 아주 쉬운 말로 풀어준 책을 만났습니다. 바로 페리미터이론물리연구소 닐 투록소장이 쓴 <우리 안의 우주>입니다. 세계적으로 뛰어난 이론물리학자이며 스티븐 호킹과 함께 우주의 탄생을 설명하는 호킹-투록 인스탠탄 솔루션을 개발한 바 있고, 폴 스타인하르트와 함께 순환하는 우주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그 내용을 설명하기 위하여 <우리 안의 우주>를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이 책에서 “현실을 이해하고 마음속에 우주를 품는 우리의 능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14쪽)”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능력은 가장 작은 원주구성입자에서부터 관측 가능한 모든 우주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아이디어들의 지속적인 원천이 되어왔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미래의 세대에 대하여 저자가 거는 기대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출신인 저자가 아프리카의 젊은이들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고, 그런 기대를 기대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되도록 아프리카수리과학연구소(AIMS)를 열어 젊은 인재들이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는 노력을 보면 이 시대의 리더로서 귀감이 된다고 하겠습니다.

 

먼저 자신이 걸어온 삶의 궤적을 요약한 저자는 수학과 물리학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그리스의 수학자와 과학자들로부터 시작한 물리학이 현대물리학으로 발전해오는 과정에서 크게 기여한 사람들의 업적을 쉽게 이해할 있도록 요약하고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소크라테스, 파르메니데스와 같은 철학자들과 유클리드, 피타고라스, 히파티아 그리고 아낙시만드로스 등을 그린 라파엘의 그림 ‘아테네 학당’을 인용하여 설명을 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아이디어들은 천년 이상 잠들어 있다가 15세기 인쇄술의 발전과 함께 시작한 르네상스의 바람을 타고 꽃피우기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19세기 후반 무렵 물리학자들은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기술을 종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는데, 뉴턴의 역학법칙, 전기와 자기, 빛에 관한 멕스웰의 이론, 윌리엄 톰슨이 정립한 열에 관한 이론 등을 거쳐 20세기 초에 플랑크, 아인슈타인, 보어 등이 기여한 양자역학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이해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주가 특이점에서 시작한 거대한 폭발을 통하여 시작되었다는 빅뱅이론이 확립되면서 한편으로는 그렇다면 우주가 끝없이 확산되어 가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이 바로 우주가 순환한다는 시나리오라고 합니다. 빅뱅이 시작되는 특이점을 한 번 통과할 수 있다면 계속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빅뱅이 무수하게 반복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빅뱅 이후에 우주는 팽창했다가 수축하고, 또 순환할 때마다 우주의 크기는 커지고 점점 더 많은 물질과 복사를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오실로스코프에 나타나는 파장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모습을 연상하시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면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와 겁의 개념과 그리고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고 이르는 알쏭달쏭한 말들이 바로 우주물리학이 밝혀낸 것들에 부합하고 있는 것이 우연일까 싶습니다.

 

특히 인류의 미래에 대한 저자의 낙관적인 인식을 담고 있는 마무리 글에서 오랫동안 눈길을 뗄 수 없었습니다. “이제 우리의 과학과 인간성을 서로 연결할 때가 왔다. 그렇게 함으로써 양쪽 다 시야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지적 능력과 마음을 연결시킬 수 있만 있다면 더 밝은 미래와 더 통합된 과학을 이용한 더 통합된 세상을 향한 문을 활짝 열려 있다.(3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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