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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독서광의 유쾌한 책 읽기
김의기 지음 / 다른세상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인터넷 매체라고는 하지만 독자가 있는 매체에 고정코너로 쓰는 리뷰는 아무래도 개인블로그에 적는 리뷰와는 다른 무엇을 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분들의 리뷰쓰기에 관심이 많아지기 마련입니다. 더군다나 리뷰쓰기가 1년하고도 절반을 넘어서면서 무언가 변화를 주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기에 더하여 지난 번 부서 워크숍에서 책읽기에 대한 작은 발표를 한 다음에 내용을 더 보완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분들의 책읽기와 리뷰쓰기에 관한 책들을 읽을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어느 독서광의 유쾌한 책읽기>는 오랜 책읽기가 바탕이 되어 국제통상전문가로 성장하고 지금은 WTO 등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김의기님이 자신의 책읽기를 정리하는 의미로 펴낸 책이라고 합니다. “새 책을 읽으면 새 애인을 만나는 것 같고,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 옛 애인을 만나는 것 같다.(9쪽)”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는 저자는 진한 커피 향처럼 은은하고 깊은 맛이 나는 책들, 재미와 감동을 주는 책들을 선정하여 자신의 느낌을 가볍고 경쾌하게 서술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저자는 30년간 적은 자신의 독서노트에서 특별한 고전 30권을 뽑아, 이들 작품을 영어 원문으로 읽었고, 원문이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인 경우 영어 번역본으로 읽고 리뷰를 썼다고 했습니다.
한편의 글이 평균 11쪽에 달하는 긴 글을 읽다보면 선정된 책의 원문을 넉넉하게 인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말로 번역 소개된 책의 리뷰를 적을 때도 텍스트의 내용을 인용하기에 다소 부담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저자는 영어 원문 혹은 영어 번역문을 자신이 우리말로 번역하여 적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담을 느끼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원저의 텍스트를 인용하고 그 부분에서 얻은 느낌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독특한 서술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특징은 선정된 30권은 모두 고전으로 분류되는 책이며, 특히 소설류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호메로스, 소포클레스와 같은 그리스 작가로부터 헤밍웨이와 같은 현대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기의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하고 있는데, 작품은 30권이지만 작가는 25명입니다. 호메로스, 톨스토이, 피츠제럴드, 헤밍웨이 등 네 명의 작가는 각각 두 편의 작품이 선정되었으며, 헤르만 헤세의 작품은 무려 세편이나 선정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작가는 독특한 의미의 최고의 작품을 꼽고 있습니다. 단 하나의 작품을 독자에게 추천한다면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작가가 읽고 가장 큰 감동을 받은 작품은 도스토엡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인류가 수확한 문학의 최대 걸작은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를, 정치학이나 철학 분야의 가장 중요한 책은 플라톤의 <국가론>을 꼽았습니다. 물론 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독자에 따라서 다른 기준으로 책을 선정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저자가 선정한 30권의 책들 가운데 저는 겨우 9권을 읽었을 뿐입니다. 저도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최고의 책을 한번 골라보아야 하겠습니다.
저자 역시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뽑았는데, 제가 가졌던 의문, 개츠비가 왜 위대했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이 없어 아쉬웠습니다. 의외로 저자는 셰익스피어에 대하여 <햄릿> 한 편만을 선정하고 있고, 냉정한 입장인 것 같습니다. "고뇌는 있지만 결단이 없다는 것이 셰익스피어의 아쉬운 점(201쪽)“이라는 짤막한 논평이 그 이유라고 보이는데, 사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가운데 고뇌보다는 단순한 결단을 앞세운 <맥베스; http://blog.joinsmsn.com/yang412/13101840>도 있지 않을까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과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스>와 소포클레스의 <엘랙트라>를 현대적으고 각색한 사르트르의 <파리떼>에 대한 리뷰를 읽으면서 평소 그리스 비극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의문에 해답을 찾은 것 같아 반가웠습니다. 조만간 이들 작품들을 읽고 정리를 해볼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전소설을 읽으면서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하는지를 개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