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감독의 <전설의 주먹; Fist of Legends>은 이윤균 작가가 그린 동명의 만화 <전설의 주먹; Legend punch>를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요즘에는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만, 과거에도 학교마다 알아주는 싸움꾼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인문계 학교였던 탓인지 이 친구들이 학교 안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기억은 없습니다. 그저 교실 뒷자리에 떡 버티고 앉아 무게를 잡는 정도였고, 키 작은 친구들을 감쌀 줄 알고 같은 학년, 같은 반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친구라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학교마다 있었던 전설의 주먹들을 둘러싼 추억 한 자락에 감추어진 이야기를 끌어내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려는 케이블 방송의 기획으로 시작된 것이 요즘 각광을 받는 격투기라는 스포츠와 케이블방송이 결합하여 흥행의 틈새시장을 노린다는 구성입니다. 영화의 전편을 통하여 촘촘하게 배치된 격투기 씬은 피가 튀고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치열하게 맞붙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고단한 삶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뿐만아니라 그들의 치열한 대결을 통하여 폭력을 즐기는 관음증, 혹은 폭력행사에 대한 관객의 대리만족을 채워주는 효과를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과거의 주먹들과 친구들 사이에 얽혀 있던 감추어진 이야기들, 그리고 요즈음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진과 왕따 이야기들이 양념처럼 뿌려져 방송용 스토리인 격투기의 격한 호흡을 가다듬게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프로스포츠에서도 문제가 되었던 승부조작도 빠지지 않는데, 정작 영화에서는 자칫 승부조작으로 오염될 수도 있었던 대결을 순수함으로 장식된 극적인 엔딩으로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덕규는 파리만 날리는 옛날장터국수 장사를 하는 평범한 가게주인으로 우연히 케이블 방송의 ‘전설의 주먹’이라는 격투기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됩니다. 평소에 주먹쓰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수빈이라는 딸이 학교에서 일으킨 문제로 돈이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는 프로그램의 PD로 나오는 규민(이요원 扮)의 집요한 출연섭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니, 주인공 덕규(황정민 扮), 상훈(유준상 扮), 진호(정웅인 扮)는 사당고의 단짝들, 상훈은 일진의 짱이고, 덕규는 88올림픽의 금메달을 꿈꾸는 복싱 유망주, 진호는 상명그룹의 후계자로 나옵니다. 여기에 사당고 아이들을 괴롭히다가 덕규에게 당하는 재석(윤제문 扮)이 가세하여 사인방이 구성되는데, 이들의 젊은 시절 이야기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베일을 벗게 됩니다.

 

 

이 영화의 엔딩에 조미료로 등장하는 승부조작은 한 젊은이의 삶을 온통 뒤바꿔놓은 과거사회의 치명적 관행이었던 것인데,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남아있지만, 이제는 운명을 바꾸는 동력이 약해졌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볼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승부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과거 절친이었던 친구들이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격투기의 결승에서 만나 승부를 가리도록 한 방송국의 기획은 의도된 대로 결말에 이르게 될까요?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들의 끈끈했던 우정의 힘은 그대로 일까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잔인한 계절 4월에 개봉되는 <주먹의 전설>에서 우리는 가족 그리고 우정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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